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코로나 19’속 한반도 정세] ④ 김준형 “통 큰 대북 승부수 던질 때”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5-06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앵커: 전 세계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 19’로 국제 질서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북,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준형 한국 국립외교원장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회견에서 올해 미북 관계는 특별한 반전 없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하고 한국이 다시 중재자 역할을 회복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김 원장은 ‘코로나 19’, ‘미국 대선’ 등을 고려하면 올해가 남북관계 개선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 한국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분석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코로나 19’의 전 세계적 대유행 속에 한반도 정세를 분석 전망하는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네 번째 시간으로 김준형 한국 국립외교원장으로부터 ‘남북관계’에 관한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올해 미북 관계, 지난해 교착 국면 반복 가능성

-      김준형 국립외교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최근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이 미국의 전직 행정부 관리들과 학자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 모두가 최소한 올해 안에는 미북 대화의 재개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했습니다. 코로나 19’ 국면도 특별한 돌파구가 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요. 원장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지난 2017년에는 위기 국면으로써 엑스(X)였다면 2018년은 대반전을 이루면서 오( O)가 됐죠. 그리고 2019년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일종의 세모였다면, 2020년에는 이 세 가지 중 어떤 것이 될 것이냐와 연결될 텐데, 객관적으로 보면 저도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2019년의 반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완전히 닫혔다고 볼 수는 없고요. 북한도, 미국도 모두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결국, 한국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한국이 역할을 하며 움직였을 때 미국이나 북한이 이에 호응할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지금 미국은 대통령 선거 때문에 상황관리가 더 이익이라고 보는 쪽인 것 같고, 북한은 지난 2~3년 동안 나름 성의를 보이고 양보를 했음에도 (미국이) 안 움직이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한국이 확실한 약속을 해주기 전까지는 안 나올 것 같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미국이나 북한이 먼저 움직이기는 힘들 것 같고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올해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최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이김으로써 상황은 제일 좋습니다만, 어떤 카드를 가져가야 미국과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느냐는 점에서 상당히 제한적임을 고려하면 지난 2019년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서로 관계는 좋다고 하는데, 원장님께서는 냉정하게 정상의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지난 25~30년의 미북 관계, 소위 핵 문제가 발생한 이후의 미북 관계는 대부분 바텀업(bottom-up:상향식), 주로 차관보급에서 대화하다가 위로 안 올라갔다면,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은 방법론에서 탑다운(top-down: 하향식)이 처음이었습니다. 최고 권력자들이 문제를 직접 주관하고 회담했기 때문에 이것은 획기적인 일이었죠. 채널 전체가 크게 향상됐기 때문에 희망을 가졌던 건데 채널 자체는 살아있지만, 그 채널이 실무선으로 다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죠. 북한이 기대했던 것도, 자신들의 체제와 비슷하게 인식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이 그런 성향을 보였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거나 약속했던 것들을 가져가면 일이 다 될 줄 알았던 거죠.

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것이 실제로 실천이 안 되는 것을 보게 됐죠. 그리고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채널의 엄청난 손상을 가져왔는데,  북한이 지난 2년간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을 겁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북한에 호의를 두고 살아있는 채널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정도인데, 이 두 사람을 밀어내면 완전히 끊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여러 번 친서에서도 나타나고,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의 발표에서도 나타나지만, 두 정상의 친분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심정이지 않습니까? 그 심정이 정확하다고 보는데, 이 협상 판을 깨버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인 거죠.

-      미국의 전문가는 이런 관측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재선에 성공하면 북한과 합의하고자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여기에 희망을 걸고 있지 않겠느냐는 거죠.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이것이 북한의 딜레마이기도 한데, 저는 북한이 입장을 정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력갱생인데요. 견디자는 거죠. 왜냐하면, 그동안 희망을 가졌던 것이 제대로 안 됐고, 북한 내부에서도 농락당했다고 볼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은 있지만, 약속했던 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불신이 있지 않겠습니까. 미국은 ‘일단 나와서 대화하자’고 하지만, 북한은 ‘나가서 이야기해봤자 실천이 안 된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아래에서 위로 안 갔다면, 지금은 위에서 아래로 안 간다고 느꼈을 거예요.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말한 것처럼 11월 대선까지 기다렸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될 것이냐. 이것은 기대라기보다 여전히 의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선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면, 그동안 북한은 제재를 견뎌야 하는데, 그렇다고 그 기대가 과연 보증수표냐는 거죠. 북한이 그 기대에만 모든 것을 걸고 기다리면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내부적으로 자력갱생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미국이 이를(대화) 살리고 싶으면 확실한 것을 가져오라’는 것이 북한의 새로운 길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RFA 그래픽

