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돈주들이 돈 버는 법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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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_custom_nk_b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단둥의 국경세관에서 무역상들이 물품을 북한으로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 네.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김혜영 씨, 안녕하세요. 우리가 흔히 북한의 시장경제를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단어가 ‘돈주’입니다. 신흥부유층이라고도 하는데, ‘돈주’라는 말이 어떻게 등장했나요?

[김혜영 ] 돈주는 그대로 돈으로 기업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나랏돈이 아니라 개인이 창출한 자기 돈으로 국가 무역도 했고, 무역 간판을 이용해 효율적인 벌이도 많이 했습니다. 돈주가 되면 어떤 일도 있었고, 할당량이나 수익을 배로 불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고, 마디로 북한식 회장이죠. 간판 없는 회장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 북한에서는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고리대금업,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 식당을 운영하거나 유통 시장을 주도하는 사람들을 돈주라고 하는데요. 혜영 씨가 북한에 계실 때는 어땠습니까?

[김혜영 ] 제가 북한에 있을 당시에 고리대금업자는 없었고, 부동산 투자라는 말도 몰랐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돈주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친 개인 장사가 늘어나면서 고리대금업자도 생겼고, 돈주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자기 돈을 이용해 여러 가지 장사를 하게 겁니다.

무역으로 돈을 때는 무역회사마다 와끄(무역허가) 있어서 서로 돌려가면서 했고요. 하다 보면 중국 대방들이 사적인 물건들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그때에는 무역 간판을 이용해 개인 장사로써 다양한 품목들을 팝니다. 그렇게 상대방과 개인적인 거래 관계가 형성되면서 돈주로 성장하기도 하고요. 때로는 돈주들의 자금이 모자라면 서로 힘을 합치면서 돈을 버는 서로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 어떻게 하면 ‘돈주’가 될 수 있었나요? 출신 배경과 관계없이 아무나 돈주가 될 수 있나요? 또 어떤 장사를 해야 돈주로 성장할 수 있는지요?

[김혜영 ] 돈주들은 아무래도 해외에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일본에서 귀국한 상공인들 중에 돈주가 많이 됐고, 자수성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갑자기 운이 좋아 벼락부자 사람들도 있었는데, 예를 들어 중국 상인이나 일본 상공인들이 공장이나 백화점을 내면 여기에 관여하는 북한 친척들이 수익을 나눠 가지면서 많은 돈을 벌기도 했죠.

돈주는 출신성분을 따지지 않았습니다만, 아무나 돈주가 수는 없었습니다. 평양에서 외국 경험을 사람도 돈주가 되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다가 적발되면 골치 아프거든요. 운도 따라야 하고, 머리도 좋아야 합니다. 상대방과 거래에서 밀고 당기기를 잘하고, 거래도 잘해야 했거든요.

초창기에 돈주들은 기회가 좋았습니다. 검열이 심하지 않았고, 장사할 있는 품목도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고난의 행군 시기이다 보니 대학생이나 젊은이들이 돈에 대한 열망이 컸지만, 장사할 있는 밑천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경우는 부모님의 귀중품을 팔아 작은 장사부터 시작했고, 돈에 눈을 뜨게 됐는데요. 그때에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가장 듣고 싶어 했고, 아는 사람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장사를 했습니다.

- 돈주들의 주요 거래 대상은 누구인가요?

[김혜영 ] 무역하는 사람은 주로 중국 대방들과 상대했는데요. 일본과도 했고요. 중동국가나 사회주의 국가들과도 거래했습니다. 유통이나 장사하는 사람, 고리대금업자들은 북한 주민이 주요 대상이었는데,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고리대금업자는 없었지만, 지금은 많다고 합니다.

- 혜영 씨도 돈을 벌고 싶어서 외부 세계의 정보를 듣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돈주들에게는 정보가 매우 중요했겠죠?

[김혜영 ] 예전에는 무역에 대한 확실한 정보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가에 얼마의 돈을 자금으로 내고 정보를 얻었고요,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었습니다. 중국에서 요구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들으면 그것을 재빨리 수소문해서 대방들에게 공급해주는 겁니다.

