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통제강화 배경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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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통제강화 배경 북한이 경제난 극복에 총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경제현장 곳곳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첫해 과업 완수를 다짐하는 궐기모임을 여는 가운데 황해제철소가 호소문을 낭독하고 각 간부들이 나서 결의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이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어 기업의 독자적인 생산과 경영활동을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성희 박사님, 이번 회의, 어떻게 보셨습니까?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네, 이번 회의에서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추진한다는 결심도 피력되었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경제개혁을 추진해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당대회에서의 강경한 태세와는 좀 다른 느낌도 들거든요.

<기자> 이번 회의에서는 또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에 맞게 기업경영과 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문제가 토의됐다고 하는데요, 어떤 의도로 봐야 할까요?

문성희: 일단은 당대회에서 계획경제를 밀고 나간다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 북한 경제를 밀고 나가지 못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과시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것은 경제개혁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고 그것을 들으면 북한 주민들도 좀 안심하겠지요.

<기자> 하지만 최근들어 북한 당국은 통제경제의 방향으로 되돌아 가려는 의도를 내비치지 않았나요?

문성희: , 최근에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82차 전원회의에서는 내각과 국가계획위원회에서 경제 모든 부문과 기업체들의 생산물을 중앙집권적으로, 통일적으로 장악하고 생산소비적연계를 맺어주어 수요를 원만히 보장하는 사업체계로 시급히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전통적인 계획경제 방향으로 돌아가서 내각과 국가계획위원회가 경제의 모든 부문과 기업체들을 통제하자는 것이지요.

<기자> 북한은 건국 당시부터 계획경제노선을 계속 유지해왔는데요.

문성희: 물론 원칙은 계획경제지만, 독립채산제로 기업에 어느 정도 맡기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실시해서 기업에 많은 권한을 주었지요. 그래서 기업들도 자기 나름으로 많이 노력을 해서 생산성을 올리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런데 어째서 이 시점에 다시 통제경제의 방향으로 되돌아 가려는 걸까요?

문성희:북한은 이제까지도 경제개혁을 실시했다가 자본주의적인 요소가 심해지면 통제를 하고 그것으로 생산성이 낮아지거나 하면 다시 경제개혁적인 정책을 실시하고 또 그것으로 자본주의적인 경향이 노출되면 통제를 하게 되는 그런 것을 반복해 온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전형적인 것이 2003년에 경제개혁정책을 실시했다가 나중에 가서 화폐교환을 실시한 것이지요.

<기자>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문성희: 그러니까 2003년에 종합시장을 국가적으로 설치하고 물가와 임금을 올렸을 때가 있었지 않습니까? 물가와 임금을 올린 것은 국정가격을 시장가격에 맞추고 그에 따라 상품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임금도 올리자, 뭐 그런 의도였지요. 그 전만 해도 북한에서 인플레이션이 심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활이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기자> 그렇지만 결국 인플레이션, 즉 물가는 오르고 돈 가치는 떨어지는 현상이 멈추지 않았다고 기억을 하는데요.

문성희: , 그렇습니다. 원래 물자가 모자란데 개혁을 실시하니까 많은 물건들이 시장에 흘러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시장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지요. 왜냐면 (국가가) 결정적으로 수요에 맞는 물건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북한에서 국정가격과 시장가격을 조사해 본 일이 있는데 시장가격은 국정가격에 비해서 엄청 비싼 것입니다. 그렇지만 국영상점에 상품이 모자라서 공급이 제대로 안 되면 사람들은 시장에서 물건을 구하게 되지요. 시장에서는 통제가 없으니까 자유로이 팔 수 있는 측면이 있지요.

<기자> 결국 북한의 경제개혁 역시 실패로 돌아갔겠네요.

문성희:, 2005년께부터 경제개혁이 후퇴를 시작했지요. 그 때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쌀을 팔 수 있게 했던 것이 쌀 판매는 국가가 통일적으로 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2008, 2010, 2011 3년 연속으로 시장에 가봤는데 쌀은 팔고 있었어요. 북한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일단 팔지 못하게 되고 있지만 말하면 팔아준다는 것이었어요.

<기자> 비싸다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시장에서 상품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씀인가요?

