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긴급점검] 해외에 정착한 탈북자들 <2> 캐나다 – ‘희망의 끈’ 놓지 않기

워싱턴-노정민, 이정희 인턴기자 nohj@rfa.org
201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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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에 자리한 캐나다 난민 이민국건물.
캐나다 토론토에 자리한 캐나다 난민 이민국건물.
RFA PHOTO/ 장소연

앵커: 캐나다에 정착했던 탈북 난민 중 많은 수가 추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캐나다 이민 당국의 판단에 따라, 그동안 체류했던 탈북자 중 절반 이상이 이미 캐나다를 떠났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이들은 추방 만은 피하고자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평범한 캐나다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살고 싶은 탈북자들. 이들의 꺼져가는 희망은 어디에서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RFA 특별기획] 해외에 정착한 탈북자들. 오늘은 두 번째 시간인 ‘캐나다 편’으로 계속되는 추방 위기에 불안해하면서도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탈북자들의 삶을 살펴봅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난민 심사 탈락∙추방 등으로 탈북자 사회 크게 위축”

2018년, 캐나다 이민국으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고 국경수비대에 체포됐던 탈북자 이성진(가명) 씨.

신변위협을 이유로 가명을 사용한 이 씨는 지난해 자신의 난민 신청을 담당했던 변호사가 사기 혐의로 자격을 박탈당한 뒤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면서 불법체류자가 돼 추방 명령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정치인과 탈북자 사회의 도움으로 마지막 수단인 인도주의 난민을 신청했습니다.

[이성진] 북한을 나와 캐나다까지 오면서 여러 나라를 많이 거쳤잖아요. 아직 영주권을 못 받았기 때문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 같은 삶을 살고 있거든요.

자유아시아방송(RFA) 기자에게 캐나다에서 작은 식당을 차리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 이 씨는 일 년이 지난 지금, 난민 허가를 위한 이민 당국의 재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탈북자 김성주(가명) 씨.

북한 출신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난민 신청이 기각된 이후 현재 추방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김 씨는 캐나다에서 신분 문제가 잘 해결되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었지만, 지금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 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김성주] 북한이 내 고향이지만, 고향을 떠나면 다 타향이잖아요. 타향에 나가서도 내 마음이 통하고 정착이 잘 되면 제2의 고향이라고 하잖아요. 여기서 신분 문제만 해결되면 그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한국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어떤 피해를 당하지 않을지, 또 한국에 대한 인식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지금 한국에 들어가면 다시 첫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새롭게 길을 개척한다는 것도 참 막연한 상황입니다.

최근(9월)에는 두 자녀를 둔 한 탈북 여성이 추방되면서 하루아침에 가족과 생이별을 당했습니다. 이 여성은 모든 난민 신청이 기각된 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추방됐습니다. 엄마가 추방되고 캐나다에 남겨진 두 자녀는 아빠가 돌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북한을 떠나 한국을 거쳐 캐나다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난민 신청 기각과 추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많은 탈북자가 캐나다를 떠나면서 덩달아 탈북자 사회도 크게 위축됐습니다.

토론토에서 탈북자들의 정착을 도와 온 구세군 한인교회의 박충실 사관은 최근(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약 2~3천명이었던 탈북자들이 지금은 100가정 정도로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박충실 사관] 한국과 캐나다 이민국 전산망이 연결되면서 초기 입국 당시 잘못 선택한 부분 때문에 다 추방을 당하는 상황에 있었죠. 2~3천 명 가량 되던 탈북자들이 지금은 어림잡아 100가정밖에 남지 않았다고 알고 있거든요. 안타까운 것은 탈북자들이 한국을 거쳐 캐나다에 왔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지낸 시간이 너무 짧고, 대부분 캐나다에서 9~10년 동안 생활했거든요. 여기서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사는 분들이었습니다.

캐나다 탈북인 총연합회의 조혜경 사무국장도 최근(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잇따른 추방으로 탈북자 사회에 사람이 없어서 모임을 갖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조혜경 사무국장] 8월에도 많은 분이 나가셨어요. 거의 다 가고 없어요. 그만큼 위험합니다.

기자: 지금 탈북자 사회의 모임이나 활동은 어떻습니까?

