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주민 상당수 식량구매 못해”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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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e_farm-620.jpg 북한 사리원 미곡리협동농장에서 벼농사를 짓는 모습.
AP Photo/Dita Alangkara

앵커: 올해 초부터 전 세계에 확산한 ‘코로나 19’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은 가운데 미국, 한국, 일본의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 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식량 안보를 위한 북한 당국의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 위한 투명한 정보 공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 19’로 두 달 넘게 북 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북한의 경제 식량 상황에 대해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 권태진 한국 GS&J 인스티튜트 북한 동북아연구원장,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와 함께 분석 전망해봤습니다.

대담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인터뷰는 지난 3월 30일 각각 별도로 진행됐습니다.)

권태진 원장님,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윌리엄 브라운 교수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세 분 모두 북한 경제 전문가이신데요. 우선 코로나 19가 북한 경제와 식량 상황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권태진 원장] ‘코로나 19’가 아니더라도 지난 가을 작황이 그렇게 좋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식량난은 미리 예견돼 있던 것인데, ‘코로나 19’가 발생함으로써 우려했던 식량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몇 가지 요인을 들 수 있는데, 북한이 매년 필요로 하는 식량을 575만 톤 정도로 보는데, 각 기관의 평가에 따라 올해 북한의 곡물 부족량이 적게는 75만 톤에서 많게는 110만 톤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서 들여와야 하잖아요. 하나는 국제사회의 무상 지원 방식이 있고, 다른 하나는 주로 상업적 수입을 통해서 이를 해결하는데, 중국에서 곡물을 들여오거든요. 공식적인 상업적 수입과 국가기관이 개입해 대규모로 수입하는 비공식 형태가 일반화 돼 있는데, 올해 국경이 폐쇄되면서 두 가지 모두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북한 시장의 곡물 공급 자체가 줄어든 상황입니다.

또 하나는 시장 활동이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시장을 통해 개인이 돈을 벌고 그것으로 쌀을 사 먹어야 하는데, 돈벌이가 안 되니까 소비자 입장에서 식량 구매 능력이 떨어진 것이죠. 이 모든 것이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생긴 일이기도 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인 1월 말과 3월 말을 비교하면 백미값이 15%가량 올랐습니다. 이것은 역시 국경을  봉쇄하자마자 중국에서 많은 물건이 들어오지 않았지 않습니까? 거의 모든 물가가 올라갔지만, 쌀은 국내에 아직 있습니다. 옥수수도 있고요. 중국 제품의 물가가 오르면서 장사꾼들이 이를 기회로 보고 안 팔려는 경향이 있어 오른 것이 있고요,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 환율이 오르니까 북한 돈으로 계산해서 북한 시장의 물가도 오르게 됐습니다. 북한 당국도 물가에 개입했기 시작했고, 지정값보다 비싸게 팔면 몰수 또는 제재를 받기 때문에 쌀값은 비교적 안정세입니다.

또 시장에는 쌀이 있습니다. 시장에 있는 쌀은 민간보유 식량이죠. 이것이 부족한 현상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의 현금 수입이 많이 줄면서 구매하기 어려운 점도 있고요. 반면에 정부가 보유하는 쌀이 많이 모자라게 된 것 같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교수] ‘코로나 19’로 북한은 중국과 국경을 일찍 봉쇄했습니다. 당시에는 과잉 대응으로 비쳤지만, 지금으로서는 현명한 조치였을 수 있죠. 북 중 간의 여행, 노동자 파견 등이 중단됐고, 이것은 북한 경제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지난해 가을 북한의 수확량은 나쁘지 않았다고 보는데, 아마 예년처럼 지금쯤 식량이 바닥나고 있을 겁니다.

또 북한 시장이 발달하면서 식량뿐 아니라 수산물, 야채, 과일 등을 수입하고 수출하는데, 북 중 국경이 봉쇄돼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세관이 최근 발표한 지난 1월~2월 대북 무역 통계를 보면 중국으로부터 곡물 수입이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죠. 이는 북한 시장의 물가 상승을 불러오게 되는데, ‘아시아프레스’의 물가 동향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권태진 원장님과 확인하고 싶은 것은, 브라운 교수님도 언급했지만 지난해 농사 작황이 괜찮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원장님은 좋지 않았다고 분석하셨는데, 왜 그렇게 보시나요?

[권태진 원장] 제가 파악하고 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지난 연말, 당 전원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농업 부문의 실적을 이야기하면서 여느 해보다 대풍이었다고 평가했거든요. 그것은 사실이 아닐 겁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에서도 2018년 대비 2019년 곡물 생산량이 2% 늘었다고 평가하지만, 2018년에는 전례 없는 흉년이었거든요. 2% 가 늘었다고 해도 생산량은 최근 10년 이내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평가하고 있고, 미국 농무부에서는 오히려 더 줄었다고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 식량 생산량이 괜찮았다고 하는 것은 제가 아는 정보와 좀 다릅니다.

