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15년 더 참자?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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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15년 더 참자? 평양 거리를 걷고 있는 세련된 옷차림의 여성.
AP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북한이 청년동맹 제10차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서한을 보냈는데요,  문성희 박사님, 서한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뭔가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네,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언급이 많은 것입니다. 사회주의의 본태를 흐리게 하는 위험한 독소라고까지 규정짖고 있어요. 그만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기자>김 총비서가 청년동맹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강조한다는 건 북한층에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문성희: 그렇다고 봅니다. 이건 청년들 속에서 사회주의적에 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시청자가 북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기사를 430일 일본의 야후 뉴스가 보도했는데 물론 이 보도가 사실인지는 제가 확인을 못하지만 북한에서 가장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한국 드라마나 노래에 대한 인기라고 봅니다.

<기자>보도 내용을 좀 자세히 전해주시죠.

문성희: 직접 보았다는 사람에게 인터뷰를 한 내용인데 너무너무 재미있었다는 감상이 소개되고 있었어요. 보도에 따르면 간부한테 부탁해서 입수했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이 보았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모르겠다, 만약 본 것이 알려지면 엄벌에 처해지니까 혹 보고 있다고 해도 모른 체 할 것이라는 대답이었어요.

<기자>북한에서 남한 드라마의 인기가 높다는 뜻이겠지요?

문성희: 그렇게도 볼 수 있지요. 어느 나라도 그렇지만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유행에 민감하지요. 한류 드라마나 노래가 들어오면 흥미진진해서 북한 젊은이들도 보고 싶어할 것입니다. 북한 내 옷차람의 유행 같은 것도 한류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모두가 남한 드라마를 안 보고 있어도 처음에 봤던 사람이 드라마 속 주인공의 옷차림을 본따서 입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이 멋있다고 생각하면 모두가 따라가기 쉽지요. 옛날 이야기이지만 1989년에 당시 남한 대학생 조직인 전대협 대표로 임수경씨가 북한에 갔을 때 그가 입은 T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싶어하는 북한 젊은이들이 많았다고 해요. 그러고 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서한에서 옷차림을 단정히 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그런 배경이 있을 지 모릅니다.

<기자>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간주됐던 청바지에 대한 인기가 높았던 모양이군요. 당시 상황을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문성희: 임수경씨가 비행장에 도착한 뒤 북한에서는 남조선 대학생이 위험을 무릅쓰고 공화국에 왔다는 것은 매우 큰 뉴스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일거일동이 TV 등에서 방영이 되었지요. 그 당시 열기는 보통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임수경씨는 어디에 갈 때도 T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지요. 그것이 멋있다고 북한 젊은 사람들이 그 옷차림을 본따려고 한 것이지요. 북한 젊은이로서는 당국이 인정하는 영웅이 입고 있는 옷이니까 자기들도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청바지는 미국을 상징하는 옷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북한 사람들이 입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단속을 했지요. 물론 해외동포나 외국인이 입는 것까지는 단속을 안 합니다. 청바지는 지금도 금지일 거에요.

<기자>북한에서는 옷차림이 단정하지 않으면 단속을 당하는 모양이군요.

문성희: , 청취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북한에는 규찰대라는 것이 있어요.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이 단정하지 못한 사람들을 잡아서 지적을 하는 것이지요. 저도 2008년에 평양을 산보하고 있을 때 할머니 규찰대원 한테서 지적을 받은 바가 있어요. 바지를 입고 있었던데 그 당시 평양시에서는 여성이 바깥에서 바지를 입는 것이 금지되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특히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젊은이들로 조직된 규찰대가 있어요. 2011년에 평양시내를 안내원과 함께 걷고 있었던데 그때도 지적을 받을 뻔 했어요. 별로 나쁜 옷차림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그 당시는 머리도 염색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보기엔 문제가 많았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몸에 꼭 붙는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모두 위반이거든요. 그러나 안내원이 이 사람은 해외교포라고 하니까 괜찮았어요.

<기자>그런데 옷차림 정도야 별로 그렇게 문제 삼을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요? 그 정도는 허용하도 괜찮다고 보는데.

문성희: 그런 옷차림이 한류 드라마나 서양식 문화를 본따는데서 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지요. 옷차림만으로 끝나면 좋지만 나중에는 그런 것이 자유주의에 대한 환상으로 간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봅니다. 4월 초에 진행된 당비서대회에서도 김 총비서는 옷차림과 머리단장, 언행,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하여서도 어머니처럼 세심히 보살펴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결국 정신문화생활과 경제도덕생활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것에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그건 또 어떤 뜻인가요?

문성희: 그러니까 옷차림, 머리단장, 언행 같은 것에 그 사람의 정신문화생활이나 경제도덕생활 상태가 나타난다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 북한에도 범죄가 없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그런 것에 이어진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옷차림, 머리단장, 언행 등에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기자>자본주의식 옷차림과 언행을 하게 되면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북한 당국은 단지 주민들을 통제하고 싶어할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문성희: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북한 당국이) 통제를 안했다가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국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고 그것이 나중에 이색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으로 이어지고 동유럽이나 러시아처럼 젊은 사람들이 체제에 반감, 반감까지 안 가도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뭐 그런 것입니다.

