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조만간 미 협상팀 받아들일 듯”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3.06
kimjungun_py-620.jpg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일 새벽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평양에 도착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김정은 위상 유지위한 작업에 집중할 듯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5일 평양으로 빈 손 귀국했습니다. 마키노 지국장님, 김 위원장의 앞으로의 행보,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듣기로도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은 너무 당황스런 상황이라고 합니다. 일단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정상회담까지 했는데 아무 성과없이 돌아간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최고지도자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에 집중할 거라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당황스러웠는가 하면 이번에 김 위원장이 타고 간 특별열차에 모란봉악단도 동행해 만약에 합의서가 채택되면 실무 만찬 때 모란봉 악단이 연주하려고 준비했다고 합니다. 제가 베트남 현지 언론 보도도 확인했는데 현송월 단장과 동행한 모란봉 악단 성원같은 사람의 사진도 보였습니다. 그 정도로 북한은 이번 회담이 성공한다고 생각했는 데 결과가 반대로 나왔기 때문에 충격적이었고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영변 외 핵시설 인정도 부인도 어려운 상황

<기자> 북한으로서도 상당히 당혹스러울 거란 말씀이신데요, 북한 관영매체들은 정상회담 결렬 소식은 전하지 않고 미국에 대한 비난 역시 삼가고 있습니다. 어떤 의도로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 경우는 제가 보기에 2002년 10월 케리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방북했을 때 상황과 비슷한 듯합니다. 그 때도 케리 차관보가 영변 핵시설 이외에도 우라늄 농축작업을 하고 있지 않냐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당시 이 사실을 인정할지 안 할지 고민하다가 당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더 강하게 나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항변한 적이 있는데 그 때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말했듯이 영변보다 더 많은 핵시설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김 위원장이 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고 하는데요, 그건 김 위원장 입장으로는 부인하면 거짓말했다고 지적받을 수 있고 인정하면 비핵화 조치 대상에 계속 포함될 수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미국을 비난한다고 하면 트럼프 대통령만 협상할 만한 사람이라고 이제껏 북한 매체가 얘기해왔고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합의를 도출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인정해왔기 때문에 이제와서 비난을 시작하게 되면 김 위원장 자신도 비난받을 만하다고 인정하는 것과 똑같은 결과가 되니까 그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변 플러스 알파’, 즉 영변외 핵시설을 인정하기도 부인하기도 어렵고 면 숨기려 했다고 인정하는 결과가 되고 거기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난할 수 없고, 너무 어려운 상황이니까 일단 가만히 있으면서 내부적으로 총화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 입장으로선 최악의 상황은 피해

<기자> 네, 내부적으로 전략을 다시 짜고 있을 거라는 지적인데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길 바란다면서 2주 내에 북한에 협상팀을 파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미북 간 실무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 북한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좋은 사람이다, 앞으로도 만나고 싶고 대화는 계속한다고 하니까. 북한의 최대 목표는 비핵화 협상을 핵 군축협상으로 변질시키고 계속 시간을 끌면 파키스탄처럼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걸 계속 시도할 것 같습니다. 일단 북한은 계속 미국과 협상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간을 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저는 폼페이오 장관이 제안했던 협상팀을 북한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북한이 협상팀을 조만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인데요, 반면에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연일 대북압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내에서 대북 강경책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결과적으로 보면 볼턴 보좌관의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 언론도 보도했지만, 미국은 하노이 회담 당시 첫 날 저녁식사 때부터 영변만으론 안 된다, 영변 플러스 알파를 북한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볼펀 보좌관이 주장해왔던 빅딜, 즉 포괄적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겠지요.

, 하노이 회담 상황 평양과 공유 않은 듯

<기자> 일단은 볼턴 보좌관의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신데요, 북한이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철거 시설 중 일부를 복구하고 있는 징후가 포착됐습니다.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정원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동창리는 일부 발사대나 엔진시험장 이외에는 제가 듣기론 15년 정도 계속 쓰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개보수할 만한 시설이 아니고, 그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시켰을 때도 관람대같은 시설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또 북한이 하노이에서 협상할 당시 현지 상황을 평양에 일체 통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해외에 있는 북한 노동당 간부들은 평양에서 많은 문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전혀 하노이에서 통보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회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아마 북한으로서도 당황스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알려주기 않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그런 상황 아래서 동창리 시설을 바로바로 복구시켜야 한다거나 하는 통보가 이뤄졌다는 데 의문이 들기 때문에 저는 그건 반대로 북한이 합의가 도출된 뒤 폭파쇼를 위해서 그런 준비 차원에서 한 작업을 뭔가 복구한다거나 그런 오해를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영변 핵시설 범위 모호한 태도 유지

<기자> 그런가 하면, 미국과 북한이 하노이 회담 뒤 공개한 회담 결렬 배경이 조금씩 다른 듯합니다. 비핵화 범위와 상응조치 정도에 대한 양 측의 말이 엇갈리는 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듣기로는 북한은 계속해서 비핵화란 말을 쓰지 않고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미국 측이 영변 핵시설을 포기한다고 하는데 영변 핵시설 중 어떤 걸 포기한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더니 북한은 다 포기한다는 얘기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변도 너무 넓은 지역이기 때문에, 제가 알기로는 2010년 당시, 부시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 당시 CIA와 국정원이 확인했던 게 북한이 2010년 해커 박사에게 영변에서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할 당시 저농축시설을 공개했고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위해선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은 미국의 정찰위성이 계속 감시중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가까에 있는 시설로 옮겨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한 시설을 갖고 있다는 건 한미 정보당국이 2010, 2011년 당시 포착하고 있었습니다. 해커 박사가 확인한 영변 농축시설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장소에 있는 분강이나 서위리 핵시설이라고 합니다. 그건 똑같은 영변 핵시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구요 엄밀하게 얘기하면 영변하고 다른 시설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애매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물어보고 싶었던 게 영변 핵시설을 포기한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분강, 서위리) 포함되는지 아닌지, 너무 궁금했던 것 같아요. 북한은 끝까지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고 미국은 일단 영변 플러스 알파라고 얘기하고 있고. 제가 아직 확인은 못 했는데 제가 보기엔 미국도 스스로의 정보능력을 북한에 밝히긴 어렵기 때문에 일단 미국 입장으로선 북한도 영변과 분강, 서위리는 미국과 한국이 알고 있는 핵시설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폼페이오 장관이 작년 10월에 북한을 방문했을 때 강선에 있는 핵 농축시설은 포기하라고 요구한 바 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보기엔 미국이 영변 플러스 알파라고 얘기했던 게 암묵적으로 얘기할 수 있고 그리고 명확히 얘기했다고 하면 분강이나, 서위리나 강선, 그 정도를 염두에 두고 북한에 핵 군축 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 비핵화 협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핵 신고서 제출이 싫다면 일단 이해하지만 영변 플러스 알파로 하자고 했다는 것이고 반면 북한은 이용호 외무상도 얘기했지만 영변만 강조하면서 핵군축 협상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려 했다는 것이지요.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