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코로나19’ 북한 어디로 <3> 주민들 불만 커져∙∙∙군량미 방출 요구도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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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e_farm-620.jpg 북한 강원도의 논에서 벼농사를 짓는 주민들.
AP Photo/Wong Maye

앵커: ‘코로나 19’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일관성 없는 북한 당국의 대처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군량미라도 풀어서 먹고 살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할 정도인데요.

하지만 김정은 정권은 이렇게 나빠진 민심보다는 당과 군의 핵심 권력층이 피해를 입고 권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결국, 북한 주민들은 ‘코로나 19’라는 위기를 통해 새로운 각자도생으로 생존법을 터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코로나 19’가 북한의 경제, 외교, 사회 전반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집중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코로나 19’에 따른 북한 내부의 민심이반과 사회 변화 가능성을 노정민 기자가 짚어봅니다.



북 당국의 갈팡질팡 대응에 불만 고조

“민심이나 마나 사람들이 못 살겠다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아우성이랍니다. ”

“군량미를 풀어라, 이거죠. 지금이 준전시와 같은데 왜 군량미를 안 푸느냐. 기본적으로 군량미 풀라는 겁니다.”


최근(3월 말~4월 초) 북한 내부 주민과 직접 전화 통화한 탈북자들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해 준 북한 내 현재 민심입니다.

‘코로나 19’ 차단을 위해 북한 당국이 북중 국경을 두 달 넘게 봉쇄하고, 무역과 밀수 등을 금지한 데다 주민들의 이동까지 통제하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민심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입니다.

한국에 살고있는 한 50대 탈북 여성은 현재 북한 내부에서는 당국의 이동 통제로 경제 활동을 못하게 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최근(4월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50대 탈북 여성] 기본적으로 생계가 일차적으로 문제인데, 고난의 행군 때에는 장사할 줄 몰라서 굶어 죽었다면 지금은 정부가 이동을 못 하게 해서, 지금 굶어 죽는 것은 김정은의 문제라고 하는 것이 흥미로웠거든요. 지금 사재기가 멈췄고, 쌀값은 내려갔지만, 장사가 경직돼 있으니까 이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지난달 말 북한 북부 지방에 사는 가족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탈북 여성 이선화(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사용) 씨도 ‘코로나 19’ 사태로 물가는 오르는데 현금 수입은 줄면서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선화 씨(가명)] 경제적으로 쌀값, 기름값, 고깃값, 땔감 등이 오른 데다, 민심이나 마나 사람들이 못 살겠다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아우성이랍니다.

이처럼 ‘코로나 19’ 여파로 생활고가 지속되면서 강력 사건을 포함한 각종 사회 범죄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에 이은 ‘코로나 19’로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지면서 이전보다 강력 범죄는 늘어나고 주민들은 불안에 떠는 등 북한 내부가 아주 뒤숭숭하다고 탈북자들은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의 일관성 없는 대책도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북한 국영 매체와 지시문 등을 통해 ‘코로나 19’의 심각성을 알리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주민에 대해서는 강력히 단속하면서도 정작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이나 사망자에 대해서는 모두 급성 폐렴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인민반, 기업소, 학교 등에서 ‘코로나 19’에 대해 많이 듣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에 대해 당국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습니다.

[50대 탈북 여성] 코로나에 대해서 선전을 많이 하는데 실질적으로 아파서 오면 당장 죽어가는 환자도 ‘코로나 19’가 아닌 급성 폐렴으로 진단해요. 사망해도 급성 폐렴으로 한다고요.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례는 없는 거죠. ‘코로나 19’에 대한 상식을 많이 알려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 진단과 사망자의 사인을 일반적인 질병으로 덮어버리니까 이런 것에 사람들이 억울해하더라고요. 북한의 이중적인 태도인 거죠.

또 ‘코로나 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모이지 말라고 하면서 특별한 방역 조치 없이 장마당과 공장 등을 운영하거나 정치 목적으로 선발대를 다른 지역에 파견하는 등 정책과 이행 사이에 드러나는 모순도 주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느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은 최근(4월 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 19’로 기본적인 이동조차 허용하지 않는 데 대해 주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위원] 북한은 지금 ‘코로나 19’ 때문에 지역 간에 오가는 것을 봉쇄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중 국경 지역은 100세대나 150세대마다 인민반, 그 단위 이외를 오가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당연히 고난의 행군의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고요. 그렇게 되면 북한 정부가 자력갱생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겠느냐는 불만도 있을 것 같고, 민심은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북 주민 불만 폭발에 김정은 정권은?

무역일꾼을 중심으로 일부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코로나 19’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이고 선진국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국이 최소한의 경제적 대책만이라도 내놓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은 한국 정부가 대다수 국민에게 긴급생계비를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북한 당국의 대응과 비교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생계 위기에 직면한 주민을 위해 군량미라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50대 탈북 여성] 군량미를 풀어라, 이거죠. 지금이 준전시와 같은데 왜 군량미를 안 푸느냐. 기본적으로 군량미 풀라는 겁니다.