 

“‘코로나 19’ 충분한 완충의 시간... 한국, 중재자로서 과감한 역할 나설

-      미국과 북한의 상황을 정리해주셨는데요. 이런 미북 간의 교착국면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앞서가는 한국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우세하고, 북한은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참 어려운 일인데요. 말씀하신 것이 지금만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 국면을 불러왔던 2018년을 복기해보면 한국이 확실한 중재자였죠. 2017년의 미북 관계는 말 폭탄이라 할지라도 전쟁 직전까지 갔었고, 2017년 말부터 평창올림픽까지 한국이 확실한 중재자였습니다. 그리고 2018년 1월,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는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받아들이면서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것이었고요. 한국 특사가 사실상 미국과 북한을 연결했죠. 또 평양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영변 포기를 받아왔는데, 미국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을 설득시키지 못한 한국에 대한 실망이 있고요. 미국과는 친분을 유지하지만, 신뢰를 못 하는 상황이고요.

그렇다면 한국은 다시 중재자의 역할을 회복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 회복이 어려운 것은, 북한이 한국에 한 번 실망했기 때문에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더는 기대를 안 한다는 것이고, 미국은 한국이 너무 앞서가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는 그 중간에 (한국이) 있는 것이잖아요. 또 한국이 중재자의 역할을 했을 때 북한은 안 나오고, 미국과는 갈등을 겪는 것이 최악의 경우죠. 그렇다 보니 한국은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인도주의 문제, 개별관광 등에 대해 미국과 갈등을 겪지 않기 위해 대화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북한이 한국에게 중재 역할을 맡길 것이냐에 관한 한국의 접근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19’는 충분히 완충의 시간을 줬다고 봅니다. 한국, 미국, 북한 사이에 시간을 벌어줬다고 생각합니다. 또 시간이 가면서 뭔가를 해야 하는 국면이고, ‘코로나 19’와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이런 부문을 이야기하는데, 여전히 어려움은 있다고 봅니다. 확 치고 나가면 북한은 좋아하겠지만 미국이 우려할 것이고, 너무 작게 치고 나가면 북한을 불러들이기에 설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럼에도 ‘코로나 19’는 인권의 문제, 질병의 문제고, 미국 내부에서도 ‘코로나 19’ 국면에서 이란제재를 일시 정지하는 논의도 나오지 않습니까. 적어도 ‘코로나 19’에 대해서는 정당성과 설득력이 있고, 국제여론이 좋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어느 정도 치고 나갈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      그래서 한국 일부에서는 개성공단에서 개인보호용품을 제조하자’, ‘평양종합병원에 의료 지원을 하자라는 아이디어도 나왔는데요. 미국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부는코로나 19’ 관련해 충분히 설득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요?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분명히 ‘코로나 19’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데 북한이 우려하는 바가 몇 가지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되는데 생색만 내거나, 북한이 원하는 것을 가져와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부분이죠. 예를 들어 철도연결이나 개성연락사무소 등에 호응했지만, 사실 북한이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거죠. 북한은 이런 것을 통해 더 큰 것으로 가기를 원하는데, 이번에도 나섰다가 똑같은 전례가 되지 않을까에 대한 불신이 있고요.

또 하나는 지금 북한에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만약 이런 것을 허용하면 북한 내부에서 말하는 것들이 다 드러난단 말이에요. 그래서 북한은 민간 경로나 중국 경로를 통해 한국이 도와주기를 바라지 않습니까. 정식으로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기는 곤란한 거죠.