결국, 코로나 19 때문에 북한의 전반적인 식량 상황이 나빠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대표] 아직 판단은 좀 유보적인데, 왜냐하면 북한이 보유한 쌀은 작년 가을에 수확한 것이잖아요. 당시는 ‘코로나 19’의 직접적인 영향이 없으니까 식량이 부족한 것은 작년에 농사가 잘 안됐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곡물 수입은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수입한 쌀이 떨어지면 곧바로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아마 북한 당국에서도 중국 정부에 식량 지원이나 수입 재개를 빨리하자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권태진 원장] 가뜩이나 좋지 않은 북한의 식량 사정에 ‘코로나 19’사태가 더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올해 식량 사정은 매우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 중에는 상당수가 식량을 구매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하고요. 심지어 협동 농장에 있는 농민 중에도 제대로 먹지 못해 농장 출근율이 매우 낮아졌다는 말도 들리거든요. 올해는 여느 해와 다르게 식량 위기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지금 북한이 직면한 경기 침체, 식량 상황도 문제이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 같은데요. 코로나 19 때문에 농사 준비도 매우 어렵지 않을까요?

[권태진 원장] 그 부분이 매우 우려스러운 겁니다.  가장 현실적으로 3월~4월에는 농자재가 공급돼야 할 시기인데요. 북한에는 최근 농장마다 책임경영제가 강화되면서 더 좋은 종자들, 특히 옥수수나 콩 등은 통계적으로 수입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수출입이 원활하지 못하고요.

제일 중요한 것이 비료인데, 북한이 중국의 무상지원을 받아 버티는 상황이지만, 올해는 중국도 ‘코로나 19’ 때문에 비료 생산도 줄었을 테고, 중국에서도 자체적으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비료가 남아야 지원을 하지 않습니까? 이런 것이 작년보다 못합니다. 또 비료를 보내려면 운송 수단이 원활해야 하는데, 이것도 제대로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올해 3월 ~4월 영농시기에 비료 부족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저희도 조사를 했습니다. 농사는 비료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습니까? 공장에서 만드는 화학비료와 인민들이 만드는 거름 생산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1월 중순경부터 전국적으로 거름 생산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대부분 도시에서는 중단됐어요.

또 두 번째는 공장에서 생산한 비료나 수입 비료를 농장에 주고 있는가의 문제인데, 지난 3월 중순경 함경북도 농장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직 국가에서 비료를 주지 않았다고 했거든요. 비료가 필요할 시기인데, 많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반드시 앞으로 농사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권태진 원장] 또 지금 농기계에 필요한 연료도 물량의 제한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도 영농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테고, 못자리 비닐도 수입해야 하는데, 이것도 제대로 수송이 잘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올해 북한의 농사는 당장 영향을 받고 있고요. 앞으로 5월까지 ‘코로나 19’사태가 빨리 안정이 안 되면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코로나 19 상황에서 최근 곡물 수출을 일시 중단하는 국가가 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국제사회의 쌀 수출 중단 조치나 곡물가격의 상승이 북한의 식량 사정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는데요. 최근 각국의 이같은 조치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윌리엄 브라운 교수]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곡물 수출금지 조치가 오래갈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자국의 시장 경제를 통제하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미 북한에 발달한 시장 경제를 통해 북한에서 과거처럼 기근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봅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영향이 당연히 생길 수 있죠. 하지만 첫째도, 둘째도 중국의 결단입니다. 만약 중국에서 베트남이나 러시아처럼 식량 안보가 우선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수출이 줄이면 북한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이것은 정치적인 불안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북 곡물 수출을 막을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김정은 정권에서는 이것도 식량안보 측면에서 불안 요소가 되겠죠. 북한의 수요량을 국내 생산만으로 충당할 수 없으니까 골치 아픈 일이 될 겁니다.

[권태진 원장] 현재 중국의 곡물 사정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작지만, 국제적인 식량 안보 움직임이 보이면 어쩔 수 없이 중국 시장도 영향을 받게 되거든요. 러시아도 부분적으로 밀가루를 북한에 무상으로 지원하거나 베트남도 간혹 북한에 무상 지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국제시장의 곡물 불안이 북한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죠. 결코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기라 할 정도는 아닙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각국이 적어도 식량 안보에 대해서 각별히 신경을 쓰죠. 시장에서도 비상식량 사재기를 많이 하는 것이 곡물 통제로 이어지는 것인데, 이것이 국제적으로 위기는 아니지만, 상당히 영향을 주는 것이죠.

그래서 코로나 19와 관련해 의료지원뿐 아니라 식량 경제 지원도 매우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교수]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인도주의 지원을 제안했지만, 현재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인도주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보 공개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현재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혹 대북지원을 하더라도 과연 이 지원이 필요한 것인지,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등을 북한이 공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권태진 원장] 이것이 모두 인도주의적 물자인데, 올해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은 어느 때보다 나쁘기 때문에 ‘코로나 19’에 관한 보건 의료 지원과 함께 인도주의 지원이 되지 않으면 올해 북한의 상반기는 엄청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을 수용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북한이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것도 보여줘야 하는데요. 북한이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 협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  . 권태진 원장님,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윌리엄 브라운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세 전문가와 함께 코로나 19에 따른 북한 내 경제 식량 상황에 대한 분석과 전망 살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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