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설문: 코로나19 속 탈북민 사회] ② “북한의 가족에 송금 어렵고 연락 끊겨”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11-06
Share
chat.jpg 지난 10월 말, 중국 휴대전화를 통해 북한 북부 지방의 내부 취재협조자로부터 받은 문자 내용.
사진 제공 - 아시아프레스

앵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북한에 남은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연락이나 송금은 코로나19확산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한국의 탈북민 정착지원 단체와 공동으로 진행한 탈북민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열 명 중 일곱 명꼴로 북한 가족에게 닥친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현금 수입의 감소’를 꼽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가족과 연락하거나 돈을 보낸다는 응답은 10명 중 2명이 채 되지 않아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RFA 특별 기획, 코로나19속 탈북민 사회.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코로나19가 북한에 있는 탈북민 가족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설문조사 결과를 노정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가족의 가장 큰 어려움 ‘현금 수입 감소’ (68%)

한국에서 혼자 살고 있는 20대 탈북 여성 김영은(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도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소식에 마음은 늘 편치 않습니다.

북한에 가족을 둔 탈북민들의 마음은 김 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탈북민 정착을 돕는 한국의 민간단체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과 함께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2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닥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응답자 3명 중 2명꼴인 68.6% (153명)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습니다.

북중 국경 봉쇄에 따른 경기 침체로 현금 수입의 감소, 구매력 저하 등 생활 경제 위기가 가장 걱정된다는 겁니다.

또 북한 당국의 강력한 방역 대책으로 ‘이동의 제한’, ‘무조건 격리’ 등 ‘사회적 통제의 강화’를 우려하는 응답도 10.8% (24명)를 차지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최근 중국 휴대전화로 북한 내부 취재협조자와 주고받은 문자 내용에 따르면 가재도구를 팔거나 집을 처분하고 산으로 들어가는 주민이 생겨나는가 하면 시장이나 역전 등에는 어린이와 노년층 꽃제비가 계속 늘어나는 등 코로나19대유행 이후 현금 수입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함경북도 청진시 신암구역에서는 감기 증상 환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20일간 해당 지역 16세대를 모두 격리 조치하며 이동까지 제한해 격리자 중 일부는 영양실조에까지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고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가 최근(10월 3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현금 수입이 막히면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어요. 농촌도 그렇지만, 특히 도시 주민이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현금 수입 자체가 없기 때문에 구매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는데요. 시장에 가면 물건들은 있다고 합니다. 구매력이 많이 떨어져 살 사람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장사가 잘 안되고, 장마당에서는 식품 판매 장사만 늘어나고, 공업품 장사는 많이 없어졌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이 크지만, 연락을 유지하는 탈북민은 많지 않았습니다.

열 명 중 두 명(19%, 43명)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한 적이 있다고 답한 반면 대부분(81%, 183명)은 연락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열 명 중 한 명(9%, 21명)은 아예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습니다.

또 탈북민들은 과거에 보름 정도면 주고받았던 북한의 가족들과 연락이 최근에는 수 개월씩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graphic21.jpg

북한에 송금 쉽지 않아… 단속 강화로 수수료 껑충

실제 이번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한 탈북민은 전체 응답자의 17.9% (40명)에 그쳤습니다. 또 송금 금액에서도 33% (13명)가 ‘한국에서 경제적 어려움 탓에 이전보다 적은 돈을 보냈다’고 답했습니다.

