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설문: 코로나19 속 탈북민 사회] ①“실직∙소득감소…경제적 타격 커 고통”

워싱턴-노정민, 천소람 nohj@rfa.org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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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Graphic/김태이

앵커: 올해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대유행은 한국 내 탈북민 사회에도 큰 상처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과 한국의 탈북민 정착지원 단체인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이 공동으로 진행한 긴급 탈북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 이상이 코로나19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는데요. 탈북민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외로움’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실직과 소득 감소를 경험한 경우도 65%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외부 지원이나 상담 등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80%에 육박해, 탈북민 사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RFA 특별 기획, 코로나19 속 탈북민 사회.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코로나19가 탈북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노정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 (57%), 사회적 외로움 (29%)

한국 정착 3년 차인 30대 탈북 여성 조은향 (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심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조 씨는 그동안 강연과 공연 활동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감이 거의 끊겼습니다. 두 명의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분유값 대기도 벅찰 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조은향 씨(가명)] 경제적 손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모든 강연 일정이 취소됐고, 전국 축제에서 들어왔던 공연도 취소됐고요. 저는 행사를 많이 했는데 그런 것이 많이 줄었죠. 심지어 식당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도 아예 필요가 없었던 거죠. 그런 것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최근에는 조금씩 강연이나 공연 문의가 들어오지만, 이전 수준엔 한참 못 미칩니다.

지난해 말 홀로 한국에 입국한 20대 탈북 여성 박지영(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한국에 정착한 지 채 1년도 안 된 새내기 탈북민입니다. 현재 식당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는 박 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외로움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털어놨습니다.

사람들과 대면하지 못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외로움을 넘어 우울감을 느낀다며 코로나19가 자신의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박 씨는 덧붙였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이처럼 코로나19가 한국 내 탈북민 사회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탈북민 정착을 돕는 한국의 민간단체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과 함께 지난 10월 19일부터 26일까지 탈북민 228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가 일상생활에 미친 경제적, 심리적 영향은 무엇인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은 주고받고 있는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한국과 북한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 19개 항목을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 대구 등 전국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에게 물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탈북민은 206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90%를 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수입 감소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둘 중 한 명꼴인 127명(57%)으로 가장 많았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외로움’을 꼽은 응답도 셋 중 한 명꼴인 65명(29%)이었습니다.

한편, 경제적 어려움과 관련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자리와 소득에서 ‘이전과 동일한 수입을 얻고 있다’는 응답은 31.9% (68명)에 그쳤습니다. 반면 ‘일자리를 잃었다’, ‘일자리를 잃지 않았지만, 임금이나 소득이 줄었다’, ‘일자리는 잃지 않았지만, 무급휴가 등으로 소득이 없다’ 등 경제적 타격을 입은 탈북민은 전체 응답자의 65.8% (140명)에 달했습니다.

새조위의 신미녀 대표는 대체로 비정규직과 시간제 근로자가 많은 탈북민 사회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수입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미녀 대표] 코로나19대유행은 탈북민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잖아요. 여지없이 우리 탈북민들도 코로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탈북민 사회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심리적인 것과 경제적인 것이 있는데, 심리적인 것은 밖에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오는 외로움, 그리고 경제적인 것은 탈북민들이 정규직보다는 일반 시간제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사는 분들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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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절반 이상 비경제활동… 고용 시장에서 취약 계층


실제로 이번 설문에 응한 많은 탈북민들이 안정된 직장을 갖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 형태와 관련해 정규직은 15.8% (32명)에 그친 반면, 비정규직과 일용직, 시간제 근로자는 27.6% (56명)로 두 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업종별로는 무직이거나 주부, 학생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6.7% (124명)로 절반이 넘었고 판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탈북민은 20% (44명)였습니다. 또 응답자 중 자영업자는 24명이었는데, 이중 대다수인 21명이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탈북민 정착을 돕는 한국의 ‘남북하나재단’이 2019년에 조사한 ‘탈북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단순 노무 종사자가 24.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비스 종사자가 19.6%, 판매업은 9.6%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이 세 취업 유형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실직위험이 가장 큰 분야여서 탈북민들이 고용시장 악화에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인 오은경 박사도 최근(10월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오은경 박사] 아시다시피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대부분은 여성들이고요. 혼자서 살아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들이 일하고 혼자 살아가면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제가 만난 탈북민들뿐 아니라 다른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탈북민들의 일자리는 대게 단순 노무직이나 서비스 종사자가 상당히 많거든요. 이런 종사자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실직 위험이 매우 높은 직업군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직업 분야를 갖지 않는 이상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경제활동의 중단, 생계의 어려움 등 타격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진행한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정규직의 53% (32명 중 17명)가 실직과 소득감소 등을 경험한 반면, 비정규직과 일용직, 시간제 근로자는 71% (56명 중 40명)가 실직과 소득 감소를 경험해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코로나19는 탈북민들의 심리적 건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 중 89% (198명)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불안과 분노, 좌절을 느낀다고 답했는데, 탈북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사회적 외로움과 맞물리면서 무기력함과 우울, 불안 등으로 확산하게 된다고 오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오은경 박사] 탈북민들이 남한에 왔을 때 ‘자신이 일을 하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늘 만족스럽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자신의 힘든 생각이 불쑥 튀어나오는 거죠.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니까 점차 고립되고, 일은 하지 못하고, 고립된 상황에서 잡다한 생각, 북한에서의 생각, 탈북 당시의 생각 등 복잡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 거죠. 그런 생각과 고민이 점점 커져서 ‘내가 이번에 실직했는데, 다음 달은 어떡하지’, ‘북한에 돈도 보내줘야 하는데, 남한에서 혼자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북한의 가족들은 괜찮나’라는 문제들이 점점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더 커지고, 이로 인한 우울감과 불안, 무기력함 등을 당연히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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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지원 받았다 21% 그쳐... 비대면 상황에서 탈북민 지원 한계


이처럼 한국에 정착한 많은 탈북민들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외부의 지원이나 심리 상담 등을 받았다고 답한 탈북민은 21% (47명)에 그쳤습니다.

탈북민을 지원하는 제도와 기관이 있지만, 실제로 탈북민이 혜택을 누리도록 돕는 중간 매체의 역할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신미녀 대표] 사실은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이전에도 탈북민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기정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나 시민 사회가 노력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도 어쩔 수 없고, 직접 대면해서 도와주는 심리 프로그램은 많은데 온라인으로 하기에는 역부족이죠. 대면하면서 사랑과 감정을 교류하고, 교감하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데 이것이 안 되다 보니 어렵고요.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대유행이 전 세계는 물론 각 개인에게 신체적, 심리적 영향을 끼친 재난 상황과 맞먹는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새롭게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탈북민들은 일반 구성원에 비해 사회적 약자로서 더 큰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불안, 공포 등을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때에 탈북민에 대한 더 큰 관심과 함께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함은 물론 이를 탈북민 사회와 연계해주는 중간 매개체의 역할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탈북민 스스로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꾸준히 일상 생활 유지에 힘쓰고 긴급 지원 제도나 관련 기관 등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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