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북 ‘코로나 19’ 현주소 ① 초기대응 이후 한계 드러내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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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방역대책을 논의하는 북한 간부들과 방역원들의 모습.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대책을 논의하는 북한 간부들과 방역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앵커: 북한이 북·중 국경을 봉쇄하며 ‘코로나 19’에 대응한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인적, 물적 교류의 통제, 의심 환자에 대한 격리 조치 등으로 ‘코로나 19’ 확산을 막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있지만, 후속 대책은 미흡하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또 여전히 ‘코로나 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방역 대책을 더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을 방증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1월 이후 ‘코로나 19’ 대유행 6개월이 지난 현재, 북한 내 ‘코로나 19’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방역 대책을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코로나 19’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 노력을 전문가들과 함께 평가해봤습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인적·물적 교류 차단 초기대응은 효과적

“국경봉쇄와 격리조치가 ‘코로나 19’ 방역과 확산 방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코로나 19’에 관한 공중보건 조치를 효과적으로 시행했다고 평가한다.”
“북한 당국이 나름 ‘코로나 19’를 관리하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내 ‘코로나 19’ 현황과 방역 대책을 지켜본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힌 중간 평가입니다.

‘코로나 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기 시작한 올해 초. 북한은 전격적으로 북·중 국경을 봉쇄(1월 22일)했습니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던 항공편과 열차편의 운행을 중단했고, 북·중 국경의 세관들도 모두 문을 닫는 등 인적, 물적 교류가 완전히 끊겼습니다. ‘코로나 19’의 발원지였던 중국 우한을 봉쇄하기 하루 전으로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입을 막기 위한 북한 당국의 선제적 조치였습니다. 전체 교역량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지하는 북한으로서는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보건 수준 탓에 무조건 일반 주민과 물자의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고, 의심 환자를 철저히 격리하는 대응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내려진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미국과 한국, 일본 내 전문가들은 이같은 북한의 초기 대응이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인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KAMA) 북한프로그램 담당 국장은 (7월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국경 봉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권장 등 ‘코로나 19’에 관한 공중보건 조치를 효과적으로 시행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로써 ‘코로나 19’의 심각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박기범 교수] 북한 당국이 지금까지 질병(코로나 19)의 심각한 확산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물론 작은 규모의 확산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북한 당국이 심각한 확산을 방지해 왔다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학교를 다시 열기도 했고, 확산 위기에 따라 이같은 조치의 수위를 유동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는 점도 알려진 바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7월 24일) ‘코로나 19’ 진단키트와 의료장비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출입국 통제 강화와 의심 환자 격리 조치 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과거 사스, 메르스 때에도 그랬지만, 바이러스에 따른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방식과 비슷합니다. 이번에도 ‘코로나 19’ 진단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누가 확진자인지 아닌지 오랫동안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지 않았습니까. 결국, 외국에서 출입을 금지하고, 감기 증상만 나와도 격리하고, 인권을 무시한다 싶을 정도로 무리한 격리정책을 펼쳤죠. 국경봉쇄까지 강행하면서 방역과 확산 방지에 어느 정도 일조한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 청진의과대학 출신의 최정훈 한국 고려대학교 공공정책 연구원도 (7월 27일) 북한이 ‘코로나 19’에 대한 방역과 역학 지도를 완성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최정훈 연구원] 일단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군인들과 같이 사진도 찍으면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현재 방역지도, 역학지도는 완성한 것 같습니다. 북한의 전염병 투쟁은 혁명 수뇌부와 평양을 기본으로 방어하면서 지방은 완전히 봉쇄하고 그 안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 김 위원장이 최근 ‘방심은 금물’이라고 하면서도 이처럼 사진 촬영 행보를 하는 것은 일단 그의 주변에 대한 역학지도를 완성해 안정성을 확보한 상황이라고 보여집니다.