‘코로나 19’에 따른 민심 악화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작지 않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이후 뚜렷한 경제발전을 이루지 못한 데다 미북 정상회담을 통한 대북제재의 완화에도 실패한 상황에서 ‘코로나 19’가 불러온 국내외적 위기는 김 위원장이 권력 유지에 불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마키노 편집위원은 관측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김정은 정권의 입장으로서는 너무나 타이밍이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이 권력을 계승한 지 10여 년 동안 대규모 건설 사업들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실패해서 많이 낭비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시기가 되고 있습니다. 또 미사일이나 핵개발도 많이 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강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코로나 19’도 생겼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자신의 권력 유지에 불안을 느끼고 있고, 그런 불만이 있기 때문에 리만권 씨나 북한 간부들을 경질시키고, 대신 자신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승진시키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가 급속히 불안정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반면, ‘코로나 19’에 따른 북한 내부의 불만은 늘 그랬듯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안경수 한국 통일북한의료복지연구센터장은 최근(4월 6일)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주민의 불만이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민생 정책을 이끌어 낼 동력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북한의 민심이 좋았던 적이 없습니다. 살기 힘들고 불평등한 사회이기 때문에 민심은 좋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실제 가진 생각이 움직임으로 연결되는 것은 다르거든요. 민심 때문에 북한 사회가 어떻게 변할까란 희망과는 관계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선임 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코로나 19’ 사태가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가져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과거 고난의 행군 당시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이 숨졌을 때도 김씨 가문은 살아남았다고 그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Still, even a severe coronavirus outbreak is unlikely to bring the regime to heel. The Kim family dynasty has survived terrible tragedies in the past—an estimated two million to three million people died during a famine in the 1990s.)

다만 ‘코로나 19’에 대한 여파가 장기화하면 당, 군 핵심 권력층의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고, 이것이 오히려 김정은 정권에 대한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고 테리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코로나 19, 새로운 ‘각자도생’ 제시…최소 비상약은 구비할 것

탈북자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코로나 19’가 북한 주민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전무하다시피 한 북한 당국의 대책 속에서 결국, 북한 주민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우선 ‘코로나 19’라는 전 세계적 유행병을 겪으면서 가정마다 기본적인 비상약은 꼭 구비해놓을 가능성이 커지는 등 북한 주민들이 보건 위기에 자체적으로 대비해 나갈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50대 탈북 여성] 사람들이 ‘비상약은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확실히 할 것 같아요. 하다못해 마스크라도 갖고 있다든지. 개인 비상용품은 꼭 있어야겠다는 인식이 박혀 있을 것 같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고난의 행군을 다 겪었기 때문에 북한 사람은 위기를 잘 극복합니다. 이번에도 이런 위기를 겪으면서 나름대로 발전을 하겠죠. 최근에 북한 의사가 한국산 마스크를 쓰고 있던 것이 화제가 됐습니다. 시장에서 가장 좋은 것을 달라고 하니까 한국산을 줬겠죠. 그렇게 보면 앞으로는 북한 시장에서 방역 물품, 보건 의료 물품이 더 다양하게 구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제적 대비도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주민들이 격리와 통제 등으로 오랫동안 장사를 못 하는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둔 대비에도 나설 것이란 설명입니다.

또 휴대전화, 대북방송을 통해 접하는 외부 정보에 대한 의존도도 커질 전망입니다. 북한 당국이 알려주지 않는 ‘코로나 19’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뿐 아니라 경제활동에 영향을 줄 국제 정세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북한 주민의 가장 큰 관심은 경제뿐이라며 북중 무역 재개에 대한 소문만으로 희망을 품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최근(3월 3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코로나 19’에 따른 통제가 오랫동안 강압적으로 지속되지 않았습니까? 최근 중국에서 감염자가 줄어들고 일부 무역이 재개됐다고 하는데, 북한에서 바로 소문이 퍼졌어요. 중국에서 ‘코로나 19’의 영향이 줄어들었으니 무역이 재개될 것이란 희망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는, 물론 여러 가지 강압적인 통제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첫째, 둘째도 역시 경제입니다.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 북한 당국은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의심 증상 환자가 사망하고 있다’라거나 ‘식량난으로 굶는 주민이 늘고 있다’, ‘‘코로나 19’ 방역비를 주민에게 부담하고 있다’는 등 암울한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민심은 악화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코로나 19’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북한 주민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지켜야하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를 ‘인권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로버트 킹 전 특사] 중요한 것은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큰 위기 속에도 인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그들의 외교 정책과 주민들을 대하는 데 기반이 되는 사안임과 동시에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적용돼야 합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여전히 심각하게 이어지는 인권 유린은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코로나 19’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의 건강과 생계 문제를 ‘각자도생’ 방식이 아닌, 함께 고민하고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 속에 북한 주민을 대하는 기반으로서 인권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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