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여가∙외식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4.30
hamburger.jpg 개선청년공원 안에 있는 햄버거 가게. 햄버거 외에도 닭튀김, 감자튀김 등도 판매하고 있었다. (2010년 8월)
사진: 문성희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조선신보 평양 특파원을 역임한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인민생활 향상에 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기자> 문성희 박사 모시고 북한의 인민생활 부문 살펴보고 있습니다. 문 박사님, 김정은 정권 들어 대규모 놀이시설이 잇따라 건설됐습니다. 혹시 직접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문성희: 네, 평양 개선문 가까이에 개선청년공원이라는 게 있는데 여기 가 보았어요.

<기자> 일본의 놀이시설에 비해 어떻던가요?

문성희: 그거야 아직은 한심하지요. 우선 일본의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저팬 같은 장소에 비해 면적이 비좁지요, 다만 놀이기구는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것이라 매우 훌륭했습니다.

<기자> 북한 주민들이 이런 놀이시설에 자유롭게 언제든 갈 수 있는가요?

문성희: 원칙으로는 자유롭게는 못 간다고 생각해요. 구역마다, 직장마다, 학교마다라는 식으로 집단으로 오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다만 당시 놀이시설을 안내해준 직원에 따르면 ‘여기는 야밤까지 노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임시로 심야버스를 내고(운행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그런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집단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오는 사람도 혹시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기자> 임시 심야버스까지 운행해서 관람객들을 수용할 정도로 찾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군요.

문성희: 네 그럼요. 제가 간 시간이 오후 8시반 경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어째서 밤 늦게까지 놀이시설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는가 하는 것이 궁금했어요.

김일성종합대학 안에 있는 학생용 실내 수영장 모습. 일반 학생들이 여가시간을 이용해 이용하고 있었다. (2010년 8월)
김일성종합대학 안에 있는 학생용 실내 수영장 모습. 일반 학생들이 여가시간을 이용해 이용하고 있었다. (2010년 8월)
사진: 문성희

<기자> 최근에는 대형 식당들도 속속 개장하고 있는 데요 북한에 계실 때 어떤 식당들을 직접 가보셨나요?

문성희: 옥류관, 청류관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요리 식당, 단고기(보신탕)식당, 평양대극장 안에 있는 대형식당 등에 가봤어요. 그리고 아리랑 식당이라고 불고기를 먹을 수 있는 장소도 자주 갔었어요.

<기자> 식당 안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북한 주민들도 많이 찾던가요?

문성희: 옥류관, 청류관은 전형적인 북한 식당 스타일이고 냉면을 먹는 곳이니 북한 주민들이 많이 찾아왔어요. 단고기 식당도 그러했고. 아리랑 식당도 가족 단위로 오는 손님들이 많았지요. 다만 평양대극장 안에 있는 대형식당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그리 손님은 없었어요.

<기자> 음식 가격은 어땠습니까?

문성희: 옥류관, 청류관은 국정가격으로 행표로 먹을 수 있기에 비싸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가게는 북한 주민들이 먹기에는 좀 비싼 것 아니냐 그리 생각됩니다.

<기자> 평양에서는 서양식당도 많아졌다고 들었습니다. 주민들에게 인기가 있던가요?

문성희: 2011년에 이탈리아 요리 식당에 갔는데 평일 저녁이라서인지 100명정도 들어가는 가게 안에 손님이란 저와 안내, 운전기사 이외는 젊은 남성 3명 정도의 그룹 뿐이었어요. 인기는 전혀 없었어요. 거기서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는데 안내도 운전기사도 ‘맛없다’고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배불리 먹을 수 없다고도 말하고 있었어요.

<기자> 맛도 없고 양도 적었다는 말씀이시네요.

문성희: 오해하지 말아주기 바라는데 피자나 파스타가 맛없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보기엔 맛있었어요, 다만 북한 주민들의 입에는 안 맞는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북한 사람들, 특히 40대 이상 사람들은 쌀밥에 국을 먹는 스타일이 보통이고 밥을 많이 먹기에 피자나 파스타로는 배가 안 부르다는 것이에요.

<기자> 패스트푸드라고들 하는데요, 주문하면 즉시 완성돼 나오는 고기겹빵(햄버거) 같은 즉석 음식을 파는 식당도 평양에 많이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가보셨습니까? 어떻던가요?

문성희: 두 군데 가봤어요. 하나는 가게이름이 ‘삼태성’었다고 생각하는데 싱가포르와 합영으로 하는 고기겹빵집. 그리고 개선청년공원 안에 있던 역시 고기겹빵 가게에 갔어요. 이런 패스트푸드 가게는 젊은 사람들한테 인기가 있는 것 같아서 비교적 많은 손님들이 와 있었거든요. 고기겹빵과 치킨너겟(닭튀김 조각)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 같은 것을 주문했는데 안내도 운전기사도 이건 좋아했어요. 손전화로 이야기를 하거나 고기겹빵을 먹으면서 담소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니까 ‘여기가 과연 평양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기자> 이렇게 대형 식당이 들어서고 특히 서양식당이 많아지는 현상을 짚어주셨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이 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문성희: 서양식당 뿐만이 아니라 샤부샤부를 먹을 수 있는 요리집도 있어서 여기는 예약을 안 하면 못 들어갈 정도랍니다. 돈주 같은 부자들이 많이 드나들고 있다고 해요. 서양식당도 많이 생기고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도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고 봅니다. ‘아침은 커피와 빵’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우리 식생활도 많이 달라졌다. 이젠 이탈리아 요리나 중국 요리 가게도 많이 생기고 있다’고 자랑하는 안내원도 있었어요.

일본 출판사인 헤이본사(平凡社)에서 이 달 중순 출간된 문성희 박사의 저서 ‘맥주와 대포동’ 표지. 엄격한 사회주의경제가 아니라 시장화가 촉진되는 북한의 현상황을 지역시장과 공장 등 경제와 인민생활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실태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일본 출판사인 헤이본사(平凡社)에서 이 달 중순 출간된 문성희 박사의 저서 ‘맥주와 대포동’ 표지. 엄격한 사회주의경제가 아니라 시장화가 촉진되는 북한의 현상황을 지역시장과 공장 등 경제와 인민생활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실태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옛날에는 고려호텔에서도 커피를 주문하면 눈앞에서 뜨거운 물에 인스탄트커피를 넣어 주었는데 이제는 커피머신을 이용해 추출하거나 드립으로 내려주는 곳이 대부분이에요.

<기자> 평양에도 커피숍이 꽤 많이 들어서서 성업중인 모양이군요.

문성희: 그렇다고 봅니다. 제가 1980, 90년대에 북한에 갔을 땐 커피를 마시는 북한 주민들을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제는 커피를 반드시 마신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요,

<기자>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대규모 놀이시설이나 대형식당이 북한에 더 많아질 걸로 예상하시는지요?

문성희: 네, 그렇겠죠. 북한이 풍요로워질 상징이기때문에. 제 생각으로는 대형식당도 좋지만 보통 수준의 인민들이 많이 갈 수 있는 평범한, 값도 그리 비싸지 않는 가게가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그런 바람도 있어요.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