경험담을 이야기하자면, 언젠가 중국에서 강남석 보석을 요구하는 겁니다. 저는 처음에 강남석이 무엇인지 몰라서 수소문 끝에 대방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 제가 천연색 텔레비전(컬러TV) 광부의 집에 가져다준 지배인과 중개인을 연결해 달라고 해서 강남석 몇십 톤씩을 중국으로 보냈습니다. 당연히 돈도 벌었죠. 강남석을 어디에 쓰냐고 물었더니 남한에서 원해서 하는 거라고 중국 대방이 말하는 겁니다. 나중에 제가 한국에 와서 사우나를 하러 갔는데, 보석 사우나실 벽에 강남석이 박혀있는 겁니다. 제가 예전에 보냈던 생각이 나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 혜영 씨도 본인이 북한에서 돈주였다고 하셨는데요. 수입은 얼마나 됐고, 거래 화폐는 무엇이었나요? 또 북한에서 자동차도 타고 다니셨다면서요?

[김혜영 ] 저는 당시 수입이 얼마였는지 기억은 나지만, 주로 달러와 엔화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북한 돈은 사용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중국 위안화를 많이 사용하죠. 돈주들은 기본적으로 아파트에서 살고, 자동차도 이용했습니다. 일본에 친척을 사람들은 일본에서 보내준 차를 소유할 있었습니다. 저도 좋은 자동차를 많이 타고 다녔는데, 차는 북한의 인민배우나 예술인들이 당에서 선물로 받은 것이지만, 연료비가 없어서 그냥 있는 차들이었어요. 그럼 저는 차가 필요할 때마다 주인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고 차를 빌려 썼습니다. 사업을 위한 전용차로 쓰는 것이죠. 불법이지만, 지금도 아마 그렇게 하고 다니는 돈주들이 있을 겁니다.

- 사회주의 경제 체제인 북한에서 돈주들이 돈을 유지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장사를 열심히 하는 것 외에도 다른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김혜영 ] 아주 중요합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서로를 엄격하게 감시하죠. 아무래도 돈주는 티가 납니다. 그리고 돈주들은 일반 주민과 다른 계층의 사람들과 다니거든요. 돈이 돈을 부른다고, 있는 사람들끼리 놀지요. 혹시나 있을 위험에 대비해 뇌물은 수시로 주는 것이 기본이고요. 그래서 돈주들이 돈을 벌려면 사람 보는 눈이 있어야 하는데, 돈을 떠나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때로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시험도 해보고요. 편으로 만들기 위해 화끈하게 돈을 풀기도 합니다. 예로 저는 사람을 고용할 사람 집에 찾아가 물건을 부탁한 집안을 둘러보면서 "부족한 것이 많아 보이네요"라며 큰돈을 슬쩍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정보를 수집하고 돈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데, 나와 거래하는 대방이 무엇을 요구하는가에 대한 정보, 계산 등을 신속하게 해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합니다. 번의 실수도 허용해서는 되고, 거래한 사람과는 다시 거래하지 않고요. 약속과 시간을 지키면 100% 성공입니다.

- 돈주들의 생활은 어땠습니까?

[김혜영 ] 생활은 호화로웠어요. 돈주들은 기본적으로 외화상점을 이용하기 때문에 먹고사는 것은 걱정 없었는데요. 나무 장작을 땔감으로 해서 살다가 석유 난로로 겨울을 보내고, 자체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어 가전제품도 사용하고, 옷차림도 외국 유행을 따라가느라 북한식 옷은 입지도 않습니다. 돈주들은 자기들만의 모임을 형성해서 같이 돈을 벌고, 나누어 쓰면서 돈의 맛에 빠지게 됩니다.

저는 돈을 절대 집에 두지 않았습니다. 아무 때나 집을 수색할 있었으니까요. 은행에도 맡기지 않았고요. 돈은 무조건 달러나 엔화로 바꿔서 혼자 사는 착한 할머니 집에 감춰두고, 내가 돈은 화장실에 몰래 감췄다가 필요할 때마다 빼서 쓰고 그랬습니다.

-        네. 오늘은 돈주들이 돈 버는 법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무역일꾼 출신 탈북 여성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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