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통제? 개혁?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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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통제? 개혁?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4일 평안북도 신의주시 낙원기계종합기업소를 시찰하고 있다.
연합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이 최근(2 25) 진행된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을  강조했습니다. 문 박사님, 사회주의경제관리를 개선한다는 것은 경제개혁을 밀고 나가는 것으로도 해석되는데 8차당대회 노선과 좀 달라 보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8차당대회 보고나 그 후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등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서 북한은 경제개혁에서 많이 후퇴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했었거든요.물론 그렇다고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나 포전담당책임제와 같은 경제개혁정책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8차당대회에서는 그다지 언급이 없었고 오히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순조롭게 안 가고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었기에 경제개혁정책이 아니라 통제경제노선 쪽으로 간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기자>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는 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 문제가 다시 제기되었는데요. 그것도 과학기술발전의 촉진과 함께 5개년계획 수행의 근본 방도로 내세웠습니다.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결국 5개년계획을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경제관리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도 밀고 나갈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자>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문성희: 원래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목적은 생산성을 높이고 국산품들을 많이 생산하기 위한 것이지요. 기업에 많은 권한을 준 것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국가에 바쳐지는 상품들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기업 실적이 올라간다면 열심히 머리도 쓰고 생산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겠지요, 종업원들의 임금도 올릴 수 있고.

<기자> 북한에 계실 때 그런 실례를 직접 경험해보셨는가요?

문성희: 제가 과거 2008년에 방문한 영광가구공장에서는 중국의 기업과 합영을 해서 해외에도 가구를 수출하고 국내에서도 많은 상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평양교외에 큰 공장도 있었고 평양시내에 상품을 진열하고 파는 장소도 따로 있었습니다. 여기 안내해준 여성에 따르면 임금은 다른 공장의 종업원들과 그렇게 다른 것은 아니지만 쌀을 공장에서 공급해준다는 것이었어요. 그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 쌀을 1킬로 사면 임금의3분의 2 정도가 날아갈 정도고 엄청 비쌌기 때문에 쌀 공급을 공장에서 해주면 정말 고마운 것이지요.

<기자> 그렇다면 그런 공장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았겠군요?

문성희: 당연히 그렇지요. 쌀은 커녕 임금마저 제대로 내줄 수 없는 공장이 있는 한편 임금뿐만이 아니라 쌀까지 공급해주는 공장이면 말 그대로 인기폭발이지요. 그러나 과거 북한에서는 자기가 가고 싶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모두 배치를 받는 것이지요. 그래서 잘 돌아가는 공장에 갈 수 있는 것도 운에 달려있었던 것입니다

<기자> 아직도 그런가요?

문성희: 그것이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하에서는 각 공장이나 기업소들이 지배인, 기사장 같은 간부들을 해드헌팅, 즉 모셔가거나 종업원들도 모집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종업원들도 잘 돌아가고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공장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가고 싶다고 모두가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인턴 같은 식으로 시험삼아 몇 일간 일을 했다가 합격을 하면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좋은 기업소에는 유능한 일꾼들이 모이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그 공장은 더 좋아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기자> 그렇게해서 공장의 생산량이 올라가면 국가에 생산품을 제공할 수도 있겠네요?

문성희: , 그래야 국가에서도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밀고 나가는 뜻이 있지요. 평양에 있는 금컵종합식료공장은 유명하지요. 거기서 생산되는 국산 과자들은 북한 상점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어요. 최근에 북한 사람들의 일상생활 등을 소개하는 유트브가 화제인데 거기서 안내하는 유트버가 여자대학생인데요. 그 유트버가 슈퍼에서 과자를 많이 소개하는데 보니까 금컵만이 아니라 여러 식료공장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그렇게 식료공장이 많아지면 서로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요?

문성희: , 그렇다고 봅니다. 북한에서도 다양한 식료품들이 나오고 있는 증거라고 보는데 그만큼 경쟁하는 공장들이 많아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것은 좋은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팔기 위해서 서로가 경쟁을 하면서 좋은 식품들을 창조하고 생산하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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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의 선흥식료공장에서 생산된 빵(사진 왼쪽)과 아이스크림. (2011년 8월) / 사진: 문성희                                                                                                                                                                        

<기자> 말씀을 들어보니까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계속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북한 당국은 왜 통제 경제쪽에 힘을 싣고 있는 건가요?