<기자>북한 당국은 자본주의 문화를 동경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 위기감을 느껴서 사상통제를 강화하려는 듯한데요.

문성희:네 그렇다고 봅니다. 생각하면 1990년대 후반에 황장엽 망명사건이 있었을 전후에도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상통제를 강화하던 시기가 있었지요. 그 당시도 외국에서 한류 드라마를 본 사람도 있고 아마도 한국 드라마 같은 것이 침투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당시와 상황이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특히 젊은 사람들의 사상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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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주체사상탑 위에서 내려다 본 평양시 창전거리의 모습.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었다. (2011년 8월) / 사진: 문성희

 

 

<기자>당시 사상통제 강화 시기에 있었던 현상을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문성희: 소문으로 밖에 안 들어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닌데 그 당시도 젊은 사람들안에서 모래시계였던가 한국 드라마를 몰래 보는 사람들이 있었거나 청년동맹의 예술단이 있었던데, 내용은 잘 모르지만, 거기서 부패타락한 현상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요. 1989년부터 1991년에 걸쳐서 소련,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한 뒤었고 중국에서는 개혁개방을 밀고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그런 현상이 자기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것을 매우 경계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 당시 망명한 황장엽의 성을 빌려 그런 현상을 황색 바람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기자>그러니까 1990년대 후반처럼 북한 내부 상황이 어려워진 상태에서 내부 기강잡기에 나섰다는 말씀이신데, 근본적인 해결책 대신 주민들을 통제하려고만 한다는 외부세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성희:근본적인 해결책, 그러니까 경제를 회복시키고 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핵문제를 풀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북미 관계에 진전이 없는 이상 자력갱생밖에 따로 방도가 없지요. 자력갱생을 각오해야 할 때 방해가 되는 것은 그것을 안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지요.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을 통제한다, 그리고 그것밖에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그런데 북한 젊은이들이 자본주의를 동경하는 것에도 일리가 있는 게 아닌가요? 사상통제만 강화하고 국가에서 아무것도 안 해준다면 반감이 생기는 게 아닌가요?

문성희: 그건 저도 동감입니다. 다만 북한 지도부도 그건 모르는 바가 아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금 필사적으로 경제 회복,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청년동맹 대회에 보낸 서한에는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우선 강산을 또 한번 크게 변모시키는 대변혁의 5년으로 되게 하고그 다음 단계로 앞으로 15년 안팎에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사회주의강국을 일떠세우겠다. 그러니까 5개년계획 동안에 일정하게 경제를 회복하고 15년 뒤에는 경제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주민들이 잘 사는 나라로 하겠다는 구상이라고 봅니다. 지금 20살 사람이면 15년 뒤에는 35.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에게 그때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세상이 온다고 격려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15년이라는 기한을 찍고 이런 말을 한 것은 드물다고 봅니다.

<기자>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에게 지금 좀 힘들어도 참아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 사상통제도 하는 것이다, 뭐 그런 말인가요?

문성희:사회주의강국이라는 말도 오래간만에 들었어요. 2010년 경까지는 사회주의강성대국이라고 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강성대국이라는 말은 절대 안 내지요. 외부 사람들은 그렇게 신경을 안 쓰겠지만 북한 사람들은 사회주의강국이라고 하면 어떤 문제가 해결되고 어떤 나라가 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상상한다고 봅니다. 외부 사람이 모르는 개념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은 반동적사상문화가 방해가 된다고 청년들을 교양하는 것이지요.

<기자>북한 청년들이 이걸 받아들일 걸로 보시는지요?

문성희: 거기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고 봅니다. 물론 청년동맹 간부, 청년동맹 간부라고 해서 모두가 젊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런 분들은 무조건 당의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쪽으로 간다고 봅니다. 그러나 보통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 지 잘 모르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기자>당연히 비판적인 생각도 있겠지요.

문성희: 비판적이라기보다 무관심한 사람이 대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청년동맹에 속하고 있는 청년들이라면 몰라도 조직생활을 싫어하거나 조직에 잘 참가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관심이 없지요. 지도부는 오히려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양을 주고 싶어하겠지만. 그러나 지방에까지 침투하겠는가, 그런 측면도 있지요.

<기자>결국 청년들을 사상적으로 통제하기보다 경제문제를 풀고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 먼저가 아닌가요?

문성희:그렇지요. 지금 지도부가 걱정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고마움을 사람들이 못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 속에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인 행위들이 있다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문제는 지금 북한 당국의 정책으로는 주민들의 생활이 나아질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지 않을까요? 자력갱생으로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건 상식에 가깝지 않나요?

문성희:그건 저도 동감입니다. 그러나 북한 입장으로 본다면 제재와 코로나19로 자력갱생밖에 방도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요. 이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과연 어떤 방도가 있을 지 저도 여러모로 고민하는 중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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