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대북제재 완화 외 돌파구 없어”

워싱턴-노정민, 한덕인 nohj@rfa.org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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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_rocket-620.jpg 지난달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이 리병철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과 함께 초대형 방사포 앞에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앵커: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이 길어지고,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제안한 대화마저 북한이 외면하면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미국의 맞대응이 이어지면서 각자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면 전환을 위해선 미국이 북한에 대북제재의 완화를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미국의 한 북한 전문가가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대북제재 중 일부라도 완화하는 성의를 보일 경우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거라는 주장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 비건과 만남을 시간 낭비로 판단한 듯

-켄 고스 국장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최근 한국과 중국을 연이어 방문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측의 접촉이 결국 무산됐습니다. 미국의 공개적인 요청을 북한이 외면한 셈인데요. 왜 북한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까요?

[켄 고스 국장]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와 만나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새로운 제안을 올려놓기 전까지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오히려 북한 측이 모습을 드러냈다면 더 놀랐을 겁니다. 북한은 비건 특별대표가 단지 심부름꾼이지, 정책 결정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길 원하는 거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양보를 할 의지를 보이기 전까지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돌아올 생각이 없습니다.

-갈수록 고조하는 북미 간 갈등의 원인은 누가 더 크게 제공했다고 보십니까?

[켄 고스 국장] 미국입니다. 미국이 더 강한 힘을 가졌고요. 미국이 먼저 양보해야 하는데,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았어요. 북한은 대북제재의 완화를 원합니다.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에 관여하길 바란다면 제재 완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놔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긴장을 높이는 지금의 상황에 처한 것이죠.

물론 북한의 행동에 대해서 비난할 수 있지만, 미국도 북한으로부터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협상 테이블에 무언가를 올려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긴장 상황은 계속 악화할 수밖에 없죠. 단순한 겁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북한이 취한 비핵화 조치는 충분했다고 볼 수 있나요?

[켄 고스 국장] 당연히 아니죠. 북한도 미국이 정의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았죠. 북한의 핵은 미국에 대한 억지력인데, 이에 대한 대가를 얻기 전까지 억지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겁니다. 미국 정책의 문제는 비핵화를 추구하는 말(horse)보다 수레(cart)를 앞에 놓는 것인데, 당연히 문제해결 과정에서 수레가 뒤로 가야 합니다.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에는 두 가지 기반이 있는데, 하나는 핵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입니다. 어떤 양보도 없이 비핵화만 요구할 경우 오히려 핵 프로그램을 고집하는 결과를 가져오죠. 이것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정통성인 경제건설을 돕고, 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양보한다면 북한도 핵 프로그램과 경제발전을 맞바꿀 수 있는 의지를 보여줄 텐데 이것을 미국이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러, ‘최대압박 정책의 한계’ 메시지 보내

-북한이 이처럼 대북제재의 완화에 집착하는 배경은 그만큼 대북제재가 큰 타격을 줬기 때문으로 볼 수 있을까요?

[켄 고스 국장] 아닙니다. 북한은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외부로부터 투자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원하는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의 경제 동력과 국제환경에 연결돼야 하는데, 대북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이 같은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정책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죠. 북한의 주체사상만으로는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으니까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의 일부 완화를 담은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는데요. 미국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요. 현시점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같은 결의안을 낸 의도가 뭘까요?

[켄 고스 국장] 이는 미국에 보내는 신호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일부 대북제재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미국이 추구하는 최대압박 정책은 통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죠.

현재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더 실험을 거치면 완전한 핵 프로그램이 될 겁니다. 이미 북한은 매우 가까워지고 있고요. 우리는 북핵 프로그램을 상자에 넣어 가두고 싶어 하지만,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는 일부 대북제재의 완화 외에는 없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지도력 여전히 굳건해

-고스 국장께서는 오랫동안 북한 지도층에 대한 연구를 해오셨는데,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력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켄 고스 국장]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명확히 알 수 있듯이 김정은 위원장과 그의 참모들의 위치는 매우 확고해졌습니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체제 불안이 올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한 그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도자의 입지를 굳혔다고 판단합니다.

