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코로나19’ 북한 어디로 <1> 경제난 속 올해 식량확보 ‘비상’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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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풍군 들녘에서 마을 주민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북한 개풍군 들녘에서 마을 주민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코로나 19’ 세계적 대확산은 각국의 경제, 외교, 사회는 물론 일상생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한도 예외일 수 없는데요. ‘코로나 19’ 사태는 북한의 경기침체와 식량 상황의 악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북중 국경이 봉쇄돼 쌀 재고량이 급감하고 경제활동이 제한되면서 주민들의 구매 능력이 떨어져 일찌감치 식량난이 시작된 데다, 종자·비료 등 농자재의 부족으로 농사 준비가 미흡해 올해 작황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식량안보의 위기도 북한의 식량 수급에는 불안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코로나 19’가 북한의 경제, 외교, 사회 전반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집중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코로나 19’에 따른 북한의 경기 침체와 식량 안보의 위기를 노정민 기자가 짚어봅니다.


“코로나발, 북 식량 안보 위기 고조”

“지금부터 비료가 필요한 시기인데, 많이 늦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반드시 앞으로 농사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올해 농사는 당장 영향을 받고 있고, 앞으로 5월까지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안정되지 않으면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가 최근(3월 30일) 조사한 북한 시장 물가에 따르면 쌀은 1kg에 약 5천 400원, 옥수수는 1kg에 1천900원입니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고 무역이 차단된 이후 식량을 중심으로 물가가 올랐습니다. 휘발유와 디젤유 값도 지난 1월 초보다 약 4천 원 가까이 뛰었고, 쌀값은 북한 당국이 개입해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올해 초 4천 원대 초반이었던 때와 비교하면 15~20%가량 비싼 가격입니다.

최근 중국 해관총서가 공개한 올해 1~2월 대북 수출통계에 따르면 대북 곡물 수출량이 작년 11월~12월 대비 90%나 감소하면서 중국산 쌀의 재고량이 크게 줄어든 것도 북한 내 쌀값 상승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됐습니다.

한 예로 양강도 혜산시 인민위원회 식량수급 부서인 양정부가 보유한 중국산 쌀이 국경 봉쇄 전 약 55톤에서 최근에는 11톤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북한의 식량 상황이 더 악화했고, 이미 농촌 지역에는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보릿고개가 시작됐다고 최근 (3월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저희가 양강도 혜산시를 조사했는데, 북·중 국경 봉쇄 전 혜산시 인민위원회 양정부가 보유한 중국 쌀이 55톤가량 있었다고 합니다. 무역회사가 수입해서 당국에 납입한 건데, 대체로 정부 직원들이나 기관· 기업소에 대한 배급용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바닥이 나서 지금은 11톤 밖에 없다는 조사 내용이 있었습니다. 또 농촌에서는 3월 중순부터 생산자인 농민 중에서 굶기 시작한 사람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벌써 보릿고개가 시작된 거죠. 취약계층, 즉 노인이나 남자가 부족한 곳에서는 절량세대가 생기고 있다는 겁니다.

·중 국경의 오랜 봉쇄로 쌀 공급량이 감소한 것 외에 경기 침체에 따른 북한 주민의 구매력 저하도 식량 상황이 악화한 중요한 이유로 지목됩니다.

북한 시장에 중국산 물건이 없다 보니 장사가 잘 안 되고, 상인들의 현금 수입도 덩달아 줄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쌀과 옥수수가 판매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사 먹을 돈이 없는 겁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한국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코로나 19’로 공식 무역과 밀수를 통한 식량 공급이 줄어든 데다 현금 수입이 없어 쌀을 사 먹지 못하는 북한 주민이 늘어났다고 지적했습니다.

[권태진 원장] 시장 활동이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시장을 통해 개인이 돈을 벌고 그것으로 쌀을 사 먹어야 하는데, 돈벌이가 안 되니까 소비자 입장에서 식량 구매 능력이 떨어진 것이죠. 이 모든 것이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생긴 일이기도 합니다.

또 중국 내에서 ‘코로나 19’ 사태로 북한에 곡물을 수출하기가 여의치 않은 점도 식량 상황의 악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한국 농촌진흥청 등이 지난해 수확량을 기준으로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약 100만 톤으로 추정하는 가운데 ‘코로나 19’ 에 따른 북한의 식량 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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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농사가 더 문제… 식량 악화 가능성 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당장 북한의 식량 상황이 나빠진 것도 문제지만, 올해 농사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더 우려합니다.

북중 국경의 봉쇄로 종자와 비료 수입이 원활치 못했고, 북한 내에서도 비료 생산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대북제재에 따라 농기계에 필요한 연료 수입이 제한을 받는 데다 기본적인 못자리 비닐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다 보니 당장 올해 농사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권태진 원장은 지적했습니다.

