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의 현주소] <2> ‘해제 대신 강화’ 요구 더 커져

워싱턴-노정민, 한덕인 nohj@rfa.org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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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카네기국제평화기금(CEIP)이 11일 개최한 핵 정책 국제토론회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 설명하는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우측)
미국 워싱턴 카네기국제평화기금(CEIP)이 11일 개최한 핵 정책 국제토론회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 설명하는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우측)
RFA PHOTO/양희정

앵커: 대북제재의 해제를 원하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간절함과 달리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전까지 대북제재의 해제는 없다’

작은 합의(small deal)로 거론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 일부 대북제재의 완화조차도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조치와 의미 있는 정책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인데요. 제재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RFA 긴급진단, 대북제재의 현주소’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견해’를 정리해봤습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미국 내에서 제재 유지∙강화 목소리 커져
- 비핵화 이룰 만큼 여전히 충분한 압박은 아냐


[현장음: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Our goal, our objective is the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One of the reasons we were unable to reach a final agreement in Hanoi was as the president laid out, North Koreans offered a portion of their nuclear programs in exchange for a lifting basically all the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


“대북제재의 해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져야만 가능하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11일,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좌담회에서 강조한 말입니다. 이후 비건 특별대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주요국 대표들을 만나 대북제재의 이행에 관한 협의를 이어갔습니다.

미국 의회 내에서도 초당적으로 대북제재의 엄정한 이행과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위원회의 코리 가드너 위원장과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간사는 지난 18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확고히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이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제재 위반과 회피 사례를 폭로한 데 대해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중진 의원인 벤 카딘 민주당 간사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기존 대북제재의 온전한 준수를 강조했습니다.

[벤 카딘] 지금은 대북제재의 강화를 논의하는 것보다 기존 대북제재 체제가 한반도 주변 지역 국가들에 의해 온전히 준수되도록 촉구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비공개회의를 열어 대북 불법 거래를 한 의혹을 받은 선박, 기업, 개인을 제재명단에 포함하는 등 대북제재 강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비핵화를 대가로 대북제재의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는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과 강화를 강조하는 분위기입니다.

과거 미국 행정부에서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을 지낸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최근(19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에는 대북제재의 압박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미국은 가능한 오랫동안 제재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물론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 일부 제재에 대한 완화 조치가 있을 수 있지만, 마지막 비핵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미국이 주요 경제제재는 해제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제재였고, 북한에 상당히 큰 충격을 줬기 때문에 북한은 이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대북제재로 압박을 받고 있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만큼 충분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생각지 않습니다.

- 북이 요구한 5건 제재 항목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요구”
-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 꼼수였을 수도
- 제재를 협상 자산으로 취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민생경제를 이유로 미국에 해제를 요구한 대북제재 5건에 대한 반응도 냉담합니다.

김정은 정권에 가장 큰 타격을 준 대북제재는 2016~2017년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것으로 석탄과 철광석, 수산물, 섬유 등 북한의 주요 수출입을 제한함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차단한 것인데, 민생경제를 이유로 해제를 요구한 것은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도 북한이 언급한 대북제재 5건은 실제로 일반 주민에게 타격을 주지 않았다며 북한이 꼼수를 부렸을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직격탄이 된 시기는 2017년 부터입니다. 북한이 요구한 5건은 대부분 민생경제에 관한 대북제재라고 했는데, 실제로 일반 주민에는 큰 타격이 없었습니다. 북한이 5건의 대북제재의 해제를 원하는 것은 실제 효과가 없었던 2015년으로 되돌아가자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에 5건의 대북제재 해제는 중요합니다. 어쩌면 북한이 미국에 꼼수를 부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비건 특별대표가 핵 프로그램 일부의 대가로 거의 모든 대북제재의 해제를 맞바꾸는 합의는 할 수 없었다고 말한 것처럼 대북제재의 해제를 협상 자산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있습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민주주의 수호재단의 매튜 하 연구원은 북한이 하나를 포기할 때마다 보상 차원으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오히려 미국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튜 하] 북한이 한 가지를 포기하면 제재를 해제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무언가를 보상하는 차원의 협상 자산으로 제재를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이 모든 의무와 조치를 준수할 때까지 제재를 해제해서는 안 되죠. 그것이 미국의 국력과 정통성의 무게를 지키며 협상력을 유지하는 길입니다.

