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전문가 설문] 바이든 대북정책 ①“북에 대화 의사 즉시 밝혀야”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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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전문가 설문] 바이든  대북정책 ①“북에 대화 의사 즉시 밝혀야” 28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 극장에서 발언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
AP Photo/Andrew Harnik

앵커: 2021년 출범하는 차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당분간 코로나19 대응과 경제회복 등 시급한 국내 현안과 중국, 이란 등 외교 현안에 집중해야 해 대북정책의 공백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북한과 대화 동력을 유지하고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빠른 임명, 인도주의 지원 등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미국 내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차기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대북정책과 한미공조에 관한 긴급 설문을 진행했는데요.

RFA 신년 특집,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대화 동력 유지와 평화 공세를 주문한 미 전문가들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정리해드립니다.

“대화 유지를 위한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선제적 대북 메시지가 필요하다”

전직 행정부 관리를 포함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바이든 행정부가 취할 대북정책에 관해 내놓은 첫 번째 조언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21년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미 행정부 전직 관리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12월 7~9일)하고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대북정책은 무엇인지’, ‘북한 문제에 관해 한미 양국이 어떻게 공조해야 하는지’, ‘북핵 협상과 인권 정책은 어떤 균형을 이룰 것인지’ 등을 물었습니다.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을 비롯해 토머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군축 국제안보 차관 대행,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 한반도 담당 국장,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 등 설문에 응한 13명 중 절반 이상인 7명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북한에 대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드러난 대북정책의 한계를 교훈 삼아 차별화된 대북정책을 전망하거나 조언한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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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회담 선언’에서 미북 협상 이어가야”

먼저, 설문에 응한 대다수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경제 등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한 우선순위 현안에 밀려 당분간 대북정책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북 협상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 하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합의한 ‘싱가포르 회담’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개리 새모어 전 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회담 선언’을 바탕으로 미북 협상을 준비하면서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중단을 유지하는 한,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계속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더 적극적인 평화공세를 주문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미북 관계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상호호례적인 협상 과정을 장려하면서 한미 양국의 안보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긴장 완화를 위한 독자적 양보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패트리샤 김 평화연구소 선임정책분석관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원칙적인 외교를 다짐했듯이 오랫동안 정체된 대북 외교에 건설적인 탄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회담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는 신호를 신속히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 내에서는 차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싱가포르 회담 합의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최근(12월 9일) 한국에서 한 강연에서 “싱가포르 합의의 잠재력은 여전히 살아 있고, 이것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고,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최근(12월 9일) 있었던 화상 토론회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회담 합의를 인정할지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것으로 본다”라고 관측한 바 있습니다.

또 김준형 한국 국립외교원장도 최근(11월 25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 초기의 대북정책으로 ‘싱가포르 합의의 승인’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김준형 원장] 가장 큰 카드는 싱가포르 회담을 승인하는 겁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나쁜 것은 하나도 없죠. 그 자체가 미북은 새로운 관계로 간다는 것이고, 비핵화도 들어있고, 전쟁에 대해서는 종전 내용도 들어있고요.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것이 너무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합의 내용이 없다고 하면 앞으로 합의를 채워가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의 미북 관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도 이번 설문에서 미북 사이의 신뢰 구축과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행보를 주문했고, 진 리 우드로우윌슨센터 한국역사 공공정책 국장은 차기 미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는 동안에도 한반도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한계 교훈 삼아야”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의 한계를 지켜본 한반도 전문가들은 차기 바이든 행정부에서 차별화된 대북정책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양국 정상이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보려 했음에도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는 데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비핵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도 오히려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생산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톱다운 접근 방식의 효율성에 대해 제기된 의구심과 비판을 바이든 행정부가 교훈으로써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시 전통적인 바텀업(상향식)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고,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조건으로 미북 정상회담도 추진되겠지만, 북한을 단순히 협상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제재 완화나 평화 체제 선언 등의 양보를 제공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습니다.