[권태진 원장] 특히 제일 중요한 것이 비료일 텐데, 북한이 2018~2019년에는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았거든요. 반면, 북한이 유엔 대북제재를 받으면서 비료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의 비료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무상지원을 받아 버티는 상황인데, 올해는 중국도 ‘코로나 19’ 때문에 비료 생산이 줄었을 테고, 중국에서도 비료가 남아야 지원을 할 텐데 이런 것이 작년보다 못합니다. 올해 4월~5월 영농시기에 비료 부족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함경북도의 한 농장에서는 최근까지도(3월 중순) 당국으로부터 비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창 비료가 필요한 시기임에도 공급이 늦어진 겁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매년 전국적으로 시행하던 거름 생산도 대부분 도시에서는 ‘코로나 19’의 확산 우려에 따라 중단했습니다. 당연히 올해 농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관측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비료는 공장에서 만드는 화학비료와 주민들이 만드는 거름 생산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1월 중순 경부터 전국적으로 거름 생산에 들어갑니다. 도시 주민, 농촌 사람들 모두 과제량을 정하고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코로나 19’가 발병하면서 대부분 도시에서는 중단됐어요. 사람의 배설물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발표가 있어서 북한 보건당국이 인분을 접하게 되는 거름 생산을 중단시킨 것 같습니다. 농촌에서는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번기를 맞아 일손이 부족한 농민들을 돕기 위한 ‘농촌 동원’도 ‘코로나 19’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도시 주민이 농촌으로 이동하고, 집단생활도 해야 하는데 이를 통한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의 감염·확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농촌 동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협동 농장의 식량 사정이 여의치 않아 도시 주민의 농촌 동원을 받지 않는 농장이 생기는가 하면 농민 사이에서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농장 출근율이 떨어졌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3월 3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주민이 ‘코로나 19’의 감염과 확산 위험 가운데에도 협동 농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북한 당국이 그동안 ‘코로나 19’ 확산을 우려해 대규모 집회를 취소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했지만, 식량 생산을 위한 농촌 동원은 강행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쌀농사는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해야 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도 일을 안 할 수는 없죠. 그런 상황에서도 북한 주민이 다같이 모여 일하도록 해야 하는 건지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부 농장에서는 군인을 동원하고 성과에 대한 경쟁을 유도하며 농사 준비를 시작했지만, 이미 ‘코로나 19’의 여파로 종자, 비료, 연료, 농자재, 인력 등 모든 것이 부족해 당장 올해 작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 이는 “‘코로나 19’사태가 빨리 안정되지 않으면 올해 북한의 식량 안보 위기는 어느 해보다 클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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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식량 안보 위기…북한에 영향 줄까?”

‘코로나 19’는 국제사회의 식량 안보 위기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4월 초에만 10여 개(4월 2일 기준 11개) 나라가 자국의 식량 안보를 위해 곡물 수출을 중단했거나 금지 조치를 내릴 예정인데, 동참하는 국가 수가 늘고 있습니다.

윁남(베트남)이 지난달 24일부터 4일간 쌀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캄보디아도 한 달 동안(4월 5일- 5월 5일) 쌀 수출을 중단합니다. 러시아에 이어 카자흐스탄도 밀을 비롯한 곡물 수출을 금지했고, 벨라루스와 아르메니아도 6월 말까지 곡물 수출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19’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식량 안보 위기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취한 조치들입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최근(3월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과거 사스, 메르스 등과 같은 전염병이 확산했을 때에 물자 공급의 제한, 노동력 부족 등이 식량 생산에 끼친 악영향을 지적했습니다. 또 이번 ‘코로나 19’로 많은 국가가 쌀 수출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 국제 시장에서 쌀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서는 내다봤습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의 조셉 글라우버 선임연구원은 최근(4월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각 국가의 수출 제한 기간이 짧아 파장이 미미하고, 세계 곡물 재고량도 과거 2007~2008년 식량 파동 당시보다 풍부하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글라우버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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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진 원장도 현재 상황이 국제 식량안보의 위기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또 중국의 식량 사정이 나쁘지 않은 것도 북한에는 다행이지만,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국제 식량 안보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것은 북한의 식량 수급에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권태진 원장] 현재 중국의 곡물 사정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작지만, 국제 식량 안보에 움직임을 보이면 중국 시장도 영향을 받거든요. 특히 북한과 접경 지역인 동북 3성 지방의 곡물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북한의 식량 수급 안정에 결코 좋은 일은 아니죠. 국제시장의 곡물 불안이 북한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죠. 결코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글라우드 선임연구원도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는 북한이 국제 곡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자체 수확량에 크게 의존해야 할 처지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코로나 19’의 여파로 농사 준비가 차질이 빚으면서 작황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식량 안보의 보장을 위해 전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때에 이미 식량 부족국가인 북한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 국가가 경제보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북한이 해결해야 할 식량 안보와 의료·보건 정책은 앞으로 김정은 정권에게 큰 압박이자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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