문성희: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는데 8차당대회 보도를 보는 한 그렇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이번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를 보니까 그렇지도 않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북한 정부도 통제쪽으로 가겠는가, 개혁쪽으로 가겠는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노선이 아직 잘 잡히지 않고 있다는 뜻인가요?

문성희: 그런 측면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 경제를 재생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의 노선을 그대로 답습했다가는 안 된다고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나 포전담당책임제의 실시는 북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서 좋은 작용을 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일하는 의욕을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그런데 왜 노선을 바꾸려는 건가요?

문성희: 그렇지만 거기서 임금을 많이 받는 사람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겼지요. 평등을 지향하는 북한 지도부로서는 잘 사는 사람과 잘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은 결코 두고 볼 수 는 없는 상황입니다. 8차당대회에서도 지방이나 농촌 생활이 어렵다고 솔직히 지적하고 있는데, 유트브에서 나오는 평양 사람들의 생활을 보니까 이탈리아전문식당에서 와인을 마시고 슈퍼에 많이 진열된 상품들을 많이 바구니에 놓고 사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을 하고 있겠지요.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건 어렵다고 봅니다.

<기자> 결국 다 같이 잘 살기 어렵다면 다 같이 못 살는 게 낫다, 뭐 이런 건가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문성희:일부 사람만이 아니라 온 나라 사람들이 김정은 총비서가 그리는 생활수준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거기까지 도달하기에는 많은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럴 바에야 잘 사는 사람들과 잘 못 사는 사람들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좋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어요.

<기자> 그러니까 김 총비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개혁하기보다 국가가 경제를 통제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건가요?

문성희:네, 그런 측면이 8차당대회 보도를 통해서 알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실지로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역시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하지요. 특히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마저 거의 100%가까이 멈춘 상태입니다. 코로나19사태가 언제 수습될 지 모르는 속에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부에서 생산량을 높일 수 밖에 없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다시 되살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여튼 지금은 과도기이기때문에 다시 다른 전략이 나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 개혁만 쭉 추진해 나가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데 이런 식으로 오락가락해서 과연 제대로 경제발전이 이뤄질까 의심스러운데요.

문성희:그건 좀 더 두고 봐야 하지요.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북한 사람들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노선이 좋은가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런 와중에 북한에서는 시,군당책임비서강습회가 처음으로 개최됐는 데요.

문성희:네, 김정은 총비서가 참가했습니다. 북한에서 이런 식의 강습회가 보도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총비서는 이틀째 회의에서 결론을 말했는데, 거기서 시,군당 책임비서들에게 사업과 생활에서 청렴결백성을 견지하고,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흥미로운 것은 책임비서 개인뿐 아니라 가족, 친척들도 절대로 사리사욕을 추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자> 가족, 친척들에 대해서까지 언급한다는 것은 이제까지는 없었던 일이지요?

문성희: , 그렇습니다. 북한 당 간부들도 인간이니까 자기 가족, 친척들에게 편의를 도모할 일도 있지요. 특히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런 일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책임비서의 지위를 이용해서 가족이나 친척이 사리사욕을 추구할 경우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김 총비서가 직접 경고할 만큼 가족, 친인척를 둘러싼 비리가 많았다는 걸로 봐도 될까요?

문성희:제가 자주 북한을 다니던 시기에는 그런 문제를 직접 본 적은 없어요. 오히려 중앙당 일꾼은 한 집안에서 한 명이상 나오면 안 된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도 있어요. 그 정도로 엄격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제가 아는 사람중 미용실을 경영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던데 그 분의 가족은 공무원이었어요. 직접적으로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사람은 못 봐서 추측으로밖에 안 되는데, 친인척끼리 가게를 경영해서 사리사욕을 추구하거나 시장의 경영권을 입수하거나 그런 일은 있을 수 있지요.

<기자> 그런 일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북한의 딜레마는 개혁을 촉진시키면 이런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라고 봐요.걱정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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