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전문가 설문] 바이든 대북정책 ③ “장관급 대북조정관 임명해야”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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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전문가 설문] 바이든 대북정책 ③ “장관급 대북조정관 임명해야”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연합

앵커: 한국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회견에서 차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하향식) 방식과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할 바텀업(상향식) 방식의 중간 단계로 중량급 인사를 임명함으로써 빠른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정 수석부의장의 설명인데요. 과거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 시절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도 바이든 당선인에게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을 건의할 뜻을 밝혔습니다.

RFA 신년 특집,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노정민 기자가 정세현 수석 부의장과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로 첫 임기 내에 북핵 문제 해결 가능”

⦁ 정세현 수석 부의장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미국 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차기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취해야 할 대북정책’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싱가포르 회담 인정’부터 ‘인도주의 지원’ 등 여러 가지 주문이 있었습니다. 수석 부의장님께서는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초기 대북정책으로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세현 수석 부의장]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합의가 비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이라 할지라도,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확실하고 원칙적인 합의이기 때문에 그 정신을 존중하겠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라도 띄우면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방식으로 관심을 끌려는 행동을 안 할 겁니다. 만약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하면 차기 바이든 행정부 초기부터 북핵 관련 부담이 매우 커집니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합의의 존중을 토대로 실무협상을 통해서 로드맵을 그려가자는 메시지가 나오면 좋겠고요.

두 번째는 최근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 윌리엄 페리 전 미 대북정책조정관과 한 화상 회의에서 나왔던 얘기인데, 페리 전 조정관이 곧 바이든 당선인을 만나는데, 그 때 대북정책조정관 제도의 도입을 건의하겠다고 했습니다. 대북정책조정관의 도입은 어떤 의미냐 하면, 북핵 문제는 그동안 바텀업(상향식)으로 문제를 풀려다 보니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톱다운(하향식)으로 접근하면서 싱가포르 합의까지 나왔죠. 그런데 싱가포르 합의를 존중하는 토대에서 북핵 문제를 풀어가려면 다시 바텀업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톱다운과 바텀업의 중간단계라 할 수 있는 대북정책조정관, 즉 장관급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해서 국무부, 국방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같은 급에서 협의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 아래 문제를 풀어가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저는 바이든 행정부 1기, 즉 4년 안에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핵 문제는 그들이 요구하는 미북 수교와 평화협정에 대한 희망만 확실히 심어주면 핵과 ICBM을 내려놓겠다는 것 아닙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도보다리 대화에서 ‘미국이 종전선언 하고, 불가침만 보장해주면 우리가 왜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습니까’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김정은 위원장의 말에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조건은 종전 선언과 불가침인데, 그것은 평화협정이고, 미북 수교죠. 그것이 싱가포르 선언에 반영된 겁니다. 그래서 ‘싱가포르 선언의 존중’과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를 도입해서 북핵 협상을 시작하면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적어도 북핵 문제에서는 4년 임기 내에 혁혁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봅니다.

⦁ 말씀하신 ‘대북정책조정관’은 북한과 협상에서 충분한 권한을 가진 직책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정세현 수석 부의장]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는 1998년 빌 클린턴 행정부 2기에서 시작됐는데, 클린턴 행정부 1기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 장관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격이 높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당시 외교안보수석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페리 프로세스’를 만들어 냈고 일본, 중국, 러시아 등도 이에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999년 5월 25일에 (페리 조정관이) 평양에 들어가서 협상했을 때 북한도 ‘이대로만 해 준다면 핵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라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페리 프로세스’는 1단계, 2단계, 3단계로 나아가지만, 핵심은 3단계의 미북 수교입니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인데, 이것이 바로 싱가포르 회담 합의의 1항, 2항으로 나온 겁니다.

⦁ 차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흔적을 지우는 데 주력할 테고, 트럼프식 대북정책도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싱가포르 회담 정신’을 인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물론 미국 내 많은 전문가들도 ‘싱가포르 회담 정신’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긴 합니다.

[정세현 수석 부의장] 저도 그것이 걱정입니다. ‘이란 핵협정’이나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원상 복귀하는 것은 좋은데, 싱가포르 회담은 그냥 뒀으면 하는 거죠. 왜냐하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사실 미국의 헤게모니를 높일 수 있는 것이 북핵 문제의 해결입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으로 미북 수교와 평화 협정을 이야기했는데, 이것이 이뤄지면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갑니다.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가는 것은 중국에는 ‘인중의 비수’와 같은 겁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인도-태평양 전략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보다, 중국의 도전에 힘을 빼는 확실한 방법은 미국 대사관의 평양 입성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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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북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반영한 ‘페리 프로세스 2.0’ 추진해야”

⦁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한 번에 비핵화하는 것은 비현실적임을 인정하는 듯하고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도 단계적 북핵 협상을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석 부의장님께서 최근 ‘페리 프로세스 2.0’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요. 이것이 어떤 내용이고, 차기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에서도 관심을 가질까요?

[정세현 수석 부의장] 제가 페리 전 장관으로부터 두 가지 느낌을 받았습니다. 첫째는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를 건의하겠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인데, 나중에는 북한이 핵실험도 했고, ICBM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활동했던 20년 전과 달라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제가 ‘페리 프로세스 2.0’ 이야기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페리 프로세스’가 나왔던) 1999년에는 북한이 핵실험 전이었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핵실험을 6번이나 했고, 1만3천km급 ICBM과 SLBM 개발까지 성공했는데, 쉽게 내놓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말과 연계할 수 있지만, 대가를 안 주고 핵 포기를 요구하기 때문이지, 제가 볼 때 대가를 확실하게 주면, 예를 들어 미북 수교, 한반도 평화협정, 즉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과 수교를 미국이 확실하게 보장해 줄 준비가 돼 있으면 북한은 바로 핵을 포기할 겁니다.

