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무덤덤한 주민들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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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무덤덤한 주민들 북한 원산의 한 농촌에서 여성이 길을 걷고 있다.
AP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북한 당국이 통제경제와  경제개혁정책의 추진을 둘러싸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박사님, 북한 주민들은 이걸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북한의 일반 사람들은 위에서 정책이 어떻게 됐든 별로 관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바쁜데 계획경제냐 경제개혁이냐 뭐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여유도 없겠지요.

<기자>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인가요?

문성희: 그렇지요. 예를 들어 시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연령에 제한이 있다거나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물건에 제한이 생긴다거나 시장에서 가게를 열 때에 국가에 바쳐야 하는 일종의 권리액이 올라간다거나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민감하지요. 그러나 경제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직접 자기들의 생활이나 장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다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 걸로 봅니다.

<기자>북한 주민들이 큰 경제정책보다 세부적인 제도 변경에 더 관심이 크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그렇습니다. 과거에도 북한에서는 경제개혁정책을 실시했다가 다시 통제경제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해왔지요. 그 때마다 일희일비했다가는 아무 것도 못하지요. 북한 사람들은 정책의 변화에도 상관없이 슬기로운 지혜로 씩씩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식량 공급을 실례로 들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북한에서는 2003년 경제개혁정책을 실시하면서 시장에서 쌀을 비롯한 곡물 판매를 허가했습니다. 그것이 2년 뒤인 200510월에 다시 금지됐습니다.

<기자>어떤 배경에서 2년 만에 곡물판매 정책이 바뀌었나요?

문성희: 북한 지도부가 사회주의경제가 우월하다는 증거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공급제도입니다. 특히 식량 공급은 반드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겠지요. 그 측면에 대해서는 이번 8차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도 강조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2005년에도 식량공급을 부활시키려 한 것이지요. 해서 그 해 101일자로 양곡전매제를 실시하게 됩니다.

<기자>양곡전매제는 어떤 제도인가요?

문성희: 국가가 식량전매권을 쥐고서 구역마다의 식량 도매점에서 곡물을 국정가격으로 공급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에 의해 곡물 판매를 정부가 일괄하고 지역시장에서의 판매는 금지되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쌀 가격은 국정가격에 비해 시장가격이 엄청 비쌌으니까요. 그렇지만 식량공급은 북한 당국의 의도와는 다르게 바로 정체했습니다.

<기자>어떤 이유에서인가요?

문성희: 쌀 시장가격이 계속 상승했으니까요. 예를 들어 평양에서 쌀 시장가격은 20078월에 1300원이었던 것이 20088월에는 2200원을 기록했습니다. 1년 만에 1천 원가까이 오른 셈이지요. 물론 200510 1일에 양곡전매제를 실시한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쌀 시장가격이 안정됐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농민들이나 장삿꾼들이 국가에 바치는 것보다 시장에서 파는 것이 돈을 벌 수 있다면 시장에 쌀이 흘러가는 것은 자연적인 흐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되니까 결국 시장가격이 오르게 되는 것이지요. 저도 시장에서 쌀 판매가 금지되고 있었는 데도 말하면 팔아준다는 이야기를 현지에서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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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열린 한 국제학술토론회 모습. /사진제공 : 문성희

 

<기자>결국은 이익 추구를 강제로 막으니까 한 측면에서는 제도가 무시되는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문성희: ,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북한 지도부에서 아무리 열심히 대책을 세워도 구멍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듯 빠져나가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1990년대 하반기의 어려웠던 경제난이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문성희: 아시다시피 1990년대 하반기 소위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던 시기에는 갑자기 국가의 공급이 없어졌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살아갈 만큼의 식량이나 일용품의 공급은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지방에서는 1990년대 하반기에도 이제 식량 등의 공급이 없어서 장마당에서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어쨌든 그 때까지 평양에서는 공급에 기대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기자>그런 상황이 바뀌었다는 말씀이시네요.

문성희: 그렇지요. ‘고난의 행군시기에 많은 아사자가 나왔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갑자기 (식량) 공급이 끊어져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랐다는 것이었다고 현지에서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기자>북한 주민들이 공급없이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몰랐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희:그렇지요. 그때까지 국가가 식량과 생활필수품을 공급해주고 전세도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러니까 의식주가 일정하게 보장된 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왔던 것이지요.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을 자기들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되니 적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몰랐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활약한 것이 여성들이었지요.

<기자>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지요.

문성희:거리에 나가서 장사를 한 것이지요. 남성들, 특히 간부들은 체면이 있기에 장사를 하는 것 자체를 부끄러운 일로 여기거나 그런 불법을 저지를 수 없다고 생각해서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그런 속에서 여성들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해봐야겠다고 장사에 나선 여성들이 많았다는 것이에요. “남자들은 전세가 얼마인지도 모른다. 여기(북한)서는 여자들이 얼마나 지혜를 쓰는가에 따라 가정들의 생활이 결정된다는 말을 어떤 여성한테서 들었는데 과연 그런 현상이 펼쳐진 것이지요.

<기자>북한에서 아래로부터 시장화가 촉진된 측면도 있겠네요.

문성희:그렇지요. 공급이 없다면 당연히 자기들이 돈을 벌어야 되는데,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것은 거리에 나가서 물건을 파는 것이지요. 그것으로 약간씩 재산을 늘이면 그것을 토대로 가게를 꾸리거나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북한 주민들이 그런 경험을 했다면 지금 국가에서 공급이 없어졌다고 해도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요.

문성희:네,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과거에는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국가의 제도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고 하면 지금은 자기들의 발상으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고 부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자>그러니까 북한 지도부에서 정책을 자주 변경시킨다고 해도 그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네요?

문성희: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것을 위해서는 밑천, 즉 돈이 있어야 하고 일정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든든한 즉 뒷 배경이 필요하다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무역과 같이 외화를 다루는 부서에 있으면 그것도 돈을 벌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봅니다

<기자>그런데 북한 지도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어째서라고 보시는지요?

문성희: 오락가락하고있다기보다 당과 내각에서 역할 분담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8차당대회나 그 뒤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사회주의계획경제를 밀고나가는 결심이 피로되었지만, 내각에서는 사회주의경제관리를 개선해나가는 것을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5개년계획을 밀고나가는 중요한 담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자>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지요.

문성희:그러니까 당에서는 원칙적인 노선, 사회주의계획경제를 밀고나간다는 것을 강조하지만 그것을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주의경제관리의 개선, 즉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같은 것을 시행해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회주의계획경제노선을 견지하기 위해서도 경제개혁정책을 도입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그렇지만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외자 도입, 개방정책이 필수적이지 않나요?

문성희:네, 바로 그렇다고 생각을 하고 북한 지도부도 충분히 알고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그러면 결국 북한 사람들은 개인적인 노력으로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밖에 없네요?

문성희:네,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1990년대 하반기와는 달리 북한 사람들도 많이 단련이 되었기 때문에 극복 방도를 찾을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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