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⑤ 고미 요지 “일본 내 고립 우려감”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6.01
에버스타트 “한미정상 대북입장 햇볕정책 연상돼”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모습.
/AP

앵커: 일본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고미 요지 도쿄신문 논설위원은 일본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에 놀랐고, 그 배경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한미 양국이 외교적 관여를 통해 북한과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가운데 남북∙미북 관계가 진전되면 오히려 일본이 고립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고미 위원은 전했습니다.

[RFA 긴급진단: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심층 인터뷰,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고미 요지 일본 도쿄신문 논설위원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일 정부, ‘한반도 비핵화’ 표현에 놀라... 배경 분석 중”

- 고미 요지 논설위원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일본이 첫 정상회담 국가였기 때문에 자부심이 있었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많이 아쉬워할 거란 관측이 있습니다. 우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관한 일본 내 평가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고미 요지 위원]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기대했던 것보다 결과가 별로 없었다는 보도가 많습니다.

gomi.jpg예를 들어 북한 비핵화에 관한 협상을 다시 한번 시작하기에는 구체적인 합의나 내용이 공동성명에 담기지 못했다는 보도가 있고요. 공동합의문에 대만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는 것도 주목받고 있고요. 그래서 앞으로 한국과 중국 간 외교적 마찰이 생기지 않을까. 반면, 합의문에 한일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말이 들어갔기 때문에 앞으로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일본 언론들이 미일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비핵화’에서 이번에 ‘한반도 비핵화’로 표현이 바뀐 것을 주목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반도 비핵화’로 표현이 바뀐 것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와 분석이 나오고 있나요?

[고미 요지 위원] ‘한반도 비핵화’라고 하면 모호해진다며 강경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반도의 비핵화’란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에 일본 정부나 자민당 내에서 좀 놀랐고, 그 배경을 많이 궁금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예상보다 더 한국의 입장을 수용해서 그 표현을 썼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 애초에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총비서를 많이 비판했고, 북한의 인권 상황도 비판적으로 보는 인물인데, 왜 이번에 한국의 입장을 수용했는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 고미 위원님은 개인적으로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개인적으로 잘 된 정상회담이라고 하셨는데요.

[고미 요지 위원]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4년차고, 정상회담도 많이 한 경험 있는 정치가로서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선언을 미국이 인정하고, 그 합의를 토대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시작할 것에 동의한 것이 큰 성과죠. 원래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하향식) 외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싱가포르 합의를 부정하지 않을까란 시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북한도 협상에 응하지 않을 텐데, 이번에 과거의 합의를 인정했으니까 큰 성과라 생각하고요. 기자회견에서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임명한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든지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준비가 돼 있다는 거죠.

“대북 강경 입장에 일본 고립될까 우려”

-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화의 손짓을 보내면서 한국에는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일본에 대해서는 한미일 협력 정도만 언급됐는데요. 그렇다면 당분간 일본도 강경 노선만을 내세울 수는 없을 것 같고, 미국의 대북 외교적 관여에도 지지해줘야 할 입장 아닐까요?

[고미 요지 위원] 일본은 대북 협상에서 큰 역할을 못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본 정부는 계속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으니까요. 북한도 일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일본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 일본은 아주 당황스러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는 강경한 태도였는데, 중간에 갑자기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일본 정부나 외교 당국도 아주 당황스러웠대요. 왜 그렇게 바뀌었는지, 우리는 바뀔 수 없는데 어떻게 하냐는 거죠. 그래서 (일본도) 무조건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제의만 해왔습니다.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도 대북정책이 최종적으로 결정됐다고 하지만, 어떤 내용인지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계속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을 잘 지켜보고, 협상 태도를 지지하면서 미국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 같습니다.

- 일단 북한에 대한 일본의 기본적인 입장은 강경인 것 같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계속 북한과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북한이 도쿄올림픽에도 불참을 통보한 상황에서 당분간 북일 대화의 재개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하나요?

[고미 요지 위원] 하지만 일본 정부 내에서는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김정일 국장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했을 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 때문에 북∙중 국경도 폐쇄하고, 경제적 어려움도 겪고 있고, 중국이나 한국과도 협상을 못 하는 상황에서 혹시나 북한이 ‘일본과 국교 정상화 협상을 시작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보고 있지 않을까’, ‘혹시나 북한이 일본에 협상을 제의하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남북관계를 먼저 개선해도 좋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일본 내 우려는 없습니까?

[고미 요지 위원]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일본이 강경 입장을 유지했을 때 북일관계가 진전되지 못할 테고, 스가 정부가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 같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오히려 북한이 더 고립돼서 어려운 상황이 되면 될수록, 일본에 더 유리할 거라는 속셈이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관계가 너무 진전되면 대북관계에서 오히려 일본이 고립될까 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일본 정치권에서는 납치 피해자 문제로 북일 협상을 하기 어려우니까 60년 전 북한에 갔던 일본인 배우자 문제를 북한에 제안해 협상을 시작하자는 움직임이 최근 시작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인 남편을 따라갔던 일본인 배우자를 돌려보내는 협상을 시작해서 북일관계의 돌파구로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이 자민당에서 있다고 최근 들었습니다.

- 일본인 배우자 문제에는 북한 당국이 반응할까요? 이것도 쉽지 않은 문제 아닐까요?

[고미 요지 위원] 그런데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보다는 어렵지 않을 것 같대요. 북한도 일본 언론인과 일본인 배우자를 만날 수 있게 하고, 인터뷰도 허락한 적이 있으니까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 시작하면 나중에 자연스럽게 납치 피해자 문제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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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정원장 방미로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

-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요.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끝났고요.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 접근법의 윤곽도 나왔습니다. 북한의 반응이 나와야 할 텐데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미 요지 위원] 박지원 한국 국정원장이 갑작스럽게 미국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것으로 혹시나 남북대화가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란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김대중 대통령 때도 물밑에서 교섭해서 남북회담을 성공시켰습니다. 또 김여정 부부장과도 4번이나 만났고, 김정은 총비서도 여러 번 만나면서 북한 문제에 가장 능통한 정치가인데, 이번에 혹시 미국과 조율한 뒤 방북해서 김정은 총비서와 만날 기회를 갖지 않을까. 이번 계기로 남북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그렇게 예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미사일 지침이 해제됐는데요. 이 내용과 관련한 일본 내 반응도 궁금합니다.

[고미 요지 위원] 이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은 없습니다. 한국이 논의 없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어려우니까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분석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일본 내에서는 미국이 이번에 미사일 지침을 해제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란 시각이 있습니다. 또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보도를 보면 이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미국도 이것을 외교적 선물로 준 것 같다고도 말합니다.

- 마지막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동맹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미 요지 위원] 6월에 G7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인데요. 여기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날 수 있게 할 것 같고, 한미일 공조를 재확인하는 기회로 활용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겠다는 자세니까 아마 할 것 같아요.

저는 한미정상회담이 한일관계 개선에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미일정상회담에 비해 한국을 많이 배려하지 않았습니까. 식사도 그렇고, 마스크도 벗고 친밀하게 대화도 하고, 기자회견에서도 BTS나 한류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한국 정부도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우리도 일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심리적 여유가 생겼으니까 한일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 방향,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고미 요지 일본 도쿄신문 논설위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