따라서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하노이 회담처럼 자꾸 협상의 문턱을 높이기 보다는 20년 전과 완전히 달라진 북한인 만큼, 대가도 20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줄 준비가 돼 있다면 북핵 문제는 해결됩니다. 대가는 북한이 말하는 셈법, 즉 단계적 동시 행동으로 주고받으면서 마지막 단계에서는 미북 수교와 평화협정에 합의하는 대신 북한의 핵과 ICBM을 내려놓게 하라는 겁니다.

⦁ 차기 바이든 행정부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활동 중이고, 외교, 안보 인사도 지명했는데요. 수석 부의장님께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분위기를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정세현 수석 부의장]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등은 훈련된 외교관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외교적인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속도를 내는 데는 매우 답답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싶고요. 그런 의미에서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를 도입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속도가 날 겁니다. 바텀업 방식으로 정통 외교관들이 하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를 선호하는 겁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 밑에서 블링컨 국무장관,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대북정책조정관과 보조를 잘 맞춰서 협의 방식으로 일을 풀어가면 속도가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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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봄철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으로 돌파구 마련해야”

⦁ 올 해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초기이지만, 한국 문재인 정부는 올 해가 임기 마지막 해입니다. 그래서 수석 부의장님도 최근 한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요. 무엇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정세현 수석 부의장] 우리(한국) 쪽에 시간이 없습니다. 미국은 절차적으로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임명되려면 적어도 6개월은 걸릴 테니까 대북정책을 빨리 서두를 수 없고요. 그렇다면 동아태담당차관보가 바텀업 방식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를 먼저 도입하면 한미 간 협의가 쉽게 시작될 수 있고, 그런 움직임을 보면 북한도 도발을 안 할 겁니다. 그러면 6개월을 기다려도 됩니다.

또 하나는 한국이 미국에 서둘러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것은 봄에 있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어떻게 할 것이냐입니다. 원래 계획대로 군사훈련을 하면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도 군사적으로 우리를 압박할 것’이라 생각해서 지난 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선보였던 SLBM 정도는 시험 발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시간이 없고, 미국이 일을 시작하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그 사이인 올 3월에 훈련 기간이 끼어 있기 때문에 ‘올해는(2021년) 취소할 수 없느냐’는 요청을 해야 합니다.

2018년의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2017년 12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문제를 미국과 협의하려 한 것을 보고,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제1부부장을 한국에 보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됐는데, 올해 봄 연합훈련 중단 메시지가 나갈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하고, 한국 측에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 북한에서 이 달 초순 당 대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당 대회에 대한 수석 부의장님의 전망을 듣고 싶습니다.

[정세현 수석 부의장] 북한은 지난 당대회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그것을 재연장하는 것을 합의할 겁니다. 그 방법론에서 미국은 유엔 대북제재를 당장 풀지 않을 거라 볼 수밖에 없죠. 그런 와중에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정면 돌파밖에 없고, 기본적으로 자력갱생 정신과 일심단결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요즘 북한이 수해 복구 과정에서 집과 건물을 다시 짓는데, 건물 위에 ‘자력갱생’, ‘일심단결’ 구호 문구를 설치하거든요.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자력갱생 정신으로 유엔 대북제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거죠. 그러다가 미국의 생각이 바뀌어서 미북 수교나 평화협정 등에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얼마든지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할 수 있지만, 미북 수교와 평화협정을 북핵, ICBM과 맞바꾸자는 확실한 셈법이 나오지 않으면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결정을 할 겁니다.

“북, 코로나19로 일절 움직임 없어... 미국이 먼저 메시지 보내야”

⦁ 마지막으로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여러 차례 손을 내밀었습니다. 노력한 만큼 북한도 반응을 보이고, 내민 손을 잡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새해에 북한이 보여야 할 행보에 대해서 수석 부의장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정세현 수석 부의장] 한국이 방역, 보건의료 협력과 관련해 북한에 제안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이 여러 번 제안했음에도 북한이 일절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코로나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북한은 일절 이동이 없습니다.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겁나는 겁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북한의 GDP를 생각하면 의료나 보건 위생 수준이 높을 수 없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상황에서는 북한도 어쩔 수 없이 무조건 쇄국정책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북한이 이런 자세로 나와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미국이 먼저 메시지를 보내줘야 합니다. 아까 말했듯이 ‘싱가포르 회담을 존중한다’,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를 검토하겠다’라고 하면 북한은 제3국에서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나올 겁니다.

⦁ 계속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를 강조하셨는데 혹시 수석 부의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후보가 있을까요?

[정세현 수석 부의장] 제가 바이든 행정부 주변 인물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중량급이어야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장관을 역임한 사람이라든지, 이미 장관급을 지낸 사람, 예를 들어 윌리엄 페리 전 조정관처럼 말이죠. 클린턴 행정부 1기 때 국방장관을 지낸 사람을 2기 때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미 행정부 내에서도 훨씬 더 무게감 있게 협의했고, 한국과 협의에서도 무게감이 있었고, 중국이나 러시아의 협상 파트너도 고위급이 임명됐고, 북한에서도 존중하면서 빠르게 결론이 났었는데, 2000년에 미국이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서 ‘페리 프로세스’를 활용하지 못했죠.

하지만 그 방식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고, 다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됐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게 하기 위해서는 ‘페리 프로세스 2.0’ 수준의 반대급부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 네. 수석 부의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으로부터 차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취해야 할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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