문성희: ,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상품을 공급하는 측은 국영상점에서 팔기보다 시장에서 파는 것이 좋은 것입니다. 비싸게 팔 수 있으니까요. 하여튼 그렇게 개혁이 후퇴하고 마지막에는 화폐교환을 실시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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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방문한 평양양말공장(평양시 평천구역)에서 노동자들이 양말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그러니까 최근에 통제쪽으로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은 뭔가 북한에서 부정적인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로 봐야 할까요?

문성희: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이 상실되면 국영기업소들이 비법적인 돈벌이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지요. 원리는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이야기한 대로 기업소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시장같은 데서 물건을 팔거나 도매하는 것이 좋은 것이지요. 다른 방도의 돈벌이도 있을 수 있지요. 그러니까 국가에 바쳐야 할 물건들을 시장에서 팔게 되는 현상도 있을 수 있고 다른 기업소에 돌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지요.

<기자> 결국 국가에 생산물을 계획대로 바치는 기업소들이 적어진다는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이 우려한다는 건가요?

문성희: 그렇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가장 걸리는 것이 공급이지요. 김정은 총비서는 인민들을 잘 살게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해도 공급해주는 물건이 없으면 못하지요.

<기자> 그렇지만 경제 전반적으로 국가의 통제력이 낮아지고 있지 않았나요?

문성희: , 저도 그렇다고 봅니다. 그것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이 됐지요. 북한에서 농민시장이 종합시장이 되기 전에는 암거래를 하거나 비법적인 장마당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었지요. 거기서 얼마만큼의 거래가 있는지는 국가의 경제에 반영이 안 되지요. 북한 경제실태를 보면 그 측면이 적지 않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무슨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그러니까 국가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북한 지도부가 불법 장마당이나 암거래의 거래액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국가의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정도라면 괜찮지만 암거래 쪽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하면 심각해지지요.

<기자> 이제 그런 상황이라는 말씀인가요?

문성희:아직은 아니다고 봅니다. 안 그러면 경제계획 자체를 세울 수가 없지요. 그러나 걱정은 하고 있다고 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영기업소들이 비법적인 돈벌이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배경에 경제지도기관들의 태만에 있다고 보고 있는 측면입니다. 예를 들어 반드시 수입해야 할 물자도 아니고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제품마저 사다 쓰라고 하는 현상인데, 이에 대해 당중앙위원회 82차 전원회의에서는  경제지도기관들이 자기의 책임을 아래단위에 밀어버리는 전형적인 태만행위라고 지적을 하고 있어요. 문제는 그렇게 태만행위를 했다가 그것이 통제력 상실에 이어지고 국영기업소들까지도 못대로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지요.

<기자> 경제지도기관들이 어째서 그런 행위를 저지르는 것인가요?

문성희: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런 습관이 오래 지속되어 온 것이겠지요. 어떻게나 자기 나라에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외국에서 수입을 하거나 다른 곳에서 사서 해결을 하는 습관이지요. 그것이 왜곡된 자력갱생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 어떤 측면인가요?

문성희:그러니까 북한에서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되는 기업이나 건설 대상들에 대해서는 지도부에서 자금을 준비해주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그런 가능성이 크지 않은 장소에 대해서는 자력갱생으로 해결하라고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력갱생으로 해결을 하자고 해도 어디서 조달해오는가, 머리를 앓지요. 결국 돈 내고 사오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기자> 그러니까 자력갱생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외국에서 사다 온다는 건가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실례를 들어 평양양말공장 같으면 중국에서 원료를 사온다고 하고 있었어요. 그것은 국가에서 보장해준다고 하던데 혹 국가에서 보장해주지 못하면 자기들이 해결해야지요. 결국 원료는 중국에서 사와야 하는데, 그것을 국가가 내는 것이냐. 아니면 공장에서 내는 것이냐, 그런 문제가 제기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그렇게 되면 외화를 어딘가에서 조달해야지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외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기업이) 돈벌이를 할 수 밖에 없다, 뭐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기자> 통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그런 현상들도 엄격히 따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보시는가요?

문성희: 당연히 그런 측면은 있다고 봐요. 이번 8차당대회, 그리고 뒤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8기 2차 전원회의 보도를 봐도 전반적으로 부정부패를 없애는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어요. 경제면에서도 그런 부정부패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나라의 경제가 호전하지 않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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