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재개, 한미 온도 차 여전”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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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통일부 주최로 열린 '코리아글로벌포럼'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통일부 주최로 열린 '코리아글로벌포럼'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한국 정부가 교착 국면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위한 창의적인 방법의 하나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미국의 생각은 온도 차가 크다고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관측했습니다.

또 북한이 미국에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강력히 주문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 정상회담 시간의 대부분을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 요청에 사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명백한 약속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문가들, “미, 금강산 관광 재개 안 좋아할 것”

[김연철 통일부 장관] 지난해 남북정상은 조건이 마련되는 것에 따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는 방안에 대해 뜻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남북관계의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금강산 관광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남북이 마주 앉으면 양측 모두 만족하면서도 실천 가능한 창의적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김연철 한국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미국 평화연구소(USIP)와 세종연구소가 공동주관한 2019년 한반도 국제평화토론회에서 한 기조연설에서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한국 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금강산 관광의 위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남북교류 협력의 토태를 마련하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변화된 조건과 환경을 고려하면서 북한과 협의를 통해 금강산 관광의 재개와 활성화를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미북 간의 비핵화 협상에서 교착 국면이 길어지고 남북관계도 얼어붙은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남북교류 협력의 토태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김 장관의 설명입니다.

김 장관은 북한이 핵 대신 경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창의적 접근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앞세운 남북관계가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김연철 장관]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접근도 가능합니다. 남북관계로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지 않으면서 북한을 충분히 유인할 수 있는 대안을 남북한 협력공간의 확대를 통해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김 장관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 금강산 관광의 의미와 발전 방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특히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 남북경제협력을 본격화하면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로서 한국에 대북 영향력이 생기고, 이를 통해 비핵화 과정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장관이 미국 정부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반도 전문가들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한미 간에 온도 차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최근(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싶은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금강산 관광이 유엔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관광 재개를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랭크 엄] (한국이 창의적 해법의 하나로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북한이 금강산 내에 오래되고 황폐한 남측 시설을 철거할 것을 지시한 가운데 한국은 빨리 행동해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놓여 있죠. 관광사업이 대북제재의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돌파구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미국은 그렇게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엄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독단적으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이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프랭크 엄] 그렇다고 미국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간과하지는 않을 겁니다. 계속 대북제재를 통한 압박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데, 관광 재개가 이를 약화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죠. 한국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미국은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미 우드로우윌슨센터의 진 리 한국역사∙공공정책 센터장도 자유아시아방송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자체적인 5.24 조치의 해제를 비롯해 더 많은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이는 제재 효과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진 리] 예외 사안을 제공할 때마다 제재의 효과는 감소하기 마련입니다. 현실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한에 제공하는 매우 큰 예외 조치입니다. 현재 남북관계에서 한국 정부의 입지가 매우 좁습니다. 그래서 통일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데요. 한국 정부가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임은 알고 있지만, 인내심을 갖고 일단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로서 금강산 관광 재개는 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리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장기적인 경제적 관점에서 남북경제협력에 기대를 나타내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것에 실망하고 있지만, 북한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완성하면 관광산업을 비롯한 경제발전을 돕겠다는, 다른 관점의 청사진을 갖고 있다는 것이 리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이날 토론회장에서 만난 또 다른 전문가도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말에 “미국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회의적인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북 “군사훈련 중단 요청”에 미 “명백히 약속한 적 없어”

한편, 북한이 미국에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는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6월 판문점에서 한 미북 대화에서 김 위원장이 대부분의 시간을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을 요청하는 데 썼다는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자문단을 지낸 한국 숭실대학교의 이정철 교수는 남∙북∙미 판문점 회동 당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 50여 분 가운데 30분 동안 군사훈련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는 겁니다.

[이정철 교수] 6.30 판문점 회동 당시 김정은-트럼프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50분 동안 회담을 합니다. 이때 30분 동안 김 위원장이 군사훈련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교수는 북한이 당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지난 8월에 실시한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이 크다면서 이는 현재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의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정철 교수] 북한은 오랫동안 군사 연습을 말라고 했고 협상의 전제조건이라 했는데, 한국 정부가 주도해서 한미군사훈련을 했다고 북한이 오해하고 비판하는 거죠. 그래서 한국 정부와 일절 대화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미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방위국장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자신이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고위 관계자에게 물어봤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의 취소나 중단을 확실히 약속한 적이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I have asked several senior Trump Administration officials about this issue and they have all said the same thing. There was no explicit promise by Trump to cancel or suspend joint US-ROK military drills forever.)

또 카지아니스 국장은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10개의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며 이는 이미 북한에 대한 큰 양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내 많은 전직 관리와 장성,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계속 미사일 발사 실험과 군사훈련을 감행하는 가운데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과 축소는 미국의 매우 큰 양보이자 우려 사안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국이 연합훈련을 취소한 이후에도 유엔이 최근(지난 15일)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 미국이 참여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적대시 정책의 철회’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과 제재 완화, 북한 인권에 대한 간섭 중단 등 요구 수준을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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