-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에게 약속한 대북제재의 완화, 경제발전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지도력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켄 고스 국장]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시간이 없는 겁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는 없죠. 지금은 북한과 그의 지도력이 안정돼 있다고 하지만, 경제발전을 보여주지 못해도 그럴 것이란 뜻은 아닙니다. 점점 사람들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등을 돌릴 테고, 그때 그의 지도력이 약화하겠죠. 그렇다고 그가 지도자의 위치에서 물러나진 않겠지만, 보잘 것 없는 지도자로 전락할 겁니다.

- 그래서인가요.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에 자주 오르면서 내부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적지 않은 것 은데요.

[켄 고스 국장] 그렇죠.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에 보내는 신호도 있지만, 북한 내부적으로 보내는 메시지도 당연히 있습니다. 북한 주민에게 ‘지금 무엇을 하는지’, ‘왜 이렇게 하는지’ 등을 설명해야 하니까요. 김정은 위원장은 정책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 정통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세습된 3세대 지도자일 뿐이죠. 그래서 지금 북한 주민에게 미국에 굴복하지 않는 강인한 지도자로서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 ICBM 발사 시험 가능성… 미 , 제재 강화로 대응할 듯

- 북한이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뭐라고 보십니까? 역시 대륙간탄도미사일일까요?

[켄 고스 국장] 그렇지 않길 바라지만, 전략적 의사소통의 관점에서 볼 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이 유력해 보입니다.

-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다면 미국의 대응은 무엇이 될까요?

[켄 고스 국장] 대북제재를 더 강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이 이를 문제 삼아 유엔을 통해 추가 제재를 가하려 하겠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이 매우 심각한 사안인 만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경고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한편, 미국이 과연 군사적 조치를 감행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인데, 만약 그렇다면 이는 매우 위험하고, 어리석은 대응이 될 겁니다. 혹 미국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한다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으로 봅니다.

- 지금 국면에서 돌파구가 될 새로운 카드가 미국에 있다고 보시나요?

[켄 고스 국장] 아직은 북한에 제재 완화를 제공할 시점이 아니라고 밝힌 미국의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행보를 멈출 마땅한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 그렇다면 결국, 북한이 새로운 길에 나설 가능성이 크겠군요.

[켄 고스 국장] 네. 하지만 여전히 외교의 문을 열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한동안 미국과 북한이 새로운 길을 걸을 수도 있지만, 미국이 일부 제재 완화를 제안한다면 금방 돌파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도발 행위를 이어간다면, 정치적 관점에서 미국이 북한에 제재 완화를 제공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나쁜 행위에 대해 보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외교로 돌아가는 것도 어려워지겠죠.

그래서 저는 이전부터 북한이 새로운 길에 들어서기 전에 미국이 제재 완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여전히 많지 않은 것으로 보여 안타깝습니다.

 

미 대선국면서 북한 영향 제한적일 듯

- 내년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대선 국면에서 미북 관계가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켄 고스 국장]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현안에 대해 대담한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그의 국내적 지위가 굳건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국면에 처해있고,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북한에 어떠한 양보를 하고, 자신의 지지층에 이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은 그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외교 정책의 성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북한은 비교적 쉬운 승리의 상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 양보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 지금 미북 간에 고조된 긴장이 내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미칠 영향은 작다고 보시는 건가요?

[켄 고스 국장] 사실상 많은 미국인들 중에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사안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총탄이 오가고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저 무시하는 거죠. 대부분의 미국 유권자는 자신의 앞마당과 뒷마당에서 일어나는 국내 현안에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른 주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무관심한데,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는 일에 관심을 둘 가능성은 크지 않죠.

 

한국, 미국에 ‘제3의 길’ 설득할 때

- 마지막으로 북한도 미국도 각자 새로운 길을 간다고 한다면, 이런 가운데 한국이 가야 할 새로운 길은 무엇일까요?

[켄 고스 국장] 저는 한국 정부가 “여기에 제3의 길이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공개 석상에서 “남북 간 대화를 지지하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독자 제재를 푸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모습이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또 한국은 미국에 “새로운 길을 걷는 북한이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우리가 지키고 있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이 수시로 남북관계의 상황을 미국과 공유하는 조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경제협력에 대한 주도권을 쥐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이 같은 역량을 제공하지 않는 한 한국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러한 점을 밝혀야 한다는 겁니다.

- 네. 켄 고스 국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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