[조혜경 사무국장] 없죠.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저도 이것저것 다 하는데 다들 뿔뿔이 흩어져서 모이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RFA Graphic/김태이


“지난 7년 간 난민 지위 상실 400건 이상 ”

물론 재심사를 통해 추방을 면한 탈북자도 간혹 있습니다.

토론토에서 10년 넘게 생활한 최용택(가명) 씨는 지난해 이민국으로부터 영주권 취소를 통보받았습니다. 건축회사 사장으로서 큰 성공을 거두고 가정까지 이루며 살고 있던 최 씨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최용택] 캐나다에서 산 지 10년이 넘었고,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고 있잖아요. 지금 이만큼 살고 있는데, 다시 새로운 곳으로 가면 얼마나 힘들까? 가족이 있고, 일자리가 있는 사람에게 또다시 큰 변화를 주면 한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사람이 다같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지금까지 살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는데, 지금 다 뒤집는다면 너무 힘든 상황이 올 것 같아요.

다시 인도주의 이민 신청을 한 최 씨는 1차 심사를 통과하고 영주권 수속을 진행 중입니다.

인도주의 이민 신청(인도주의 정상참작 프로그램)은 ‘자신이 왜 캐나다에서 살아야 하는지’, ‘캐나다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왜 살 수 없는지’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데, 난민 신청이 기각됐거나 난민 지위를 박탈당한 대다수 탈북자가 선택하는 마지막 방법입니다.

하지만 최 씨처럼 재심사를 통해 정착 인정을 받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 현지 탈북자들의 설명입니다. 장소연 씨는 재심사를 신청한 탈북자 10명 중 9명은 탈락하는 상황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장소연] 여기 있는 탈북자들은 10년 전부터 캐나다에 오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난민 신청을 했는데, 한국 시민이라는 내용을 빼고 난민 신청을 한 거예요. 이후 한국이 안전한 국가로 분류되면서 북한 출신 사람들에 대한 심사가 이뤄졌습니다. 이전에 난민 심사 중이었거나 이미 난민 심사를 통과한 탈북자들도 재심사를 했고, 대부분 통과하지 못해 캐나다를 떠났습니다. 10년 전에 영주권을 받은 사람도 재심사를 받았지만, 거의 90%가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인도주의 이민심사와 별개로 ‘프라(PRRA)’라 불리는 ‘추방 전 위험심사(Pre-removal risk assessment)’를 통해 잠시나마 추방을 막아보려 하지만, 통과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프라’에서조차 기각되면 캐나다를 떠나야 합니다.

탈북 난민 신청과 영주권 수속을 대행해 온 김주은 이민∙난민 전문 변호사도 자유아시아방송에 캐나다 탈북 난민의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추방당한 탈북자와 영주권을 받은 탈북자의 차이도 이민 당국의 판단일 뿐이란 설명입니다.

[김주은 변호사] 작년과 다른 것은 없습니다. 떠나신 분들도 많고, 이런저런 방법으로 통과하신 분도 있고요. 주로 개인 상황이죠. 난민 인정을 받거나 인도주의 난민이 됐다던가, 아니면 결혼을 통해 됐을 수도 있고요. 딱히 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캐나다 이민∙난민국의 통계에 따르면 탈북 난민 신청은 2014년부터 크게 줄었습니다. 2013년 146건에 이르던 난민 신청이 이듬해인 2014년에는 8건으로 크게 줄었고, 2016년과 2018년에는 아예 한 건도 없었습니다. 올해도 6월 현재까지 이민국에 계류 중인 난민 신청은 11건에 불과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캐나다와 한국 정부 간 지문 확인 제도가 도입되면서 캐나다 이민 당국은 대부분 탈북 난민이 한국에 먼저 정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2013년부터 난민 지위를 취소하는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난민 지위를 받는 과정에서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캐나다 정부가 법원에 난민 지위 취소를 신청한 사례(Vacation Application)는 454건에 달하는데,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403명이 난민 지위를 상실했으며 특히 2018년과 2019년에는 그동안 계류 중이던 심사 대상 중 무려 350명 이상(352명)이 난민 지위를 잃었습니다.

캐나다 이민∙난민국의 멜리사 앤더슨 선임공보관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한다는 결론에 따라 난민 지위 상실을 결정했다고 확인했습니다. (This decision concluded that the claimant/appellant who is a citizen of North Korea is deemed to be a citizen of South Korea.)

