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농업∙공업 개혁③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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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의 선흥식료공장에서 생산된 빵(사진 왼쪽)과 아이스크림. (2011년 8월)
평양시의 선흥식료공장에서 생산된 빵(사진 왼쪽)과 아이스크림. (2011년 8월)
사진: 문성희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조선신보 평양 특파원을 역임한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북한의 농업과 공업 부문에서 일고 있는 시장화 개혁 움직임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기자> 문성희 박사 모시고 북한의 농업, 공업 부문 시장화 움직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의 공업 얘기를 좀 해보죠. 문 박사님, 북한의 공업정책, 어떤 특징이 있나요?

문성희: 공업정책의 기본은 4대 선행공업부문에 힘을 집중시키는 것인데 4대 선행부문이란 전력, 석탄, 금속, 철도수송입니다. 이 네 가지 중에서 무엇을 가장 중시할지는 해마다 달라집니다. 보통 신년사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부문이 그 해 가장 중시되는 식이지요. 북한은 6.25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중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농업과 경공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을 경제의 기본노선으로 삼아온 만큼 중공업에 많은 힘을 쏟아왔습니다. 이 노선은 지금도 기본적으로는 다름이 없다고 봅니다. 중공업이라는 것이 결국은 군수공업을 의미한다는 말도 있었고 실제로 2001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방공업과 경공업,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선군시대의 경제건설노선’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경제관리방법은 예로부터 ‘대안의 사업체계’가 도입돼 운용돼 왔습니다. 이 ‘대안의 사업체계’란 1966년에 김일성 주석이 평안남도의 대안전기공장을 현지지도했을 때 제시한 기업관리방식인데 공장에서 당 위원회, 조선노동당위원회가 공장을 운영하고 공장 지배인, 기사장 이런 사람들이 협력한다, 이런 방식의 집단지도체제입니다. 굉장히 정치적이라고 할까, 결국은 당위원회가 공장운영을 틀어쥐고 나간다는게 기본입니다.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소개하는 안내판. 과거 여기서 소속돼 일했던 박봉주 현 총리의 사진도 보인다. (2010년 9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소개하는 안내판. 과거 여기서 소속돼 일했던 박봉주 현 총리의 사진도 보인다. (2010년 9월) 사진: 문성희

<기자> 그러니까 당이 기업운영도 책임지는 체계네요. 전문 경영인에게 기업운영을 맡겨도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당이 기업까지 운영했다는 말씀이신네요.

문성희: 네. 역시 아무래도 사상적인 측면이 우선적으로 고려됐다고 할까, 그런 낡은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질문> 그런데,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공업부문 역시 낮은 생산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요, 직접 현장에서 느끼시기에 어떻던가요?

문성희: 구체적인 생산량 등 숫자는 현장에서도 알 수 없기에 생산성 문제에 관해서는 말하기가 어려운데, 역시 에너지 문제가 걸림돌이어서 (에너지 부족으로) 공장 가동율이 낮아지면 생산량이 낮아질 수 밖에 없지요. 한 연합기업소를 방문했을 때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새로운 공장설비를 도입한 직후에는 생산성이 올랐는데 결국은 다른 설비가 낡았기 때문에 곧 가동이 멈춰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근본적으로 전체 설비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부분적으로 설비를 바꿔봤자 그 부분은 움직이지만 다른 부분은 가동이 안 되는 거죠.

새로운 설비가 전면적으로 도입된 평양양말공장이나 대동강맥주공장, 대동강과일가공공장 같은 데서는 계속 설비가 잘 돌아가고 생산성도 좋은데 그렇지 않는 공장들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질문> 농업부문에 포전담당제가 있다면 공업부문에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도입돼 시행중인데요, 기업에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게 핵심이죠?

문성희: 네, 바로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4월 6일 당중앙위원회 책임 일꾼들과 한 담화에서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를 강조하면서 근로자의 책임과 역할을 높여 생산을 최대한 고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013년 1월 1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는 경제관리방법을 개선시키는 데서 근로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는 기업과 공장의 좋은 경험을 ‘일반화’하도록 지시한 것이 특징입니다. 같은 해 3월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3월 전원회의에서도 ‘우리식의 경제관리방법’을 연구, 완성시켜야 한다고  김정은 위원장이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식의 경제관리방법이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국가의 통일적지도를 받으면서도 모든 기업체들이 경영활동을 독자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기본입니다.

<질문> 그런데 국가의 지도를 받으면서, 그 지도 아래서 기업들이 경영활동을 독자적으로 한다, 이게 약간 모순된다는 느낌인데요?

문성희: 제 생각으로는 국가의 지도를 받으면서도 결국은 기업의 독립채산제로 가라, 그런 개념이라고 봅니다. 표면적으로는 아무래도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국가의 지도가 완전히 없어진다고 그렇게는 말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되면 완전히 자본주의니까, 그런 원칙은 있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기업 운영이나 생산된 상품의 가격 제정권 같은 그런 걸 다 기업에 주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기업관리책임제라는 것이지요. 결국은 경영권을 완전히 기업에 준다, 그렇게 돼가고 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질문> 국가의 지도와 기업의 독립채산제 사이에서 방점은 기업의 독립채산제에 있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도임 뒤 실제 공업부문 생산성이 좀 올랐습니까?

문성희: 실제 숫자는 북한이 밝히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는 알 수가 없는데, 생산성은 올랐다고 볼 수 있지요. 예를 들어 평양의 326전선공장에서는 노동자, 기술자들 사이에서 “일에 대한 의욕이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생산성이 오른 하나의 증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내부. 컴퓨터로 공장을 관리하고 있었다. (2010년 9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내부. 컴퓨터로 공장을 관리하고 있었다. (2010년 9월) 사진: 문성희

<질문> 공장 노동자들이 반기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방금 말씀드린 326전선공장에서는 기술자들이 기술 수준이 향상되는데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시스템이 도입돼 왔는데 노동자들이 임금이 전반적으로 오르자 기술수준에 따른 임금도 이전보다 상승했기에 좋아하고 있다,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3-4년 일하면 주택도 공급되기 때문에 취업 희망자가 대단히 많아졌답니다. 평양의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에서는 취업을 희망하는 응모자에 대해 10일간의 실습기간을 주고 그 성적에 따라 채용 또는 불채용을 결정했다는 실례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지요.

<질문> 그렇지만 역시 근본적인 개혁없이 자율성 부여만으로 과연 기업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오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계 또한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어떻습니까?

문성희: 그건 그렇지요. 구체적인 숫자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자율성 부여만으로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오른다고는 말할 수 없지요. 에너지나 설비 그런 부문도 갱신돼야 하지 않습니까.

<질문> 공장, 기업소에 자율성을 주는 것 못지 않게 설비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십니다.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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