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접경서 해상 밀무역 본격재개 ‘시동’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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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접경서 해상 밀무역 본격재개 ‘시동’ 최근 어업 활동을 재개한 중국 둥강(東港) 지역의 하구. 이곳의 어선들은 정상적인 어업 활동 외에 북한과 밀무역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FA

앵커: 코로나19 탓에 그동안 금지돼온, 북∙중 접경 중국 둥강(東港) 지역의 어업 활동이 이달 초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도 어업 활동과 해상 무역을 허용하면서 중국 밀수업자들이 북한을 상대로 본격적인 밀무역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대부분 유엔 대북제재 위반입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와 미국이 북∙중 간 해상 밀무역을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를 원천봉쇄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둥강, 어업 활동 개시... 북∙중 해상 밀무역 활기 가능성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비단섬과 마주하는 중국 둥강 하구.



중국 당국의 어업 활동 규제가 풀린 지난 4월 5일. 여러 척의 소형 어선을 소유하고 있는 한 중국인 선장은 출항 준비에 들뜬 모습입니다. 이 선장이 휴대전화로 촬영해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제공한 동영상에는 북한을 드나들며 수산물을 중심으로 밀무역을 해 수익을 올리던 선박들이 보입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둥강 지역의 어선들에 대해 어업 활동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최근까지도 북한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어업 활동을 하지 않았고, 국경 경비까지 삼엄해 혹시라도 중국 어선들이 대북 밀무역에 나섰다가 북한 경비병으로부터 해를 입을 수도 있는 등 신변 안전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밀무역에 직접 가담해왔던 이 중국인 선장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북한에서 어업 활동을 재개하고 4월부터는 일부 기관에 한해 해상 무역 활동까지 허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둥강 지역 내 대북 밀수업자들도 바빠졌습니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단둥의 한 대북 임가공업자도 (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 둥강 지역의 어업 활동 규제가 풀리면서 북한과 밀무역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단둥 임가공업자] 저쪽(북한)에서 어로 활동을 허용했다는 말을 듣고 밀수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면서 중국의 밀수업자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죠.

앞서 지난 3월 말 중국 단둥의 한 무역업자는 북∙중 간 해상에서 밀무역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망했습니다.

[단둥 무역업자 (3월 26일)] 바다로 밀수하는 사람들은 준비를 서두르고 있어요. 해상으로 나갈 것은 저쪽(북한)에서 들여가려고 움직이고 있고, 이쪽(중국)에서도 부두 가까운 곳에 물자들을 집합시키고 있고, 건설 자재나 급하게 필요한 것은 바다로 많이 움직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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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산물의 주요 수출 거점인 북한 룡암포(오른쪽)과 중국 둥강(왼쪽) / 구글 어스 캡쳐



단둥 무역업자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주로 거래돼 온 밀무역 품목은 북한 수산물입니다.

특히 비단섬 오른쪽에 있는 룡암포는 북한 수산물이 중국으로 나가는 주요 통로인데, 룡암포와 둥강에는 각각 냉동창고도 잘 갖춰져 있고, 수산물을 다루는 밀수업자가 많아 유엔의 대북제재를 피하면서 거래하는 장소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이달 초에는 북한산 냉동 오징어가 밀수를 통해 중국으로 반입됐다는 것이 이 무역업자의 설명입니다.

또 대북 임가공업자는 비단섬 위쪽에서 황금평을 지나는 좁은 수로가 북∙중 사이 거리도 가깝고, 중국 해경의 단속도 불가능해 해상 밀무역의 최상의 통로 중 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단둥 임가공업자] 비단섬 위쪽과 황금평 사이의 수로가 밀수 배가 다니는 통로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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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둥강에서 비단섬 위쪽과 황금평을 지나는 좁은 수로는 대북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주요 밀무역 통로로 잘 알려져 있다. / 구글 어스 캡쳐


미 민주주의 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최근(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해상을 통한 북∙중 간 밀무역은 근절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즉 일 년도 더 지난 시점부터 지속해 온 것 같습니다. 중국은 석유나 석탄과 같은 물품들을 해상 선박 운송을 이용해 대북제재 조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해상 밀수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수출도 이렇게 해상을 통해 이뤄지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는 일반적이고요. 북한과 중국의 관점에서 서로 의존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사실은 아니라고 봅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미 국무부 “해상 밀무역 우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북∙중 국경이 일 년 넘게 봉쇄됐지만, 해상을 통한 양국의 밀무역과 대북제재 위반 행위는 근절되기 어렵다는 것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와 미국 정부, 제재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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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공개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최종 보고서의 일부



지난 3월 3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공개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최종 보고서의 지적에 따르면 북한으로 정제유 제품을 운반한 선박들이 중국 기관과 연관됐는가 하면 이들의 주된 활동 무대도 중국 영해였습니다.

또 보고서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 석탄 수출이 금지됐음에도 북한이 석탄을 싣고 수출하는 선박의 움직임이 포착됐을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조업권 판매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중국이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이 밖에도 보고서에는 북한의 불법 금융 거래나 사이버 해킹 활동 등 내용도 많습니다. 러시아나 중국이 애써 축소하려 하지만,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에 대한 많은 정보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마 보고서에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겁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 금융과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아론 아놀드 위원은 지난 8일 보고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북한이 수산물 수출과 조업권 판매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해상을 이용한 북∙중 간 밀무역에 대해 미 국무부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지난 8일) 북중 간 해상 밀무역에 관한 자유아시아방송의 논평 요청에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제재 회피 노력을 통해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라며 “미국 정부는 모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안에 따라 중국 정부가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밀수업자들, 모처럼 특수 기대

둥강지역에서 북한과 밀무역에 간여해온 중국인 선장은 유엔과 미국 정부의 감시와 우려에도 중국 밀수업자들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둥강 외에 이름 없는 작은 포구들에서도 100톤 미만의 소형 선박들을 이용해 수산물 중심의 북한산 물품을 수입하는 대신 건축 자재나 영농 물자, 생활용품 등을 수출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상 밀무역을 통한 특수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라고 이 선장은 덧붙였습니다.

중국 둥강의 어업 활동 재개와 북한의 해상 무역 허가 등이 맞물리면서 이 지역의 해상 밀무역이 다시 활기를 띨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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