RFA Graphic/김태이


“한국 거치지 않아도 난민 인정 안 하는 분위기”

김주은 변호사에 따르면 요즘은 한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캐나다에 입국해도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언제든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김주은 변호사] 현재 캐나다 판사들은 북한 사람이 한국을 거치지 않고 캐나다에 왔다 해도 만약에 한국에 간다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거든요. 북한을 나와 한국에 전혀 갈 생각이 없는 분들은 억울할 수 있죠.

일부 탈북자들은 ‘한반도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은 한국 국민’이라고 명시한 한국 헌법에 따라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캐나다 이민 당국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겪는 차별, 북한에 있는 가족의 안전 등을 고려할 때 한국 국적으로 무조건 보호받을 수 있다는 해석은 틀렸고, 이미 국제사회가 북한과 남한을 다른 국가로 인정하는 상황에서 탈북자에게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법을 난민 심사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캐나다 이민 당국이 탈북 난민에 대해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장소연] 캐나다 이민법과 관련해 북한 난민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 많습니다. 북한 사람이지만 한국인으로 간주하거든요. 경우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또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도 북한 사람에 대한 난민 규정이 모호한데요. 이런 부분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주은 변호사] 지금 판례가 그렇긴 하지만 나중에 바뀔 수도 있는 거죠. 더 높은 법원에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데, 문제는 그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이 법적으로 항소를 해야 하지만, 아직은 그런 사례가 없습니다. 한국을 거치지 않고 오신 분을 만나지 못했거든요. 아무리 법에 문제가 있어도 이의를 제기할 사례가 필요한데 그것이 없는 겁니다.


오늘날 캐나다 탈북자 사회는 규모나 의욕 면에서 크게 위축돼 있습니다. 계속된 탈북자들의 추방을 막고, 탈북 난민에 대한 이민 당국의 인식을 개선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추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탈북자도 적지 않습니다.

[박충실 사관] 뿌리를 못 내리고 있는 상황이죠. 신분 문제에서 안정이 안 되니까요. 언제라도 다른 나라, 또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일하고 자녀를 교육하며 살아도 늘 불안하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하죠. 우울증을 앓는 분들도 많고, 이를 해소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RFA Graphic/김태이


탈북자 사회 “끝까지 희망 잃지 말자”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탈북자 사회가 희망까지 놓아버린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난민 신청이 가능하고 개인의 상황에 따라 심사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심사를 통해 영주권을 받았다는 일부 탈북자들의 사례는 아직 희망의 끈을 잡기에 충분합니다.

기자: 앞으로 캐나다에서 난민 신청은 거의 할 수 없게 됐나요?

[김주은 변호사] 아닙니다. 계속할 수 있습니다. 대신 난민 법에 해당하는 분만 할 수 있죠. 물론 확답은 없습니다. 법은 정해져 있고, 사람들의 상황이 법에 맞아야 하는데, 맞을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쉬운 것은 아닙니다.

또 캐나다의 한인 사회도 탈북자의 합법적인 정착을 위해 최대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려 애쓰고 있습니다.

[박충실 사관] 같은 형제∙자매이기 때문에 마음으로 공감하는 거죠. 또 마음이나 말뿐 아니라 ‘인도주의 난민’이나 ‘추방 전 위험심사’에 제출하는 서류와 관련해 먼저 시민권을 받은 한국 분들이 선처해달라는 편지도 써주고, 재판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교회에서도 공식적으로 편지도 보냈는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캐나다 내 탈북 난민 문제는 북한이라는 특수성, 난민에 대한 정치∙사회적 판단, 탈북자 개인의 인권과 가족의 가치 등 단순히 법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는 많은 사안이 얽혀 있습니다. 그것이 탈북 난민에 대한 관심과 재해석을 바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혜경 사무국장]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습니다. 이민 장관 앞에서 시위도 해봤고, 언론사에도 호소해 봤고요. 이제 정부의 결정에 맡겨야겠죠.

수많은 탈북자가 정착의 꿈을 포기하고 떠나면서 크게 위축된 캐나다 탈북자 사회.

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이나 떠난 사람 모두 희망을 잃지 말고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삶의 이유에 대한 탈북자들의 결심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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