또 최근까지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대북제재 관련 입법 활동을 주도했던 매튜 츠바이크 전 전문위원도 5건의 대북제재 해제는 애초 비현실적인 요구였다며 미국도 제재 완화에 따른 파급력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정 박 부르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도 북한이 대북제재의 해제를 간절히 요구한 것은 그만큼 제재가 석탄, 석유, 수산업 등에서 북한에 큰 타격을 줬다는 방증이라며 이 분야에 대한 제재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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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재는 ‘목적’ 아닌 ‘수단’이란 견해도
-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예외 조치도 가능
- 개성공단 예외 조건은 노동자 임금 직접 지급


반면, 대북제재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제재를 통해 북한이 약속했거나 약속하지 않은 사안을 이행토록 독려하고, 비핵화의 속도에 따라 일부 대북제재를 완화해 줌으로써 더 큰 진전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스팀슨 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제재는 해결책이 아니라 도구라며 제재가 북한의 전략을 바꾸기보다 오히려 더 완고한 자세를 취하게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대북제재가 북한에 큰 타격을 주긴 했지만, 제재를 더 추가하고 강화할수록 북한은 더 반항적이거나 호전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오히려 비핵화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타운 연구원의 관측입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보이면 대북제재의 예외로 남북경제협력 사업 중 하나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가동을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대북제재는 도구로 사용돼야 합니다. 때로는 조이고 풀어주면서 말이죠. 또 제재는 매우 신중하게 이행돼야 좋은 거죠. 그런 가운데 개성공단의 재가동은 북한에 매우 큰 거래입니다. 저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대북제재의 예외를 인정해주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로버트 아인혼] 북한에 현금이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재개와 대한 대북제재의 예외를 두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예외 조치를 바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대북제재의 예외에 동의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는 우방국에게 상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면서도 석탄 수출 금지를 없애는 것처럼 중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라운 교수는 개성공단의 재가동이 대북제재의 예외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돼야 할 조건이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 노동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불함으로써 노동력의 착취를 중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윌리엄 브라운] 개성공단은 국가 운영 체계입니다. 북한 노동자로서는 매우 적은 임금을 받고 있죠. 국가가 대신 돈을 받고 노동자에게 물품을 주는 체계인데, 이것은 노예제도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노동자에게 음식과 옷을 주고 모든 것을 책임진다 해도 임금을 줘야죠. 국제노동기구의 규정을 위반하는 겁니다. 개성공단은 재가동할 수 있습니다. 단, 노동자에게 임금을 직접 줘야 합니다.

또 노동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면 현금이 김정은 정권에게 들어간다는 우려를 씻어냄과 동시에 노동자들의 지출을 통해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 현재로서 대북제재 완화∙해제는 쉽지 않아
- 대북제재로 자금줄 막힌 김정은 정권, 시간이 없다
- 재제 문제 해결 안 되면 김정은 통치 체제에 직격탄
- 선택의 기로에 놓인 김정은에… “북한 경제∙주민 생각하라”


지난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대북제재의 해제를 강력히 원했던 김 위원장의 모습에서 김정은 정권이 직면한 위기감과 절실함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당장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외화 부족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고 그동안 강조했던 경제발전은커녕 계획했던 일들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특권층∙부유층을 포함한 북한 주민의 불만이 확산하는 것도 점점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의 관측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 측 주장의 대부분은 대북제재를 완화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도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문제가 매우 시급하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관광특구 건설은 물론 남북경제협력 등 정치적∙경제적 계획에 큰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보거든요. 제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 쪽은 김정은 정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교착국면에 접어든 미북 관계를 고려하면 당장 대북제재의 해제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또 일부 대북제재의 완화조차도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가능한 상황입니다.

[현장음: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We are prepared to continue trying. The doors open to diplomacy. We want a very different future for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and the Korean peninsula. The president is 100% supportive of us remaining engaged diplomatically to try to achieve that goal.


하지만 김정은 정권에 대한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의 조언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핵을 포기하면 대북제재의 해제와 함께 경제 번영의 길이 열려있다.’ ‘단계적 해법이든, 일괄타격 해법이든 우선 모든 핵 관련 시설과 핵물질 생산을 동결하고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라’ ‘경제발전을 강조했듯이 북한 주민을 우선으로 생각해 결정하라’.

대북제재의 해제가 무엇보다 절실한 북한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는 미국과 국제사회, 그리고 북한 주민은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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