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설문: 코로나19 속 탈북민 사회] ⑤ “탈북 과정 심리적 외상 탓 더 큰 후유증”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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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Graphic/김태이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탈북민 10명 중 9명은 ‘코로나19’에 대해 불안과 분노, 좌절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특히 탈북민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은 북한에서의 삶과 탈북 과정에서 경험한 외상후 스트레스 탓에 더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고 저명한 심리상담 전문가는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탈북민에 대한 지식과 특성을 잘 아는 전문가를 육성하고, 더 긴밀한 맞춤형 관리와 지원 등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이 전문가는 강조했는데요.

RFA 특별 기획, 코로나19속 탈북민 사회.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코로나19가 탈북민들의 정신 건강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노정민 기자가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 전문가이자 마음세움재단 대표인 오은경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탈북민들, 외상 스트레스로 코로나19 두려움-불안 증폭

- 오은경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최근 저희가 진행한 탈북민 대상 설문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해 약 90%가 불안과 분노, 좌절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코로나19대유행 가운데 탈북민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박사님의 진단은 무엇입니까?

[오은경 박사] 코로나19에 따른 우울은 일반인뿐 아니라 당연히 탈북민들도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전문가적 입장에서 볼 때 탈북민들의 심리 사회적 문제는 일반인이 경험하는 것과 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냐 하면 첫째, 북한 내에서 외상 경험을 한다는 거죠. 고문을 당하거나, 죽음을 목격하거나, 폭력을 당하는 등의 문제, 또 탈북해오는 과정에서의 외상을 경험하죠. 성폭력이나 폭력, 인신매매, 범죄에 노출, 그리고 제3국에서도 남한 입국 전까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받고, 그렇게 계속 고통을 받으면서 심리적 외상, 트라우마를 경험한 채로 남한에 오게 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만난 탈북민들은 외상후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 인지적 대인관계와 정서적 문제를 많이 경험합니다. 그런데 개인이 가진 외상후 스트레스 문제가 코로나19 사태로 더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탈북민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외상후 스트레스와 관련된 문제들이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경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내가 우울하고 불안하고 외상후 스트레스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코로나사태를 만나면서 더 우울하고 더 불안해지고, 알코올과 약물 오남용 등 중독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조금 더 심각하게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집니다.

- 또 이번 설문 결과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도 컸습니다. 하지만 연락이나 송금도 쉽지 않았고요. 이와 관련한 탈북민들의 심리나 정신 건강은 어떨 것으로 분석하십니까?

[오은경 박사] 예를 들어 한 탈북민은 10~14일 정도면 처리됐을 전화 통화나 연락 등에서 2~3개월 뒤에 답변을 받았답니다. 브로커를 단속하고 이동을 통제하니까 정보 전달이나 움직임이 더디다는 것을 설명하겠죠. 그런 것을 경험하면서, ‘이것이 얼마나 더 계속될 것인가’. 혼자 남한에서 생활하는 것도 힘들지만, 북한에 더 많은 돈을 못 보내준 것도 미안하고, 그런 무거운 마음들이 더 가중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의 탈북을 준비한 탈북민들도 코로나19 때문에 자꾸 무기한 연기되거나 막연한 상황이 되다 보니 더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복합적인 감정이 많았습니다.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 해결하는 탈북민 많아”

-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탈북민들이 경제적,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번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어떠한 지원이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여전히 탈북민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박사님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오은경 박사] 지자체마다 지역 하나센터가 있고, 지방 자치단체에서도 탈북민과 관련한 정착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심스럽지만, 제가 생각하기는 ‘지역 하나센터 등의 운영이 탈북민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가, 여전히 그들은 어려움을 호소하는데’라는 의문이 드는 겁니다. 왜 이런 의문을 갖게 됐냐 하면, 제가 초반에 알게 된 탈북민 한 명이 ‘지금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탈북민이 있으니 만나 달라’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실제로 여러 개인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어요. 제가 그 탈북민에게 ‘이렇게 어려움이 있는데, 하나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하고 있고 시스템이 잘 돼 있는데, 도움을 요청해본 적이 있느냐’라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많은 사람이 ‘정착 기간 5년 이후에는 지역 하나센터를 방문하거나 가본 적이 없다. 우리에게는 벽도 높고, 면밀히 관리해 줄 사람이 없다’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들은 자기만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알음알음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었거든요. 이들의 사각지대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간 관계자의 입장에서 단체나 매개체, 정부 기관에서 이들에게 지금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정착 기간 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어려운 대상자라는 것이 확인되면 연계해서 필요한 내용과 정보, 프로그램, 지원 등 무엇인지 발굴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지역 하나센터의 기능이 더 강화돼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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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특성 잘 아는 현장 상담 전문가 육성 필요”

- 코로나19가 당장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또 탈북민들이 겪는 후유증도 계속되겠죠. 코로나19가 장기화했을 때 탈북민들에 미칠 심리적 영향, 정신 건강은 어떨 것으로 내다보시나요?

[오은경 박사] 제가 여러 가지로 조사해 본 결과 탈북민들이 건강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정서적 건강의 중요성을 기억할 필요가 있거든요. 제도적, 사회 복지적인 도움을 많이 줬다면 앞으로 이들이 가진 심리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들은 탈북하는 과정, 북한에서 삶 때문에 개인이 가진 심리적 문제, 정서적 문제가 남한에 적응하는 것을 더 취약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남한에 왔을 때도 낯선 환경에 일방적인 적응을 요구받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대게 혼자 오죠. 그래서 사회적 관계나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도 상당히 부족한 겁니다. 언어도 이질적이고, 문화 차이도 있고요. 이들이 겪는 정서적인 부적응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일반인들도 힘든 문제지만, 적응하는 탈북민도 함께 겪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탈북민의 정서적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관련된 상담 전문가를 계속 양성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탈북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특성을 잘 알고, 상담 영역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복합적인 현장 상담 전문가를 투입해서 그들에 맞는 취약계층 대상자를 발견하고 연계해서 상담 지원할 수 있도록 조금 더 긴밀한 지원과 안내가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민들에게 상담 전문가로서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오은경 박사]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상황이지만, 주변 사람과 계속 꾸준히 관계를 맺고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고요. 혼자 있다 보면 자기 생각을 계속 왜곡시키고, 반복해서 부정적인 감정들이 생겨날 수 있거든요. 건강하게 마스크 착용을 하면서 친밀한 대상자를 통해 따뜻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관계적 측면이 계속 유지돼야 하고요. 두 번째는 탈북민을 돕기 위한 민간단체가 있습니다. 찾아보면 주변에 긴급지원 사업과 같은 필요한 정보와 자료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갑자기 실직자가 돼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막막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기보다 규칙적으로 밥도 먹고 생활하고, 필요한 음악이나 스포츠 등을 통해 위안을 얻는 개인적인 활동도 꾸준히 유지해서 이런 위기 상황을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적인 노력도 계속돼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네. 오은경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인 오은경 박사와 함께 코로나19 대유행이 탈북민에 미친 심리적 영향과 정신 건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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