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노력동원 비효율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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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노력동원 비효율 평안남도 원화협동농장에서 주민들이 모내기를 하는 모습.
AP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벌써 5월 중순인 데요. 북한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일 듯합니다. 문성희 박사님, 오늘은 북한의 농업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볼까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네, 그렇게 할까요? 2003년에 평양특파원을 할 때 모내기 철을 맞아 협동농장을 취재한 바 있습니다. 황해남도 재령군에 있는 삼지강협동농장입니다. 여기는 북한에서도 곡물이 잘 자라는 것으로 유명한 농장이에요. 2003년 당시 여기서는 5 15일부터 모내기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기자>그러니까 5 15일을 전후해서 북한 곳곳에서 모내기가 시작된다는 말씀이네요?

문성희: , 그렇습니다. 이건 몇 년이 지나도 다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양강도 등 북중 국경지역은 기후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좀 더 모내기 시기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곡창지대라고 하면 황해남북도, 평안남도, 평양시 등 비교적 서남쪽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대충 5월 중순경부터가 모내기철이라고 해도 틀림이 없을 듯합니다.

<기자>그런데 모내기철을 맞아 비료나 종자, 농기구 등 영농자재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들려옵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국경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부족한 영농자재를 어떻게 조달하고 있는가요?

문성희: 그거야  자력갱생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는 국가가 각 협동농장에 영농자재를 공급해 주어야 하겠지요. 북한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비료 부족입니다. 화학비료를 자체 생산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해 온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북한이 고안한 것이 북한에 무진장한 무연탄을 써서 비료를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에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라고 유명한 기업소가 있는데 거기를 2010년에 방문했을 때 무연탄을 재료로 하는 요소비료를 생산하게 되었다고 지배인이 말하고 있었어요. 다만 설비는 프랑스제와 일본제라고 하고 있었는데 혹 설비가 고장나거나 새로운 비품이 필요하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설비가 있어도 무용지물이 되지요.

<기자>그러니까 비료문제를 풀기가 어렵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 그렇다고 봅니다. 당시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서 2010년에 1700톤의 비료 생산을 예정하고 있었습니다. 창고에는 3천 톤의 비료를 비축할 수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3분의 1정도가 메워진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되는 비료가 북한 전 지역에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5대협동농장이라고 곡물이 잘 생산되는 장소에만 제공한다는 것이었어요. 앞에서 언급한 삼지강협동농장도 5대협동농장에 속합니다.

<기자>그러니까 비료를 전체 농장에 제공하는 것은 도저히 어렵다는 말씀이시네요?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최근에 퇴비생산을 위해 농민들에게 소변을 바치라는 지시까지 내려졌다는 보도까지 있었지 않습니까? 이런 자연적으로 만들 수 있는 퇴비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화학비료 생산이 어려우니까 소변을 바치라는 건데요, 농민들로서는 좀 어처구니없는 상황일 듯한데요.

문성희: 그렇겠지요. 북한에서는 화학비료를 나라에서 해결하는 문제는 아직도 안 풀렸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농민들도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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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 한 켠에 걸려 있었던 농장원 ‘노력일공시’ 표. 각 농장원들이 얼마만큼 일했느냐를 평가하는 표로 분조 인원수가 21-23명임을 알 수있다. (2008년 8월) /사진 제공-문성희

<기자>트럭같은 농기구는 충분한가요?

문성희: 북한이 김일성 주석 시기부터 해결하려 한 것이 농촌의 기계화였지요. 농민들을 힘든 일에서 해방해야 한다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보는데 아직도 농촌의 기계화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트럭 같은 것을 수입할 수 있어도 그것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휘발유가 필요하지요. 그 휘발유를 조달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추측합니다. 북한에서는 풀패기전투, 김매기전투, 모내기전투하는 식으로 ‘전투’라는 이름을 달아서 동원하는 기간이 있는데 이런 것을 봐도 알 듯이 농촌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대동원이 있어요. 

<기자>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문성희:그러니까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는 농민들 만으로는 안 되니까 학생, 사무원 등이 농촌에 가서 일을 돕는 것이에요. 모내기 같은 것은 농촌에서 일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가서 돕게 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농장에서 농민들과 숙식을 함께 하면서 농사일을 돕게 되지요. 특히 군인들이 많이 동원 됩니다.

<기자>이렇게 대규모 농촌 지원 활동에 나서는 가장 큰 목적은 무엇인가요?

