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북 ‘코로나 19’ 현주소 ③ ‘선전용’ 아닌 근본 대책 절실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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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무국회의를 열고 코로나19로 완전 봉쇄된 개성에 식량과 생활보장금을 특별지원할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무국회의를 열고 코로나19로 완전 봉쇄된 개성에 식량과 생활보장금을 특별지원할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북한 당국이 취해 온 방역 대책은 국경 봉쇄와 의심 환자 격리 등 단기적인 조치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사태가 쉽사리 종식될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북한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때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심 환자와 확진자에 대한 치료 역량을 높이고, 백신 개발처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뿐 아니라 북한 주민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인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1월 이후 ‘코로나 19’ 대유행 6개월이 지난 현재, 북한 내 ‘코로나 19’ 현황과 방역 대책 등을 점검하고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라 북한 당국 앞에 놓인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코로나 19’ 장기화... 북한 당국 앞에 놓인 두 가지 과제

‘코로나 19’ 대유행의 장기화에 따라 북한 보건 의료 전문가들은 북한에 주어진 과제로 크게 두 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북·중 국경을 중심으로 인적, 물적 교류를 차단하고, 의심 환자를 격리하는 단기적인 방역 대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치료를 위한 의료적 역량(treatment capacity) 개발입니다. 북한 당국이 이미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의료용 산소공급(medical oxygen generation)을 위한 공장도 완공할 만큼 치료 역량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코로나 19’ 장기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둘째는 ‘코로나 19’를 종식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 마련입니다. 백신 개발처럼 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섣불리 북중 국경봉쇄의 완화, 일생 생활의 정상화 등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그렇다고 무조건 국제사회에만 의존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 두 과제가 북한 스스로 자체적인 백신 개발과 의료시설에 대한 투자에 나선 배경이라고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인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KAMA) 북한프로그램담당 국장은 지적합니다.

[박기범 교수] 지정학적 문제를 비롯해 변화하는 정치적 상황으로 북한에 대한 백신, 또는 약물 공급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이 인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볼 때 인도주의기구의 지원은 너무 정치화돼 있다는 건데요. 따라서 북한 자체적인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믿고 있고, 북한의 주체사상과도 직접 연관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은 ‘코로나 19’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의료 대책과 백신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각 시와 군 등의 위생방역소가 ‘코로나 19’ 대응의 최전선에서 각종 방역 지침을 북한 주민들에게 적용해왔지만, 심각한 의료장비와 시설의 부족으로 그 역량에는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결국, ‘코로나 19’ 대유행이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치료를 위한 의료적 역량 개발’과 ‘궁극적인 대책 마련’이란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전히 격리와 봉쇄 등 기존의 방역 대책을 되풀이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 의료·보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또 새로운 돌파구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북한 당국의 폐쇄적인 태도와 굳게 닫힌 북·중 국경, 전 세계에 확산한 ‘코로나 19’의 장기화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 국제적십자연맹(IFRC)은 최근(7월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 2월 ‘코로나 19’ 지원 물품에 대한 유엔 대북제재의 면제 승인을 받았지만, 5월 초가 돼서야 물품 조달을 마무리하고, 7월에야 이를 북한에 전달할 만큼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북중 국경 탓에 다른 유엔 기구와 민간단체들이 지원하는 물품의 운송과 인력 파견 등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최근(7월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대북 지원의 지연으로 북부 지방에서는 소독약 대신 소금물을 쓸 정도였다며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의료 역량이 개선되지 못한 현실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소독약도 부족해서 지난 5월에 들어서야 지방에 공급됐습니다. 그전에는 소금물을 썼다고 합니다. 국제사회(중국)의 지원 물품이 시간이 오래 걸려 늦게 들어갔고, 5월이 돼야 겨우 지방에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북한 당국도 자국의 전염병 방역 체계가 취약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빠른 판단아래 북중 국경을 봉쇄하고, 무리한 격리조치를 취한 것이죠.

RFA Graphic


북 ‘백신 개발’ 주장에 “역량 갖춰” vs “허무맹랑”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이 최근(7월 18일), ‘백신 개발’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북한 내각 산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자체 웹사이트에 ‘백신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3상 임상시험을 논의 중에 있다’고 밝힌 겁니다.

‘코로나 19’ 종식을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서 백신 개발이 중요하지만, 북한의 백신 개발 역량을 놓고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립니다. 박기범 교수는 “북한이 이미 공개된 ‘코로나 19’ 유전자 배열 정보를 이용해 백신을 개발할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라고 강조한 반면, 북한 청진의대 출신인 최정훈 한국 고려대학교 공공정책 연구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도 못 한 북한이 갑자기 백신을 개발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여전히 ‘코로나 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한 가운데 임상 3상 시험을 논의 중에 있다는 것도 논란거리입니다.

