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한미워킹그룹 조정해야”

워싱턴-노정민, 한덕인 nohj@rfa.org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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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로 각각 임명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3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인사 발표 후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로 각각 임명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3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인사 발표 후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최근 한국 정부가 외교·안보 부문 고위 인사를 교체한 것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했습니다. 특히 이번 인사는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한미워킹그룹’의 역할과 운명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현 단계에서 ‘한미워킹그룹’의 역할이 많지 않다며 근본적인 목표와 접근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전문가들, 한국 외교·안보라인 교체에 기대와 우려

한국 청와대가 최근(지난 3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분야 인사를 새로운 인물로 교체한 것에 대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의도를 충분히 엿볼 수 있지만, 자칫 한미동맹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겁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한국 담당 선임국장은 최근(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외교·안보 인사의 교체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올바르고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앞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어떻게든 북한을 다시 협상장에 불러오고, 궁극적으로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게 카지아니스 선임 국장의 해석입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선임국장] 이번 한국 정부의 인사조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관련한 핵심 인사들을 일깨우면서 어떻게 하면 남북관계 개선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하려는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인사조치가 좋은 행보이고,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도 최근(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새로 교체된 인사들이 모두 북한 문제에 경험이 풍부하고, 진보적 관점을 가진 인물들이란 점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이 앞으로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해나갈 것임을 방증한다고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고스 국장은 이번 인사가 북한 문제에만 집중돼 자칫 동아시아 지역의 다른 안보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이처럼 이번 인사로 한미동맹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새로 내정된 외교·안보 인사들이 북한 문제에 있어 같은 관점을 공유하는 데다 자칫 문 대통령의 개인적 목표에 부합하는 정치적 접근법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수 김 미 랜드연구소 정책 분석관은 최근(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인사조치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조율 없이 남북관계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돼 이를 조심스럽고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미 양국 사이에 정책적 불협화음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김 분석관의 지적입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이번 인사조치에도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켄 고스 분석국장] 문재인 대통령은 가능한 북한과 많은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북한은 현재 한미 양국 어느 쪽과도 대화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고,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선임국장] (이같은 인사조치에도) 문제는 과연 북한이 대화에 응하려 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한국 정부가 최선의 제안을 하고 북한과 협상을 시도하려 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은 오히려 북한 당국이 새로운 인사 조치에 불만을 제기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번 외교안보 부문의 인사 교체는 햇볕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더 큰 양보와 경제적 지원을 제안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됐지만, 북한은 이미 햇볕정책에 더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세웠다는 겁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편집위원] 북한에서 더 큰 반발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유 중 하나는 군을 배제하고 개성공업단지를 만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햇볕정책에 마주 앉은 노선에 대한 반발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작년 10월에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에도 (햇볕정책에 따른 금강산 개발 등을) 잘못된 정책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는데, 제가 볼 때 햇볕정책에 응하는 정책은 더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키노 편집위원은 오히려 북한이 이번 인사조치를 두고 자신들의 메시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북한 매체가 가까운 시일 내에 새로 교체된 인물들을 비판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RFA Graphic


현 단계 ‘한미워킹그룹’ 역할에 한계

한편 한국 정부가 새로운 외교안보 인사의 교체를 통해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 간에 대북정책을 조율해왔던 ‘한미워킹그룹’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도 남북사업을 추진하거나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데 있어 ‘한미워킹그룹’이 이른바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고, 실제로 북한도 최근(지난 6일)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바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내 전문가들도 현 단계에서 ‘한미워킹그룹’이 할 일은 많지 않다며 그 한계를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수 김 정책분석관은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한미공조의 효율성과 이점을 인정하면서도 대북정책에 있어 긍정적인 요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회의를 했지만, 한미 공조의 부재를 확인했고 한미 양국이 회의를 거듭하면 할수록 핵문제를 해결하는 생산적인 결과물에서 더 멀어지는 역설적인 상황(inverse correlation)이 발생해 온 듯하다고 김 분석관은 지적했습니다.

카지아니스 선임국장은 한미 양국의 목표가 다른 것이 ‘한미워킹그룹’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은 남북통일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북한 문제에 접근하지만, 미국은 과감한 비핵화만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다 보니 정책을 조율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선임 국장] 한국의 장기적 목표는 남북통일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이를 위해 과도기적 행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인데요. 이 목표들이 서로 부딪히는 겁니다. ‘한미워킹그룹’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요. 특히 한국 내 진보진영에서는 더 나은 남북관계를 위한 노력을 미국이 방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죠. 간단명료하게 말하면 미국과 한국의 목표가 다른 겁니다.

카지아니스 선임 국장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이 목표인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중국과 북한 모두를 동시에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는 한국 정부에 주도적 역할을 맡기는 것이 현명한 조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한미워킹그룹’이 논란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고스 분석국장도 미북 관계가 좋아질 것이란 가정 아래 ‘한미워킹그룹’에서 정책을 논의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현시점에는 무의미하다며 당장 한미워킹그룹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최근(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한미워킹그룹’이 한미 양국의 입장과 정책을 조율하는 데 유용하지만, 이는 행정부 간 여러 소통 방식 중 하나일 뿐인데, ‘한미워킹그룹’을 왜 그리 강조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처럼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북 협상, 남북관계의 교착 국면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한미워킹그룹’의 역할과 기능이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은 가운데 이 방식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한미 양국이 목표와 의도를 재설정하고 접근방식도 재조정해야 한다고 조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비건 부장관 방한, 한국 독자노선 우려 메시지 담겨 있을 듯

이런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최근(지난 7일~9일) 한국을 방문한 것은 한국 정부에 ‘한미워킹그룹’을 흔들지 말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합니다.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변함없는 데 한국 내에서 계속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외교안보 부문의 인사조치로 ‘한미워킹그룹’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이를 확실히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일부 견해도 있었습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도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서 한국의 독자적 행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켄 고스 분석국장은 비건 부장관이 방한을 통해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노선을 취하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함과 동시에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도 미국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한국이 이번 인사조치 이후 미국에 앞선 독자적 행보를 걷는다면 북한은 이를 한미 사이에 간극을 벌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타냈습니다.

수 김 정책 분석관도 비건 부장관이 현시점에 한미공조의 개선에 중점을 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를 전했다면 이는 한미동맹에 있어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도 미북 관계의 진전이 없으면 남북관계도 발전할 수 없기 때문에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사이의 논란은 무의미하다며, 실제로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을 심각하게 훼손할 만큼 어떤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비건 부장관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이어진 방한 일정에서 북한과 대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고,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8일, “남북 협력이 한반도에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라며 “한국 정부가 남북협력 목표를 추진하는 데 있어 한국 정부를 온전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미 국무부도 지난 9일 비건 부장관의 방한 결과에 대해 “한미 동맹의 힘과 남북협력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북한과 대화에 관여하겠다는 미국의 준비 자세를 이어갔다”라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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