문성희:목적이라고 할까 농기계가 제대로 정비 안 된 상태에서는 결국 인력, 그러니까 사람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것이 가장 큰 농촌 지원의 목적이라고 봅니다.

<기자>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농촌에서 일도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농사일을 도울 수 있는가요?

문성희: 그것이 문제이지요.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역시 모내기 같은 것은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정하게 경험을 쌓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동원된 학생들이 모내기를 하면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도 있지요. 그런 것은 농민들이 다시 고쳐야 하니까 오히려 부담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요.

<기자>농촌 노력동원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불만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었다는 말씀이시군요.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문성희: 일상시 농사도 지어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 와서 농사일을 도우면 농민들의 일솜씨를 그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그러나 국가에서는 온 나라가 총동원이 되서 식량문제를 풀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은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뭔가 하고 있다는 “분위기”는 조성할 수 있어도 실지로 생산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은 의문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사람이 오면 그 사람들의 숙식도 보장해줘야 하지요. 그것도 농민들 입장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기자>그런데 어째서 농촌 지원을 계속하는 것인가요?

문성희:일종의 운동인 것이지요. 사람들을 고무시키는 역할도 하지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먹는 문제를 모든 인민들이 나서서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그런 기풍을 돋구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그러니까 실제로 식량증산에는 방해가 될 가능성이 큰 데도 선전선동을 위해 농촌 지원활동이 이뤄지는 측면이 크다는 말씀이시군요.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겠네요.

문성희:그렇다고 봅니다. 농민들 입장으로서는 오히려 자기들만으로 농사일을 하는 것이 낳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에요. 그러나 이것은 김일성주석 집권 시기부터 대대로 내려온 북한의 “중요한 행사”이기도 하니까 없앨 수 없는 관습이라고 할 수 있지요.

<기자>종자는 어떤가요?  종자도 주로 중국에서 들여올 듯한데 최근 국경봉쇄로 그것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요?

문성희: 종자에 관해서는 품종을 개량해서 정보당 수확고를 올리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들어본 적이 있어요. 2008년에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있는 미곡협동농장을 찾았습니다. 여기도 5대협동농장중 하나이고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방문시키는 일종의 ‘모델 협동농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서 ‘강성1호’라는 품종을 보았는데 안내해준 농장원의 이야기에 따르면 1정보(헥타르) 15톤을 생산할 수 있는 품종이라고 하고 있었어요. 보통 1정보 당 10톤이라도 좋은 품종인데 그것보다 5톤이나 많은 셈이지요. 이렇게 정보당 생산량이 높아지면 적은 땅에서 많은 수확을 걷을 수 있다는 것인데 농경지가 그렇게 많지 못하는 북한에서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지요.

<기자>그런데 아직 식량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걸 감안하면 이 새로운 품종이 많은 농장에서 사용되지는 않고 있는 듯합니다.

문성희:네, ‘강성1호’가 미곡협동농장의 모든 논에 심고 있었던지는 당시 확인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좋은 종자라도 종자가 그렇게 많지 못할 수 있고 다른 농장에 맞는 품종일지 그런 것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적지적작, 그러니까 토지를 잘 선택해서 농작물을 심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모든 땅에서 ‘강성1호’가 잘 자랄 지는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 것도 있어서 많은 농장에서 사용되고 있을 지는 의문스럽습니다.

<기자>북한에서는 대동강과수종합농장이 유명하다면서요?

문성희:, 유명한 과수농장입니다. 저도 2번쯤 방문한 적이 있는데 2010년에 갔을 때 들은 이야기로는 주택이나 아파트들이 있었던 토지를 정리해서 실험적인 과수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여기서는 사과나 복숭아 등을 키우고 있는데 기본은 사과에요. 묘목은 이탈리아에서 구입했다고 해요. 이렇게 보니 묘목 같은 것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자력갱생만으로는 해결 못한다는 것인데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이 과수농장에는 돼지나 자라도 키우고 있다지요?

문성희:, 10만 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돼지공장”이나 자라 양식장이 있어요. 그런데 돼지공장이라고 불리는 돼지목장을 건설한 목적은 유기비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랍니다. 그러니까 여러가지 방도를 총동원해서 비료 생산을 필사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자>그렇군요. 그런데 묘목 뿐이 아니라 여기 기계설비도 외국에서 수입했다면서요?

문성희:, 독일제품을 수입했다고 듣고 있어요. 북한에서 지금 큰 기업소에서 사용하는 기계는 기본적으로 외국에서 수입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외국에서 사오는 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너무도 외국 기계에만 기대는 것은 좀 의문이지요.

<기자>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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