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정상회담 한달] “협상진전 위해서 세 가지 해야 할 때”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7.13
trump_kimjungun_back-620.jpg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 서명식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 달을 넘기면서 북한이 합의 이행 조치에 나서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고, 오히려 비핵화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만 분명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대화와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있을 실무협상이 어떤 진전을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미북 정상회담 한 달’을 맞아 한반도와 북핵 전문가로부터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와 미북 협상의 현주소를 분석해봤습니다.

이 시간에는 노정민 기자와 함께 전문가들의 견해와 분석을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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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정민 기자, 안녕하세요. 우선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있은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초 북한을 방문해 고위급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결과를 놓고,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회의론이 컸는데요. 그 내용부터 정리해볼까요?

[노정민] 지난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 양국 관계 개선, 미군 유해 송환 등에 합의한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7일 북한을 방문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후속 조치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했습니다. 하지만 회담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의 시간표를 설정하는 데 진전이 있었다”라고 말한 것과 달리 북한 외무성은 “일방적으로 핵 포기를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에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혀 비핵화 조치에 대한 이견을 드러냈고, 비핵화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을 시사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의회와 언론 한반도 전문가 사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가 하면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기준이 전혀 다르다’는 분석도 내놓았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미북 정상회담 한 달’을 맞아 정치∙외교∙기술적으로 미북 협상과 비핵화 조치가 어디까지 왔는지 분석해봤습니다.


- 그렇군요. 자유아시아방송이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 북한 전문가,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존 메릴 전 국무부 정보분석국 동북아국장을 만나 이들의 견해를 들어봤는데요.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을 지켜보는 현시점에서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면서요?

1. 비핵화의 정의와 방식 결정해야 할 때

[노정민] 네. 첫째로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의 정의와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큰 틀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합의했다면, 이제 실무협상에서 어떤 비핵화를 이룰 것인가, 비핵화를 어떻게 진행해갈 것인가에 대해 세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 북한 전문가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현재 미국과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구체적인 개념과 함께 협상에서 최소한 무엇을 요구하고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치도 잘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고요.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도 현재 미북 양측이 동의하는 비핵화의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비핵화 정의의 범위에는 핵뿐 아니라 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시설, 핵 과학자들까지 포함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비핵화의 동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논의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 후에 세부적인 비핵화의 범위와 시간표, 진행 방법이 서로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죠.

또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비핵화의 의미와 정의가 명확해지고 북한이 동의한다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언급한 것처럼 1년 안에 기술적으로 핵 프로그램의 폐기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에서 몇몇 활동이 확인됐는데요. 이것 또한 비핵화의 정의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나요?

[노정민] 실제로 위성사진이나 연구기관, 미국 정보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영변 핵시설과 미사일 발사 시험장 등에서 몇몇 건설 활동이 포착됐습니다. 하지만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아직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의 내용에 구체적으로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활동이 크게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비핵화 협상에서 이에 대한 동결에 합의할 때까지 건설 활동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비핵화에 앞서 이 같은 활동을 멈추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존 메릴 전 국무부 정보분석국 동북아국장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협상이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논의의 내용이 우선 비핵화에서 무기 통제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2. 미국이 협상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때

- 그렇군요. 하지만 비핵화의 정의와 이행 내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이 이견을 보이는 것 아닙니까?

[노정민] 그렇습니다. 큰 틀에서 이견은 바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인데요.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의 시간표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미국의 시간표를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프랭크 엄 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핵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중단했고,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등 상징적인 조치를 이행했습니다. 물론 미국도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했지만, 북한은 서로 동등한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다음 단계로 북한이 비핵화의 시간표를 제시한다면, 미국도 최소한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논의의 시간표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실망한 것 같다는 게 프랭크 엄 연구원의 분석이었습니다.

메릴 전 국장도 같은 견해를 보였는데요. 협상은 주고받는 식이 돼야 하는데,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미국도 대북제재의 해제∙완화 등 더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결국 미국이 미북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노정민]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죠. 미국과 북한이 똑같이 상징적인 조치를 하나씩 취했다면, 다음에도 상호적인 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협상이 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미국도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건데요. 특히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 1항에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미국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었습니다.

물론 북한도 더 적극적으로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일 필요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모든 핵과 미사일 발사 시설, 핵 과학자들에 대한 신고가 이뤄져야 하겠죠.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도 이것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첫 검증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고요. 메릴 전 국장도 북한이 내부 장치를 뺀 핵탄두 몇 개를 왜 먼저 내놓는 못하느냐? 며 북한이 먼저 행동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3.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인내해야 할 때

-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북 간 이견이 드러났지만, 그래도 대화의 동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면서 미북 협상은 잘 될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는데요. 이 시점에도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이 있다면요?

[노정민] 전문가들은 “바로 인내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만난 전문가들은 정치∙외교적인 협상에부터 기술적인 비핵화 과정까지 모두 시작단계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비핵화의 과정은 길고, 이제 막 첫발을 뗐기 때문에 매 순간 협상의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였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수십 년간 이어진 문제를 몇 시간 만에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듯이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비핵화의 과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이제 양측이 비핵화의 정의와 내용, 이행 방법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만큼 인내를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하며, 일희일비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또 메릴 전 국장은 미국과 북한 두 정상에 의해 비핵화 협상이 시작됐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미북 협상도 매우 낙관적으로 본다면서 차기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습니다.

-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미북 협상에서 비핵화의 정의, 협상의 유연성, 그리고 인내,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는 것이군요. 앞으로 있을 미북 협상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노정민] 이미 말씀드렸듯이, 대화의 동력은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우선 양국 정상이 협상의 진전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고요.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미북 협상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메릴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기술을 잘 알기 때문에 앞으로 협상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는데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에 따르면 짧은 시간 내에 기술적으로 이룰 수 있는 비핵화 조치도 많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고, 북한도 비핵화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조치를 더 보여준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라는 게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자유아시아방송이 만난 전문가들의 견해였습니다.


- 네. 노정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