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특권층 불만 확산 “경제 정말 어렵다”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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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다롄 동쪽 외곽 해변에 있는 방추이다오 영빈관에서 만나 산책 중 대화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다롄 동쪽 외곽 해변에 있는 방추이다오 영빈관에서 만나 산책 중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의 경제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의 핵심 권력층과 특권층에 직격탄이 되면서 평양에서도 불만이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체제 유지에 불안함을 느낄 만큼 어려운 경제 상황이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포기, 경제 건설’로의 정책 전환을 선택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5월 초 현재 북한 경제 상황 매우 심각하다”
- 지난 2월과 3월 대중 수출, 전년도보다 89, 95% 감소
- 권력층 산하 무역회사, 수산기지 종사자는 생활고 직면
- 외화수입 급감하며 평양 핵심권력층에 직격탄, 불만도 확산


[이시마루 지로] 5월 초 북한 경제는 계속 악화하고 있어요. 매우 심각한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이대로 가면 김정은 정권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제 결론이고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한의 경제 상황이 갈수록 심각하게 악화하고 있으며 특히 평양에 거주하는 핵심 권력층의 불만이 크다고 일본의 ‘아시아프레스’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이날 대북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북한의 무역회사가 대부분 문을 닫았고, 무역회사에 종사하는 일꾼들의 월급과 배급이 끊기면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평양에 본사를 둔 권력기관 산하의 강성 무역회사, 모란 회사 등의 사무실은 문을 닫았으며, 일꾼이 직접 중국산 재고품을 들고 농촌까지 가서 팔 정도라는 게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강성 무역회사, 모란회사를 직접 찾아가 물어봤는데요. 무역 회사 사무실은 거의 문을 닫았고, 영업은 안 하고, 일하는 사람들도 무역할 일이 없어져서 이미 수입한 가전제품이나 잡화, 이불 등 재고를 시내와 농촌까지 가서 행상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무산 광산은 여전히 완전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고, 월급도 배급도 전혀 없다고 전해왔습니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목은 석탄과 임가공 섬유제품, 수산물, 철광석 등이지만, 현재 대부분 수출길이 막힌 상태입니다.

중국 세관 당국이 발표한 올해 2월과 3월의 대북 무역 통계를 보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금액은 전년도보다 각각 94%, 89%씩 감소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화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핵심 권력층 아래서 무역에 종사했거나 외화로 생활했던 사람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중국에 나온 무역 회사 간부의 말을 들었는데, 대북제재 때문에 노동자들의 생활이 어려워졌지만, 이번에는 고위층 사람에게 타격이 집중돼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는 서민층인데, 어렵다고 하면서도 장사해서 굶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서민 계층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배급 없이 자신의 힘으로 살아왔다는 자부심도 있어요. 하지만 평양의 핵심 권력층과 특권층, 그리고 주변에서 혜택을 누렸던 사람들이 외화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을 상실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란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북한의 악화한 경제 상황의 여파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출 감소에 따른 외화 부족으로 모내기 철에 필요한 화학비료를 구매하지 못하는가 하면 일반 노동자들은 장사나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직장을 이탈하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대북제재로 계약이 해지된 양강도 혜산시의 구리 광산에는 약 800명이 일했지만, 지난 2월부터 아무런 급여를 받지 못해 장사로 뛰어든 노동자가 적지 않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수출 업무를 해온 무역회사를 비롯해 석탄과 철광석 생산지는 물론 수산기지에서 일하는 일반 주민에게도 똑같은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 김 위원장, 경제 악화로 체제 불안 느꼈을 가능성
- 병진 노선 종결하고 사회주의 경제 건설 새 노선 제시
- 경제발전 열망이 남북정상회담∙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나?
- 완전한 비핵화는 경제적 개혁개방도 포함돼야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심화하면서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국면에 나섰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4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회견에서 대북제재 국면에서는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김 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관계의 진전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이시마루 대표도 체제 유지에 불안함을 느낄 만큼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이 김 위원장의 정책을 바꾸게 한 것 같다고 관측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특사]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발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년간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관계를 개선하고, 대북제재를 해제해야 하는 부담을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시점에서 관계 진전을 꾀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물론이죠. 올해 초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한국과 대화 국면에 나섰습니다. 이전에는 핵 개발에 집중하고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태도였는데, 제재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강합니다. 정말 외화수입이 많이 감소하지 않았습니까? 김정은 정권에서는 ‘이런 식으로 계속 핵과 미사일을 추진하면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 이건 아니다.’ 이렇게 정책을 바꿨다고 봅니다. 그만큼 북한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개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병진 노선의 종결’을 선언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대한 노선을 제시했습니다.

또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위한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마련하고 평화와 안정을 위해 주변국, 국제사회와 긴밀한 연계,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밝히면서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등 대외 관계의 변화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9일, 최근 중국을 찾은 김 위원장이 방문지로 다롄을 선택한 것은 경제발전에 대한 열망이 작용했다고 분석했으며 미국의 많은 전문가도 북한이 관심사를 핵 개발에서 경제로 돌렸다고 관측합니다.

또 한국 매일경제에 따르면 지난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의 기본 공격을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접목한 ‘윁남, 즉 베트남식 개혁’을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중호 조지워싱턴대 선임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가 되려면 북한의 완전한 경제적 개혁개방이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경제적 개혁개방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중국 주재 북한 무역기관 간부와 대화 (‘아시아프레스’ 제공)

- 사업은 어떤가?

[무역기관 간부] 잘 될 수가 없지 않은가. 수출 서류를 중국(세관) 당국에 제출해도 허가해 주지 않는다. 주재원 비자를 갱신하는 것도 힘들다.

—김정은이 시진핑(습근평) 주석과 회담(3월 26일) 후 규제가 풀린다는 말이 있는데?

[무역기관 간부] 그건 소문일 뿐이다. 변한 것이 없다. 석탄과 금속을 전혀 거래하지 못하는 것은 여전하다. 중국 업자에 (북한)노동자 파견을 제안해도, 임가공 청부업을 제안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국내 경제 상황은 어떤가?

[무역기관 간부] 당연히 심각하다.

—서민들 생활이 더 힘들어지지 않았는가?

[무역기관 간부] 아니. 아랫사람들은 힘들어도 장사를 해서 살아왔기 때문에 어떻게든 견딜 것이다. 제일 힘든 것은 윗사람들이다.

—간부나 특권층이 힘들어지는가?

[무역기관 간부] 그들이 쓰는 돈은 대부분 무역으로 들어온 돈이다. 그 돈이 없어졌으니 큰일이다. 정부가 이대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윗사람들의 불만이 커져서 큰일 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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