[신미녀 대표]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현금 수입이 급감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렵고, 보내준다고 해도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응답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코로나19 때문에 경제가 어렵잖아요. 다니던 직장도 많이 그만두는 상태고, 우리가 비대면으로 살기 때문에 기존의 아르바이트도 다 없어지니까 탈북민 본인의 생계가 어려운데, 북한으로 많이 보내줄 수가 없죠. 이 코로나19가 탈북민 사회에 미친 여파가 굉장히 큰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대유행 이후 송금 자체도 어려워졌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지금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송금하는 것이 정말 어려워졌습니다. 첫째는 한국이나 중국에서 불법적으로 외화 송금을 받는 일, 이를 중개하는 일을 비사회주의 현상이라고 해서 계속 단속하지 않았습니까. 이것을 코로나 대책 명목으로 앞세워 단속을 매우 강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송금 브로커가 많이 잡혔어요. 둘째는 북중 국경이 완전히 봉쇄되면서 사람 왕래가 끊겼습니다. 중국에서 현금을 북한에 반입할 방법이 없어진 거죠. 북한 내 브로커들도 보유 외화가 많이 없어지면서 외화를 송금해 줄 여유가 없어진 겁니다. 그래서 수수료가 많이 올랐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탈북민 가족이 보내 주는 돈에 의존한 북한 주민이 많은데, 요즘에는 송금이 쉽지 않고 액수도 줄어들면서 생활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북한에 송금한 적이 있다는 탈북민 40명 중 이전과 같은 금액을 보내거나 더 많은 액수를 송금한다고 답한 탈북민이 절반이 넘는 26명에 달해 한국에서 자신도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북한 가족을 더 염려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조은향 씨(가명)] 제가 봤을 때 그래도 생활력이 강한 북한 사람들이 아닙니까. 내 가족이 저 체제에서 찢어지게 가난하게 저렇게 살고 있는데 어떤 수단과 방법을 더해서라도, 그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해서, 그 상황에 맞게 대응해서 탈북민들은 조금 경제적 이익을 얻어서 그나마 송금을 하려 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graphic22.jpg

응답자 60% “북한에 확진자 있을 것”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번 설문에서 한국과 북한의 코로나19대응에 관한 탈북민의 생각도 살펴봤습니다.

한국 정부의 코로나19대응에 관한 견해를 묻는 항목에 응답자 대부분(77%, 174명)이 ‘잘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와 질병관리본부, 공공보건 기관에 대해서도 10명 중 8명(81%, 184명)이 신뢰한다고 답했습니다. 코로나19에 관한 정보는 주로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 얻는다는 응답이 71% (158명)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과 유튜브 등 쇼셜 미디어가 22% (50명)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에 관해 탈북민의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이 45% (99명)인 반면 54% (119명)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이나 북한 주민이 코로나19에 관한 정보를 얻는 수단에 대해서도 절반에 가까운 48% (108명)가 ‘주변 사람을 통한 입소문’일 것이라고 답했고, 19% (43명)는 ‘정보를 얻을 곳이 없어 아직도 코로나19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에서 탈북민 상담과 심리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인 오은경 박사는 남북한에서 정보와 의료 체계의 차이를 경험해 본 탈북민들이 상대적으로 한국의 코로나19대응에 높은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은경 박사] 일단 탈북민들은 남북 간의 현격한 차이를 경험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반복적인 교육이나 지침, 매뉴얼, 또는 확진자가 발생한 것부터 동선, 지역에서 지역으로 옮기면 계속 문자 서비스 안내 등 정보가 모두 공유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통제하고 폐쇄된 북한과는 전혀 다르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북한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대처들은 우리가 짐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걸려도 치료가 어렵다 등을 유추해보면서 ‘아, 상대적으로 한국은 방역 등에서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답변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북한 당국이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설문에 응한 탈북민 3명 중 2명에 해당하는 60% (135명)가 북한의 주장과 달리 확진자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2%(74명)인데 반해 ‘확진자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5% (13명)에 그쳐 눈길을 끌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북한 가족에 대한 죄책감 더 커져

코로나19대유행 이후 탈북민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과 북한 주민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19국면에서 ‘혼자 한국에서 편하게 사는 것은 아닐까’라는 죄책감을 더 느낀다는 것이 탈북민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오은경 박사] 탈북민들은 북한 주민이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면서도 ‘마땅한 대책도 없고, 약도 없을 텐데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는지’, 자신이 남한에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북한에 있는 가족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탈북민을 만나면 항상 하는 말이 북에 두고 온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고, 혼자 이밥(쌀밥) 먹는 것이 가장 죄책감이 들고 마음이 무겁다고 호소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전화 연락도 쉽지 않고요. 그런 것을 경험하면서,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계속될 것인가.

코로나19대유행 속에 탈북민들의 초조함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이라도 되거나 송금이라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면 마음의 짐이라도 덜 텐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보니 코로나19국면이 길어질수록 탈북민들은 더 미안한 마음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