따라서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김정은 정권의 성격과 목표, 전략을 다시 평가하고, 한미 외교 실무진을 소집해 새로운 정치적 합의를 위한 전략을 발전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할 핵심 노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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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태의 북 도발도 ‘실수’... 저강도 도발엔 뾰족한 수 없을 것”

자유아시아방송은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바이든 행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도발을 용인할 것으로 보느냐’, ‘단거리 미사일과 같은 저강도 도발에는 어떤 대응이 예상되느냐’도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형태의 도발도 ‘북한의 실수’가 될 것이란 점에 동의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진 리 센터장은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취급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일본을 위협하는 북한의 낮은 수위의 도발에도 적극 대응함으로써 동아시아지역 내 신뢰 회복에 집중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하지만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13명) 중 절반 이상인 7명은 바이든 행정부가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는 추가 대북제재 등으로 강력히 대응하겠지만, 저강도 도발에는 외교적 비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켄 고스 국장은 추가 대북제재의 효과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고,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저강도 도발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 물론 북한의 도발 효과도 있겠지만, 그들의 목적은 순전한 도발뿐 아니라 무기를 개발하고, 핵과 미사일의 역량을 늘리는 데에도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지난 열병식에서 대규모 신형 ICBM을 공개하기도 했고, 새로운 미사일은 시험 절차를 밟지 않는 이상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시험을 감행해야겠죠. 또 북한이 핵실험처럼 정말 심각한 도발을 하지 않는 이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대북제재를 논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은 억지력 강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행정부가 유엔 결의에 따른 대응에 나서겠지만, 국제사회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에는 강력히 대응한 반면 저강도 도발에 대해서는 약한 반응을 보였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토머스 컨트리맨 전 차관 대행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과민반응이나 군사적 대응은 하지 않겠지만,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하거나 확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내다봤고,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 유형에 따른 상응 대응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수 김 정책분석관도 바이든 행정부가 모든 도발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북한의 도발 한계선(redline)을 정할 가능성이 크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불관용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설문에 응한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떤 형태의 도발에도 나서지 않도록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이른 시일 내에 새로운 신뢰 관계 구축, 대화 의지 등의 신호를 북한에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도발을 계기로 북한과 위기 국면으로 되돌아가기보다 새로운 협력을 촉진할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설명입니다.

“인도주의 지원, 김여정 워싱턴 초청 등도 고려해볼 만”

이 밖에도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식량, 의료 부문의 인도주의 지원과 일부 대북제재 완화, 미북 정상회담 등을 제안했습니다. 성공적인 미북 협상을 위해 여러 가지 조건들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핵 정책 담당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경기 침체와 식량 악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양국 간 신뢰 구축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고,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북한이 6개월간 도발하지 않는 조건에서 매달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포함한 인도주의 의료 지원을 제안하는 것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패트리샤 김 정책분석관도 북핵 협상의 긍정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인도적 지원과 함께 점진적 핵 폐기에 따른 대가로 제재 완화, 외교적 확약 등 상호호례적 단계를 내세운 로드맵 구상도 가능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밖에도 켄 고스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면서 선제적인 인도적 지원과 남북 대화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고, 개리 새모어 전 조정관은 비핵화, 미북 관계 정상화, 평화 진전을 위한 합의가 가능하다면 공개적으로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실무협상에서 북한을 상대할 대표를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면서 북한 측 협상 파트너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추천하고, 북한이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면 김 제1부부장을 서둘러 워싱턴으로 초대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설문에 응한 미 전직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 (무순)]

1.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
2. 토머스 컨트리맨 (미 국무부 군축 국제안보 차관 대행)
3.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4.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 국장)
5.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 한반도 담당 국장)
6. 진 리 (우드로우윌슨센터 한국역사 공공정책 국장)
7. 수 김 (랜드 연구소 정책분석관)
8.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9.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10.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 담당 선임연구원)
11. 패트리샤 김 (평화연구소 선임정책분석관)
12.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13.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카운슬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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