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기로에 선 미 대북정책 <2> 핵 동결 등 ‘스몰딜’ 가능할지 관심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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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3월 1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3월 1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앵커: 북한이 이달 말 실무협상의 재개를 제안하면서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요구했습니다. 때마침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된 가운데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에 내놓을 새로운 제안이 무엇이 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새로운 셈법이 결국, ‘대북제재의 완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하는데요.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제안했던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일부 대북제재의 완화를 맞바꾸는 안을 다시 강조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대북제재의 완화를 제안하더라도 영변 핵시설의 폐기 그 이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긴급진단] 기로에 선 미 대북정책’, 두 번째 시간에서는 볼턴 보좌관의 퇴장 이후 미북 협상에서 핵동결을 포함한 작은 합의, 즉 스몰딜 여부 등 향후 협상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짚어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 대북제재 완화가 가장 중요해
-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새로운 셈법…결국, 대북제재 완화
- 북, 대북제재 완화에 의한 경제적 체제 안정이 중요
- 트럼프 대통령 “이란 제재 완화, 두고 보자”…북, 주목할 것
- 북, 하노이 회담 당시 협상안…다시 내밀 것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셈법’은 결국, 대북제재의 완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최근(지난 9일) 미북 실무협상의 재개를 제안하면서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분석한 내용입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비핵화의 정의와 범위, 비핵화의 상응 조치에 따른 대북제재의 완화 등을 놓고 팽팽한 입장 차를 보이며 교착 국면을 이어온 미국과 북한.

지난 6월 판문점 회동 이후에도 미국의 계속된 실무협상의 재개 요청에 응하지 않던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을 내세우며 다시 대화 의지를 밝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대북 강경파로 꼽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0일 경질되면서 미국이 북한에 제안할 ‘새로운 셈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해 온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셈법으로 ‘대북제재의 완화’를 지목했습니다.

북한이 핵 포기의 대가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상 ‘체제 보장’보다는 ‘대북제재의 완화’이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일부 대북제재의 해제를 북한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고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이란 제재의 완화와 관련해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라고 말한 것은 북한의 시선을 끄는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켄 고스] 그동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다른 참모들이 안 된다고 말해왔는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 완화를 놓고) ‘지켜보자’라고 말한 것은 제가 처음 들었습니다. 이는 논의를 위해 열려있다는 뜻이 되겠죠. 북한도 이를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겁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란은 물론 궁극적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음 날 말이 바뀔 만큼 별다른 뜻은 없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북한은 ‘아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좀 완화될 수 있겠구나’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도 ‘새로운 셈법’에 대한 의미로 북한은 미국이 대북제재와 관련해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해 줄 것을 바란다고 해석했습니다.

지난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볼턴 전 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완전한 비핵화 이전까지 대북제재의 완화는 없다’고 계속 주장한 것에 화가 나 있었다는 겁니다.

엄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에 겉으로는 체제 보장을 요구할 수 있겠지만, 이는 사실상 제재가 북한에 미친 악영향을 애써 감추고 체면을 세우려는 노력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대북제재의 완화를 통해 현금 수입을 늘려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 진정한 체제 보장이란 설명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실무협상에서 스냅백 조항이나 기간을 전제로 한 일부 대북제재의 완화를 고려하겠다는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면 북한은 하노이 회담의 반복을 우려해 실무협상에 임하지 않을 것으로 엄 연구원은 관측했습니다.
(I think without some indication that the U.S. is willing to consider some partial sanctions relief, perhaps with snapback provisions or time-based conditions, North Korea would be thinking that there’s no reason to return to working level talks since it would just be a repeat of Hanoi.)

북한이 ‘하노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주장한 한국의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최근(지난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이 북한에 더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선 비핵화, 후 경제보상이라는 미국의 추상적인 입장은 계속 북한과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제재의 완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문 특보는 덧붙였습니다.

[문정인 특보] 결국, 하노이 정상회담은 미국이 깬 것이죠. 미국은 기본적으로 빅딜을 이야기하면서 핵무기,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을 선제적으로 해체하면 북한 경제의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겠다고 하는데, 북한이 그것을 받겠습니까? 안 받겠죠. 북한의 제안은 상당히 구체적이죠. 영변 핵시설 전부와 2016년 이후 채택된 5개 유엔 안보리 결의 중에서 민간 경제와 민생 부분에 대해서만 해제해달라고 했으니까요. 저는 미국이 그것을 받았어야 했다고 봅니다. 오히려 미국 입장이 추상적이고, 북한은 구체적인 결과를 원하니까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죠.