[박기범 교수] 북한은 백신에 필요한 유전자 정보 배열을 조작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인간의 성장 호르몬을 합성하는 연구에 대해 듣고 목격한 바 있으며, (특정 유전자의 배열 정보로) 유전자 조작 기술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안이며, 북한이 이런 의료 기술과 역량을 보유하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최정훈 연구원] 이전에 확진자가 없다고 하면서 진단 장비를 요구했던 것도 말이 안 되지만, 불과 5~6개월 전에 진단 장비도 없다는 곳에서 백신을 만든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북한은 진단 장비나 시약 등도 없지만, 바이러스 분리를 못 합니다. 즉 확인을 못 한다는 것이잖아요. 또 지금 확진자가 없다고 하는데, 임상시험 3상에 들어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환자가 있어야 하는데, 어디에 시험을 한다는 건가요.

[박기범 교수] 북한에 실제로 ‘코로나 19’ 확진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백신 개발 진행은 가능하다는 겁니다. 필요한 것은 ‘코로나 19’에 대한 유전자 배열 정보(genetic sequence of Covid-19 virus)입니다. 이 정보는 중국이 지난 1월에 공개한 바 있습니다. 북한 역시 이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백신 개발에 나섰을 겁니다. 북한이 ‘코로나 19’ 유전자 배열 정보를 토대로 동물 실험과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을 해왔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은 북한이 백신 개발에 나설 역량이 있고 실제로 백신 연구도 했겠지만, 어디에서도 이를 검증할 수 없는 이상, 개발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확산해 있기 때문에 과학자, 의학자, (바이러스) 샘플 등이 갖춰져 있으면 북한도 역량은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당연히 북한도 연구를 할 겁니다. 하지만 개발됐다고 말하는 것은 달리 봐야 합니다. 북한은 ‘코로나 19’ 백신뿐 아니라 과거에 매우 많은 신약을 개발했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했습니다. 효능과 효과 면에서 못 고치는 병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검증과 공식 기관의 승인이 안 되는 이상, 역량은 있어도 개발됐다고는 할 수 없죠.

북한 당국이 ‘코로나 19’ 대유행의 궁극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는 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19’ 백신 개발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와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김정은 정권의 위상을 높이고 정당성을 도모했을 것이란 분석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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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와 협력·공조로 ‘코로나 19’ 장기전 대비할 때

‘코로나 19’ 대유행이 금방 해결될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국제사회는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5월, 이미 “‘코로나 19’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인류에 또 다른 풍토병처럼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조기 종식은 어렵다는 경고와 함께 최근(8월 3일)에는 ‘코로나 19’에 대한 특효약이 없을 수도 있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도 단기적인 통제와 격리 수준의 방역 대책에서 벗어나 의료보건경제 부문에서 장기적인 새로운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전문가들이 주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방역 대책만을 강조하며 정치적 업적만 과시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모든 나라가 그렇지만, ‘코로나 19’ 방역 대책을 강화하면서 경제적 타격이 없는 나라가 없지 않습니까. 북한도 초기 방역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경제적 타격이 컸기 때문에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추며 나갈 것인가. 다른 나라와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북한의 대응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최대한 버티기 속에 김정은 체제의 당위성과 내부 결속을 위한 선전용 ‘코로나 19’ 대응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최정훈 연구원] 방역 대책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요. 지역 간 이동이나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까지 적정선에서 차단하고 억제하는 통제 정책이죠. 그것 외에 한 것이 없지 않습니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으로 보이고요. 여기에 국제사회와 한국 등에 물자 지원을 당당하게 요구할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에게는 ‘코로나 19’ 방역의 정당성, 승리의 결과물로서 말입니다.

실제로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일, ‘경내에 바이러스가 들어올 수 있는 모든 통로를 물리적으로 완전히 차단격폐하는 것은 단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초미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신문은 ‘외부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입 차단을 방역사업의 핵심’으로 제시하면서 ‘여전히 국경 봉쇄가 가장 확고하고 믿음성이 높은 선제적이고 결정적인 방어 대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효율적인 ‘코로나 19’ 대응을 위해서는 결국, 의료장비와 기술적 지원, 보건 인력에 대한 훈련 등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고 한국이 내민 ‘코로나 19’ 지원 의사에도 손을 내미는 등 이미 방역 대책에 한발 앞선 선진국과 공조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많은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물론 국제사회가 거듭 의구심을 제기하는 북한 내 ‘코로나 19’ 현황에 대해서도 투명한 공개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북한 당국의 폐쇄적인 태도와 단기적 방역 대책에만 치중하는 모습은 ‘의료 역량의 개발’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가로막인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문제가 없고, 스스로 잘 해결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치 않다는 입장에서 벗어나 이제는 ‘코로나 19’ 대유행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코틀랜드 로빈슨 미 존슨홉킨스대 공중보건센터 교수는 지적합니다.

[코틀랜드 로빈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더 많은 진단 장비와 기술적 지원, 보건 인력에 대한 훈련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지원이 있을 것이란 점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기본적으로 우리는 문제가 없고, 스스로 해결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죠. 그것이 우려되는 점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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