[분단을 넘은 한류, 북한을 깨우다] ⑤당분간 주춤 불가피…인기는 계속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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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을 넘은 한류, 북한을 깨우다] ⑤당분간 주춤 불가피…인기는 계속 한 여성이 아이를 데리고 평양의 옷 상점 앞을 지나고 있다.
AP

앵커: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강력한 단속을 펼치는 가운데 한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이미 북한 주민에게 익숙해진 한류 문화의 확산은 멈추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워낙 처벌 수위가 높아 당분간 주춤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한류를 통해 삶의 위로를 주고, 외부 정보도 계속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많은 탈북민들과 전문가들의 주문인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특별 기획 ‘분단을 넘은 한류, 북한을 깨우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북한 사회 내 한류에 대한 전망을 노정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한류는 주민들 삶 일부... 멈추지 않을 것”

북한 당국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 노래부터 한국 제품, 말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단속과 처벌을 앞세워 한류의 근절에 나선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만난 대부분 탈북민과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한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북한 주민들이 한류 문화를 통해 새로운 재미와 멋, 높은 삶의 질을 알게 됐을 뿐 아니라 한류가 주요 돈벌이 수단까지 됐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20년 가까이 한류를 단속해 왔지만, 전혀 근절되지 않았고 오히려 발전된 기술로 한류의 확산이 더 빨라진 것도 그렇게 보는 이유입니다.

또 이미 한국에 정착한 가족을 통해 전해 듣는 한국 소식도 한류 유행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고 탈북민들은 설명했습니다.

[박진희 씨 (탈북민, 가명)] 저는 (한류가) 멈추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많은 탈북민이 한국에 와서 통화하잖아요. 아무리 말을 아낀다고 해도 여기(한국) 정세를 이야기하거든요. 전화 통화를 많이 하는 분들은 알아들어요.

[노수현 씨 (탈북민)] 끝이 날 수가 없어요. 평상시 북한 주민들이 지향하는 것이 이미 탈북한 친구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잖아요. 옷차림만 봐도 한국 드라마에서 보던 것들은 멋있단 말입니다. 그러면 유사품이라도 만들어 입고요. 북한 사회는 유행이 매우 빠릅니다.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이 나오면 생각보다 상당히 빨리 퍼집니다. 당국에서 막을 수 없는 거예요. 앞으로 한류는 계속 진행될 겁니다.

북한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이 2000년대 초반 이후 시장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 가운데 한국에서 온 매력적인 상품에 노출된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 시청을 중단하거나 한국 제품 사용을 멈추기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또 북한 당국이 새로운 방식으로 단속을 강화한다 해도 이를 우회하는 기술은 계속 개발될 것이란 전문가의 관측도 있습니다. 미 기업연구소(AEI)의 올리비아 쉬버 연구원은 기술 발전을 이용해 창의적인 방법으로 외부 정보를 계속 북한에 유입하려 한다면 한류를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올리비아 쉬버 연구원] 북한은 과거부터 외부 정보의 유입을 막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동시에 단속을 강화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찾고 있지만, 우리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잖아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정보 유입을 단속하는 북한 당국의 수단도 진화하겠죠. 북한에 외부정보를 유입하고 싶다면 기술 발전의 현황을 알고,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한데요. 저는 외부정보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류 문화가 20년 가까이 북한 주민의 생활 속에 공존해왔다고 주장하는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장도 “당의 정책이 있으면 북한 주민에게는 대책이 있다”라며 앞으로 한류 확산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네. 차단은 안 됩니다. 외부에서 볼 때 (사회주의) 체제가 매우 단단해 보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 주체가 전유를 합니다. 쉽게 말해 ‘당에서 정책이 있으면 우리에게는 대책이 있다’라는 것처럼 그 엄격한 사회에서도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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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너무 심해... 이전과 같은 유행은 어려울 수도”

하지만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지금 북한에서 이뤄지고 있는 단속과 처벌 수위를 볼 때 이전처럼 한류가 확산하고 유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이시마루 대표의 관측입니다.

첫째,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북∙중 국경 봉쇄의 장기화에 둘째, 단속이 심해 한류 문화나 상품의 유입이 쉽지 않은 데다 셋째, 적발 시 중범죄 수준의 처벌을 가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한류 문화를 피하려 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싶어도 걸리면 교화소에 몇 년 동안 가야 한다면, 과연 그렇게까지 해서 볼까요. 참을 수 있는 겁니다. 또 북한에서 한류 문화가 확산한 요인으로는 시장화가 있었어요. 시장을 통해 암거래가 될 만큼 시장의 힘이 컸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단속이 심해지면, 판매하거나 보급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생각할 겁니다. 얼마 벌자고 이를 팔겠느냐는 거죠. 이전처럼 한국에서 유행한 드라마를 곧바로 북한에서 보는 한류의 확산은 앞으로 많이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합니다.

- 단속에도 한류를 막을 수 없을 거라는 견해가 우세한데요. 대표님은 좀 다른 의견이시군요.

[이시마루 지로 대표] 너무 단속이 심하니까요.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조자들도 한국 정보를 비교적 자주 접하는 편인데, 지금은 적극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으려 한답니다. 처벌이 무서워서 그렇죠. 국경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또 한국 물건을 판매해 봐야 돈벌이가 잘 안 된다면 유통도 잘 안 될 거고요. 근절까지는 어렵지만, 이전처럼 유행하는 상황은 앞으로 보기 어렵지 않을까라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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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에게 한류란?”

한국에서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민 노수현 씨는 무대에 설 때마다 늘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마음껏 가요를 부르고, 춤도 추며 문화를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아쉬움입니다.

노 씨는 북한에 있을 때 한국처럼 무대 밑에서 노래해 본 적도, 관객과 즐겁게 호응해본 적도 없습니다. 공연을 보는 북한 주민들은 늘 자리에 앉아 박수를 쳐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노수현 씨] 북한 사람들도 흥이 많은 민족이잖아요. 그 사람들도 얼마나 자리에서 춤추고 싶고, 여기에서처럼 손도 잡고 포옹도 하고 싶은데 북한 체제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빨리 통일이 돼서 북한 주민들도 소리 지르고 싶으면 지르고, 열광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거든요.

그동안 북한 사회에서 확산한 한류는 북한 주민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외부 세계를 갈망하는 마음을 대변해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특히 북한 주민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겪을 때 한국 드라마 한 편, 노래 한 곡이 희망을 주는 마음의 휴식처가 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올리비아 쉬버 연구원] 북한 주민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으로 마음의 안정이 되지 않았을까요. 북한 주민들이 지금 직면한 상황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텐데요. 우리도 보통 그럴 때 텔레비전을 켜곤 하죠. 그것이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주잖아요. (북한 주민도) 인간으로서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탈북민들은 한류가 가져다줄 힘을 믿고 있습니다. 문화가 끼치는 영향이 단기적으로 끝날 수 없듯이 당장은 강력한 단속과 처벌로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조만간 북∙중 국경이 다시 열리고 무역이 재개돼 북한 시장 활동이 활발해지면, 한류의 영향이 다시 한번 확산할 잠재력은 계속 존재하고 있습니다.

[김진아 씨(탈북민)] 북한에 정확한 한류 문화를 알려줌으로써 (남북을) 비교할만한, 특히 남북은 언어가 통하잖아요. ‘우리가 여기에서(북한) 알게 모르게 누리는 것이 한류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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