한편, 전문가들은 만약 미국이 대북제재의 완화를 북한에 제안한다면 해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보다 ‘금강산 관광∙개성공단의 재개’, 또는 미국의 독자적 제재인 ‘북한 해외 노동자의 파견 중지’, ‘섬유∙수산물 수출 금지’ 의 완화 등을 협상 조건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RFA Graphic/김태이

미, 대북제재 완화 조건으로 영변만 폐기, 만족할까?

- 볼턴 보좌관 경질 이후…트럼프 행정부, 새로운 제안 고심할 듯
- 대북제재 완화 조건, 영변만으로는 안 돼
- 첫 단계로 최소한 영변 이외 지역의 핵물질 생산 중단도 받아야
- 단계적 비핵화 조치로 영변과 대북제재 완화 주고받기도 나쁘지 않아


그렇다면 미국의 입장에서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으로 일부 대북제재의 해제를 제안하는 새로운 셈법이 충분할까?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트럼프 행정부가 볼턴 보좌관의 경질 이후 북한에 내놓을 새로운 제안에 대해 여전히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제안했던 것처럼 영변 핵시설의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제재의 해제를 ‘새로운 셈법’으로써 다시 요구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미국은 그 외 시설에서 생산하는 핵분열성 물질을 포함한 그 이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개리 새모어] 존 볼턴 보좌관이 경질된 후 여러 가능성을 두고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할 새로운 정책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볼턴 보좌관이나 폼페이오 장관 등은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제안한 영변 핵시설의 폐기에 만족하지 못했죠. 그 이상을 원했고요. 미국은 북한의 제안보다 그 이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소한 첫 단계로서 영변 핵시설뿐 아니라 영변 외 시설에서의 모든 핵분열성 물질의 생산 중단을 제안해야 하지만, 실무협상에서 이를 언급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새모어 전 조정관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 해도 신고되지 않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통해 핵무기를 계속 생산∙확대할 수 있고, 영변 핵시설 자체가 기술적으로 크게 중요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의 첫 단계부터 영변 이외의 시설까지 확실히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북한이 영변 외 지역에서도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면 미국이 독단적으로 이행한 일부 대북제재의 완화를 북한에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새모어 전 조정관은 관측했습니다.

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무부 국제 안보∙비확산 차관보를 지낸 토머스 컨트리맨 미 군축협회 이사장도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미북 대화가 재개되면 양측 모두 새로운 제안으로써 미국은 북한에 영변과 이외 지역에서 핵물질 생산의 중단을 요구하고, 북한은 미국에 제재 완화를 비롯한 평화 체제와 불가침에 관한 강력한 성명 등을 제안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For the US, this might mean a marginal easing of sanctions, or a strong statement on a peace regime and non-aggression. For the DPRK, it should mean a verifiable halt to Fissile material production at Yongbyon and elsewhere.)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영변 외 핵시설의 폐기 또는 핵물질 생산의 중단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 견해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일부 한반도 전문가는 영변 핵시설만으로 충분치 않지만, 비핵화의 첫 단계로서 나쁘지 않다는 입장도 나타냅니다.

고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비핵화 협상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보다 우선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일부 대북제재의 완화를 맞교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저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적인 핵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아마도 단계적 비핵화를 제안하겠죠. 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북한이 핵실험도 안 하고, 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고, 핵물질을 외부로 반출하지도 않고, 한국에 대한 도발도 중단하고, 나아가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면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의 완화, 예를 들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의 재개 등을 제안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 우드로우윌슨센터의 진 리 한국 국장도 12일 볼턴 전 보좌관의 경질과 함께 미국의 대북정책이 ‘완전한 비핵화’에서 ‘핵 동결’과 같은 작은 합의로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셈법의 합의가 북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그토록 바라는 외교적 성과를, 한국에는 일부 대북 관련 사업을 허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 리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최종적이며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하면 경제적으로 밝은 미래를 보장하겠다.’ ‘완전한 비핵화 이전까지 대북제재의 완화는 없다’고 주장해 온 미국. 이런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며 대화의 손을 내민 북한.

다시 불씨를 살린 미북 대화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그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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