반면, 한국 정부에서는 우회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보면서 북한이 요청만 하면 언제든지 지원하겠다는 입장인데,  이 접점이 안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과감하되 이 과정을 비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우회나 민간을 통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비공개적으로 북한에 과감하게 할 수 있는, 미국과 소통은 하되 이것이 실현되기까지는 지난 2차 남북정상회담처럼 초기에는 비공개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저희가 조금 트럼프 대통령과 위원장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이야기했는데요, 그렇다면 대통령과 위원장의 관계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북한이 친서도 보냈고요. 트럼프 대통령 이상으로 문 대통령과 친분을 일부러 깰 필요는 없는 것이고요. 물론 북한이 비판은 하지만, 두 정상 간에 신뢰는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적인 신뢰는 있지만, 지난 평양 선언에서 북한이 문 대통령을 믿고 영변을 내놓았는데. 미국이 평가를 안 해줬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있는 건데요. 객관적으로 북한의 입장에서 한국이 미국을 설득시켜서 원하는 것을 가져오기 전까지는 더는 한국에 기대하지 않겠다는 것 같습니다.

 

한국, 시간상 올해가 가장 중요빠르고 크게 움직일 필요 있어

-      코로나 19’ 국면을 거치면서 한국의 위상도 달라졌고, 대통령의 지지율도 높아졌고, 최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최근 한국의 상황이 앞으로 대통령의 국정 하반기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일단 한국, 미국, 북한 사이는 교착 국면이지만, 국내 정치 상황은 상당히 호재라고 생각합니다. 5년 단임제의 대통령 임기에서 보통 지금쯤 레임덕(지도력 공백 현상)이 시작될 테고, 그동안 문 대통령이 지지율이 내려갔지만, ‘코로나 19’를 통해 재역전의 기반을 맞았기 때문에 올해가 교착인 동시에 기회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한국이 승부를 걸 의도는 있는데, 뭔가 지나치게 나갔을 때 상당한 저항을 각오해야 하거든요. 문 대통령이 이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얼마나 과감하게 나갈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좀 크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 과감하고 크게 나가야 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를 의미할까요?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예를 들어 보건 의료협력을 하더라도 조금씩 하거나, 시간상으로 늦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속하고 크게, 비공개적으로 하되 과감한 지원, 즉 규모가 크고 빠르게 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      마지막으로 올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느냐, 되느냐에 따라 대북정책이 달라질 테고, 북한도 대선 결과까지 관망하는 같습니다. 대선 결과에 대한 한국의 대응도 달라질 필요가 있을 텐데요. 원장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대선 결과를 알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더는 부담이 없기 때문에 북한 문제를 과감하게 다룰 수 있다는 뜻도 되지만, 북한 담론에서도 나타났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회담장에서는 뭐든지 해줄 것처럼 말하지만, 돌아가서는 실행을 안 한다는 신뢰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 해도, 북한이 원하는 것을 해줄 것이란 기대는 안 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노선은 정해졌습니다. 자력갱생을 할 건데, (미국이) 그동안 행보와 다른, 확실한 약속을 하고 오면 안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북한의 자세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은 여기(미북 대화)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그러나 자력갱생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카드를 가져오면 나서겠다는 것이 북한이니까,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북한은 그렇게 갈 것 같습니다.

또 한국 정부는 미국 대선이 올해 초에 있었다면 시간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시간은 빨라지겠죠.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내년까지 넘어가겠죠. 그러면 한국 정부는 문 대통령의 거의 임기 말이기 때문에 시간이 없겠죠. 그래서 제 생각에는 미국 대선까지 기다리는 방식은 안 할 거라 봅니다. 그래서 한국이 일단 반 보, 한 보 먼저 움직일 거라 보는데요. 미국의 대선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은 올해 이 기회의 시간을 그냥 보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원장님의 말씀대로 한국 정부로서는 올해가 남북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가 같습니다. 오늘 말씀 들었고,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김준형 한국 국립외교원장과 함께 미북 관계의 현주소와코로나 19’, ‘미국 대선국면에서 남북관계의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