RFA Graphic


“북, ‘코로나 19’ 위기감 여전히 높아”... 확진자 ‘0’명은 여전히 논란

이처럼 북한 당국이 북·중 국경을 6개월 넘게 봉쇄하고, 격리와 통제를 비롯한 방역 대책을 거듭 강화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북한 내 ‘코로나 19’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반영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일, 직접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 회의를 주재해 ‘코로나 19’에 대한 방역사업과 평양종합병원 건설, 의료서비스 대책 마련 등을 논의한 데 이어 최근에는(7월 26일)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민의 월북에 따라 국가비상 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하고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직접 개성시의 ‘코로나 19’ 방역 실태를 점검하는 등 ‘코로나 19’의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의 안경수 센터장은 (7월 30일) 공식 매체가 ‘코로나 19’에 대한 방역 대책을 거듭 강조하는 점에서 그만큼 북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추정해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북한의 공식 매체가 매우 강조하거나 그 빈도가 높으면 그만큼 북한 내부에서는 그것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보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북한 최고지도부의 회의, 정치국 회의 등에서 공개적으로 ‘코로나 19’의 방역 대책을 이야기한다면 이는 결국,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인데, 그런 언급이 자주 나온다는 것은 ‘북한 상황이 매우 좋지 않구나’, ‘코로나 19’가 없어서 평온한 상태는 아니구나’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최정훈 연구원도 김정은 위원장의 오랜 잠적 기간을 근거로 ‘코로나 19’ 상황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정훈 교수] 북한의 ‘코로나 19’ 상황이 어떻냐는 것은 이점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 감염병의 기본 목표는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거든요.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2월 16일 행사 이후 3월 중순까지 잠적했다가, 3월 17일에 갑자기 나타나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4월 15일 이후 또 잠적했다가 5월 초에 다시 나타났는데, 이처럼 김 위원장이 한동안 잠적할 정도로 북한의 ‘코로나 19’ 상황은 좋지 않았다고 진단할 수 있겠습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 북한 내부에 공개된 문건에는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의 전파공간을 찾아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있습니다. 외국은 물론 북한 내에서도 ‘코로나 19’가 확산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코로나 19’ 감염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이지만, 문건에서 언급한 내용은 오히려 북한 내에 감염자가 생기고 있고, 이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지난 7월 2일에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 회의에서 매우 강하게 ‘코로나 19’ 대책을 세워라, 방역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후 북한 매체에서도 지나칠 정도로 ‘코로나 19’ 대책에 대해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코로나 19’ 감염자가 한 명도 없다는 국가에서 하는 말로 봤을 때 좀 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 19’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 감염자가 나온 상황이 아닌가란 추측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실제 이시마루 대표는 취재협조자의 아들이 복무 중인 황해북도 사리원의 한 군부대에서 지난 6월부터 감기 증상 환자가 속출하자 집단으로 격리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고,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도 일본 정부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이 6월 초까지는 ‘코로나 19’의 확산을 억제했지만, 6월 말부터 다시 확산했으며 이에 관한 증거도 갖고 있다고 최근(7월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바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7월 16일 현재 북한에서 1천211명이 ‘코로나 19’ 검사를 받아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고, 696명이 격리 중이라고 밝힌 내용도 여전히 논란입니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국제사회와 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정훈 연구원] 지난 6개월 동안 북한이 공식 발표한 의학적 감시자가 2만 5천 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9일에 세계보건기구 평양사무소장이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검사한 사람이 1천117명이고 확진자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되죠. 2만 5천 명의 의학적 감시자가 있는데, 진단을 안 해봤겠습니까? 당연히 해봤죠. 러시아만 해도 1만 개 이상, 세계보건기구,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들어간 진단키트만 해도 몇만 개는 될 텐데, 검사한 사람은 2천 명도 안 되니까 이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은, 양성이 나온 사람은 세계보건기구에 보여주지도 않은 겁니다. 음성으로 나온 사람만 건넸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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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격리·통제만으로는 역부족… 치료 등 후속대책 한계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방역 대책과 선전 등으로 북한 주민 사이에서 ‘코로나 19’에 대한 경각심은 이전보다 커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의료·보건 체계가 열악한 북한 당국이 지난 6개월 넘게 취해 온 ‘코로나 19’ 방역 대책은 무조건 봉쇄하고 격리하는 초보적 수준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 속에서 의심 증상이 있어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한계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의심 환자가 발생한 이후 치료 면에서 대책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격리하고 감기약을 주는데, 그렇게 해서 살아남은 사람도 있지만, 숨진 사람도 많았다고 보는데요. 약을 주는 것도 ‘코로나 19’ 때문인지, 무엇 때문에 주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또 북한이 ‘코로나 19’를 관리하는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했지만, 최고지도부와 평양을 중심으로 대도시에만 집중하는 모습에서 그동안 ‘코로나 19’ 대응에 있어 비교적 선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최근(지난 7월 27일) 김정은 위원장의 권총 수여식 사진도 ‘코로나 19’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코로나 19’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있지만, 각 지방에도 수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거든요. 그 주민들까지 생각하면 과연 ‘코로나 19’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의 보건 의료 측면에서 보면 수도, 대도시 집중적이거든요. 그동안 대응이 선전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밖에도 북·중 국경 봉쇄에 따른 무역 중단과 현금 수입의 감소로 북한 경제가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는 현상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코로나 19’ 대응의 한계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지난 1월, 북·중 국경 봉쇄로 시작한 ‘코로나 19’ 방역 대책은 지금까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여전히 인적, 물적 교류를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현재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가지고 최대한 버티기에 나선 가운데 최근에는 평양에 준봉쇄령에 가까운 특급경보가 내려지고, 개성 시민에게는 긴급 식량과 의료품이 전달될 만큼 아슬아슬한 상황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주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민심이 더 악화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실질적인 의료·보건·경제적 대응에 나서기보다 단속과 통제를 앞세운 방역 대책만을 강화하는 모습은 오히려 김정은 체제의 당위성과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크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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