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코로나 19’ 속 한반도 정세] ⑤정세현 “미, 한국 대북주도 인정해야”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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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사진-연합뉴스

앵커: 전 세계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 19’로 국제 질서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북,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회견에서 북한이 앞으로 3~4년은 미북 협상을 기대하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면서 한국이 ‘코로나 19’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갖고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 수석부의장은 결국 미국의 입장이 핵심이라며, 한국이 보건 의료 협력 등 남북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가는 동시에 미국을 설득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코로나 19’의 전 세계적 대유행 속에 한반도 정세를 분석 전망하는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노정민 기자가 정세현 수석부의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 앞으로 3~4 미북 협상 가능성 기대

-      정세현 수석부의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최근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이 미국의 전직 행정부 관리들과 학자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 모두가 최소한 올해 안에는 미북 대화의 재개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했습니다. 수석부의장님께서는 미북 관계의 현주소를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정세현 수석부의장] 작년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사실상 북한은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봅니다. 그리고 ‘연말까지 기다리겠다’,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북한으로서는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는데,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것은 대화를 끊겠다, 또 대화를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건데, 트럼프 대통령이 앞에서 하는 말과 돌아가서 하는 행동이 다르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줄 알았는데, 합의문을 만들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 실무자들이 나서기 시작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이 북한의 선 비핵화만 요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교통정리를 못 해준 것을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돼도  희망이 없다’고 봤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것이 새로운 길이고, 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을 잘 못 해서 매우 어려워지고 있지 않습니까. 만약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떻게 될 것이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대북∙북핵 정책을 조정하는 데 최소 1년 이상 걸립니다. 2년 정도는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전망이 결국, 작년 연말 북한에서 당 중앙위원회 전원 회의를 4일이나 열게 한 원인입니다.

북한은 앞으로 3~4년은 미북 협상 가능성을 기대하지 않고, 미국이 생각을 바꿔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자세로 나갈 것으로 봅니다. 미국의 입장, 미국 내 전문가들이 당분간 협상 가능성이 없다고 할 정도라면 북한에서는 더욱 가능성을 작게 본다고 봐야죠. 북한이 최악의 상황을 더 많이 챙깁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위원장의 관계에 대해서, 수석부의장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세현 수석부의장] 지난 3월에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공식적으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담화를 냈죠. ‘최고 수뇌부 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그것 때문에 착각하지 않는다’라고 했어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아름다운 편지’, ‘사랑에 빠졌다’ 등은 이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것을 북한도 확실히 알게 된 거예요. 정치인의 무의미한 호의적 발언으로 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장문의 편지를 보내 만나자고 해도, 만남 이후 문제해결 과정에서 실무자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준비가 돼 있으면 말하라고 할 겁니다.

 

한국, 의지를 갖고 설득할 필요미국은 한국 역할 인정해야

-      이런 가운데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다소 앞서가는 한국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우세합니다.

[정세현 수석부의장] 미국 내에서 한국이 한발 앞서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 저는 거꾸로 질문하고 싶습니다. 일을 좀 하려고 하면 비핵화와 속도를 맞추라고 하고, 이번에도 철도연결 문제를 협의하니까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하는데, 비핵화가 언제 끝납니까?

1993년에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제기된 문제지만, 북핵 문제는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겁니다. 지난 27~28년이 되도록 해결되지 않는 북핵 문제를 남북철도연결과 연계해 보조를 맞추라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죠. 또 비핵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인데, 사실 비핵화는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조건부로 비핵화하기로 한 것 아닙니까. (당시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 사항은) 미북 관계 개선,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의 비핵화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미북 관계 개선과 평화협정 체결은 빼고, 마치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약속한 것처럼 바꾸고 있는데, 당시에는 분명히 한반도의 비핵화를 합의했습니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는 논리학적으로 차원이 다르죠. 그런데 마치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이 수교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주는 것처럼 압박하는데, 남북관계를 막아서는 논리로서 궁색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인도주의 문제에서 대북지원을 못 하게 하면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게 됩니다. 작년에 북한에서 독감이 유행할 때 한국이 타미플루 약을 보내려고 했어요. 북한이 받겠다고 했고, 트럭에 실어서 보내려 했는데, 당시 유엔사에서 ‘안 된다, 약만 보내라’라며 트럭을 못 가게 해서 못 갔습니다. 앞으로 인도주의 문제나 시간을 다투는 보건 의료 협력과 관련해 비핵화와 속도를 맞춰야 한다든지,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막아선다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큰 손상을 입을 겁니다.

-      그렇다면 한국이 전략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겠습니까?

