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방한 때 대북지원 언급 없을 듯”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3.10
“블링컨 방한 때 대북지원 언급 없을 듯”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그래픽.
RFA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한반도 톺아보기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블링컨∙오스틴 방한 때 북 비핵화∙제재유지 강조할 듯

<기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다음주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마키노 위원님,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고위 당국자가 동시에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셈인데요, 어떤 의제가 주로 논의될 걸로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제가 보기엔 뭐니뭐니해도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고 동맹을 다시 강화하려는 그런 목적이 있습니다. 북한의 위협도 물론 논의의 대상이지만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연설에서 중국(의 위협)을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도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6년 이내에 대만을 침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12일 열리는 쿼드 정상회의도(중국 견제라는) 그런 목적의 하나라고 봅니다. 아마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중국을 가볍게 대하지 못하는 한국을 배려하면서 도쿄에서 주로 중국을 비판할 듯합니다. 서울에서는 주로 북한 문제에 관해 언급할 듯합니다. 현재 한미 사이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중국에 대한 시각차입니다. 2월 한미 정상 간 전화회담에서도 중국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으로선 한국이 중국 문제에 협력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미국도 남북 간 정책에 지원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듣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와 제재유지를 강조하면서 대북지원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을 걸로 저는 예상합니다. 블링컨 장관은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에 참가한 뒤 정의용 외교부장관이나 서훈 국가안보실장도 만날 예정이지만 통일부는 방문하지 않을 걸로 듣고 있습니다.

북한, 도발 않고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인 듯

<기자> 이번 미 국무, 국방 장관의 한국 방문은 현재 진행중인 올 해 상반기 한미연합훈련이 마무리될 즈음 이뤄져 더 눈길을 끕니다. 그 동안 훈련 중단을 요구해온 북한의 반발 가능성,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아시다시피 북한 관영 매체는 현재까지 전혀 한미연합훈련에 관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여름 한미연합훈련 때 상황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이번 훈련을 묵살할 듯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먼저 당대회나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밝혔듯이 제재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국내 사정이 너무 어려워 외교에 힘을 쏟을 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두 번째는 바이든 정권이 3월 말까지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이 한국을 방문할 때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기다리고 싶은 생각도 있지 않을까 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중국이 북한과 사이에 불법적인 선박 간 환적을 묵인해 주는 대신에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하지 않는 그런 밀약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용덕동 핵시설 관련 보도는 미국의 북한 떠보기 일환

<기자> 그런데 미국 CNN방송이 최근 북한이 용덕동 핵시설 입구에 은폐 구조물을 설치했다며 위성사진을 공개한 걸 두고 일본 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경고 의미가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일본 전문가 사이에서는 북한의 군사도발로 간주되는 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정도로 핵과 미사일 개발은 북한의 의도적 도발로 보기 좀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이 외교전략의 하나로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18 7월 당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기 직전에 미국의 NBC방송이나 CNN 방송, 그리고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북한의 강선에서 여러가지 핵개발 활동이 포착됐고 여러 미사일, 핵 관련 시설에서 움직임이 있다고 보도했는데,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가서 이런 보도를 인용하면서 (북한 측에) 사실인지 아닌지 등 여러가지를 물어봤다고 합니다. 이건 미국이 정보수집 능력을 북한에 알려주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고 미국이 대화의 분위기를 깨려는 생각이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그런 의미가 있었다고 합니다. 바이든 정권 내부에서는 2019 2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영변 플러스 알파제안만으로 하면 모자란다는 의견이 강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영변 플러스 알파만 폐기한다는 건 안된다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일부러 예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핵시설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있었던 용덕동 시설에 대해서 (언론에) 일부러 정보를 흘린 것 아닌가 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언론에서는 용덕동 움직임을 북한이 미국의 의도를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는데 저는 역으로 미국이 북한의 의도를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말단조직이 중앙 명령 따르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

<기자> 한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당 역사상 처음으로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를 개최했는 데요, 말단 경제조직을 대상으로 한 이번 행사, 어떤 의도로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역으로 보면 말단 조직이 중앙의 명령에 따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는 그런 위기감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원래 말단 조직이 잘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의 권력이 약화된다는 강한 거부감,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실제 20121123일 사회안전성, 당시 인민보안부의 말단 조직인 전국 분주소장 회의가 13년 만에 열렸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126일에는 전국 사법검찰기관 간부대회도 30년 만에 열렸습니다. 이런 회의를 통해 김 총비서는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반란분자를 반드시 찾아봐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그건 북한이 일부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말단 조직의 충성심이 떨어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배경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외부문물 차단 강조는 한국∙미국 겨냥한 움직임

<기자> 마지막으로 최근에는 생활문화 전반에서 외부문물 차단을 강조하는 북한 당국의 움직임이 부쩍 많아지고 있는데요, 어떤 배경인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그건 2019 6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도 전단살포를 심하게 비판했듯이 이미 그 때부터 해외에서 정보나 문물 유입에 대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건 특히 한국이나 미국에 초점을 맞춘 움직임이라고 봅니다. 미국에 대해서는 북미정상회담 개최 당시부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주적이라고 교육받았던 미국과 왜 회담하는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을 조선반도에서 추방했던 업적이 노동당이 정권을 유지하는 그런 정당성의 기반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이 실패한 이상 미국 문화를 배격해야 하는 그런 필요가 생겼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은 노동당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적화통일의 대상입니다. 한국에 대한 패배주의가 만연된다는 것 역시 노동당의 존립 기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경제 사정도 좋지 않고 노동당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거라고 저는 예상합니다.

<기자> 마키노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