[정세현 수석부의장]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수석 비서관 보좌관 회의에서 “‘코로나 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가 생겼다”, “이를 계기로 보건 의료 분야에서 시작하고 이산가족 상봉 사업도 추진해가는 쪽으로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북한에서 답을 안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이 저렇게 말은 하지만, 미국에서 반대하면 아무것도 못 했는데, 이번에는 이를 뚫고 나오는지 보자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적극적으로 북한의 수용을 촉구하는 움직임을 물밑으로 제기하던지, 예를 들어 남북 간에 전화는 아직도 됩니다. 두 정상 간 직통전화는 잠시 쉬고 있을 수 있지만, 북한 통전부와 한국 국정원의 전화는 되는 것 같아요. 이를 통해 “(북한이) 조금만 움직이면 치고 나갈 수 있다”, “이번에는 대통령이 결심했다”, “미국이 우려해도 밀고 나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처럼 이번 정권이 2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지를 갖고 북한을 설득해야 합니다.

RFA Graphic

 

핵심은 미국남북관계 개선 주도, 미국 설득 투트랙으로 풀어가야

-      수석부의장님께서도 차례 언급하셨는데요. 개성공단에서 코로나 19’ 관련 개인보호용품을 제조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셨고, 평양종합병원에 의료 지원을 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미국에서는 역시 이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우세한데요,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요.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정세현 수석부의장] 미국 내에서 우려라는 것에 한마디 하자면, 대한민국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아니지 않습니까. 한국의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에 대해 ‘된다’, ‘안 된다’고 나서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미국과 협조는 해야죠. 최근 (4월 20일) 민주평통에서 4.27 남북정상회담을 의미 있게 맞이하기 위해 개최한 간담회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개성공단이 인도주의 문제라 할 수 없지만, 그곳에서 마스크나 방호복을 만들어 미국에도 주면 좋지 않겠느냐는 말은 했습니다. 미국도 필요로 하니까요.

개성공단에서 124개 기업이 운영하다 문을 닫았지만, 이 중 80개 정도는 봉제 공장입니다. 지금이라도 자재를 보내면 바로 방호복과 마스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일파만파 커지면 개성공단의 전면 재가동으로 연결될 것을 두려워하는 입장이 미국 정부에 이미 자리 잡고 있다고 봅니다. 아이디어로는 할 수 있지만, 미국이 안 된다고 하면 못하는 사업이에요. 그래서 이는 좀 성급하고요. 일단 보건 의료협력으로서 진단키트나 소독약 등을 도와주면서 대화를 시작해야죠. 그것도 못 주게 하면 곤란하죠.

또 평양종합병원이 올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무리하는 일정을 세워놓고 기한 내에 끝내기 위해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의료협력을 해봤던 경험으로 이야기하면 병원을 지어주면 기자재도 줘야 합니다. 이번에 병원은 북한이 스스로 짓는 것인데, 하지만 기자재를 지원하는 데 있어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또 제지할 수 있습니다. 병원 기자재 중 의료용 컴퓨터는 매우 고성능인데, 이것도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고 해서 못 들어가게 하면, 수술용 칼이나 핀셋 정도밖에 못 들어가는 거죠. 과연 미국이 인도주의 명목으로 눈감아 줄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      수석부의장님께서는 남북 정상의 관계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수석부의장] 남북 간 실무차원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고, 개성에 만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도 ‘코로나 19’로 철수하면서 문 닫은 상황인데요. 그만큼 실무차원의 대화도 안 되는 상황에서 대통령급 정상 간 신뢰는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게 친서를 보내고, 답이 왔다고 말해도 되지만,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냈다고 했을 때 반발과 비난이 심하겠죠. 트럼프 대통령 정도의 형식적인 호의적 발언도 못 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두 정상이 만나면 만난 것이고, 또 남북 간에 이런 것이 없어도 필요에 의해 만나면 금방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사이니까, 그런 것이 이미 여러 번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됐어요. 현재 연락이 안 된다고 해서 사이가 틀어졌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      코로나 19’ 국면을 거치면서 한국의 위상도 달라졌고, 대통령의 지지율도 높아졌고, 최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한국의 정치 상황이 앞으로 대통령의 국정 하반기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정세현 수석부의장] 물론 의회에서 문 대통령을 밀어줘야 하는 여당이 압승한 것은 틀림없어요.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동안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핵심은 미국입니다. 미국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사실상 발목을 잡으면 두 발 나갈 것이 한 발도 못 나가고, 세 발 갈 것도 두 발밖에 못 가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미관계가 불편해지더라도 문 대통령이 일단 시작하고, 한미 간에는 별도의 채널을 통해 미국을 설득하는 투트랙으로 가야 합니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것까지는 할 수 없지만, 미국이 절반 정도 승인하는 것, 또 ‘과연 괜찮을까’의 불만을 제기하는 정도는 용감하게 치고 나가야 하고, 그 정도 미국의 우려는 별도의 한미관계를 통해 풀어나가야죠.

통일부는 남북관계에 있어 앞으로 나가고, 외교부는 미 국무부와 협조하고, 또 한국의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의 국가안보보좌관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의 불만을 다스리는 투트랙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동력이 의회 다수당에서 나올 수 있지만, 핵심은 문 대통령의 용기와 외교 안보 부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      . 수석부의장님. 오늘 말씀 들었고,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함께 미북 관계의 현주소와코로나 19’ 국면에서 남북관계가 나아갈 방향을 살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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