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공장설비 노후화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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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스페셜] 북∙중 해상밀무역 기지개 중국 단둥 외곽에서 바라본 북한 국경지역에서 트럭에 짐을 싣고 있는 주민들.
AP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문성희 박사님, 북한에서 농기구나 트럭, 공장에서 쓰이는 기계 등은 기본적으로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라면서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네, 북한에서는 기계설비를 자체적으로 제조하는 것보다 오히려 사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에서 기계나 기구 등을 주로 외국에서 사오고 있습니다. 물론 김일성 주석 집권 시기에는 스스로 기계나 트럭, 기구 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때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에서 대대로 전해지고 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기자>어떤 내용인가요?

문성희: 1950, 60년대의 이야기라고 기억하는데, 북한에서 처음엔 구 소련에서 트럭을 제공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인가 소련에서 트럭을 더 이상 제공할 수 없다고 전달한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스스로 트럭을 제조해야 하게 된 것이에요. 그런데 소련은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북한은 그 트럭을 분해해서 구조를 조사했습니다. 그것을 토대로 설계도를 그리고 그대로 제조해본 것이에요. 그랬더니 처음엔 앞으로 달려야 할 트럭이 뒤로 달리는 실패도 했지만 시행 착오를 거듭하면서 마지막에는 트럭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트럭을 북한에서는 자력갱생으로 만들었다는 뜻으로 갱생차라고 합니다. 저도 한 번 타본 적이 있어요.

<기자>승차감은 어떠했습니까?

문성희: 말도 안 됩니다. 차가 너무도 작은 것이에요. 그래서 안에서는 계속 머리를 숙이고 있어야 합니다.물론 운전기사가 앉는 장소는 머리를 숙일 필요는 없어요. 여기서 머리를 숙여야 한다면 운전 자체를 못하지요.

<기자>그러면 결국 이 트럭은 생산이 중단됐나요?

문성희: 일정하게 생산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2011년에 갔을 때도 북한에 갱생차가 있었던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지금은 평화자동차공장이 있기 때문에 굳이 갱생차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기자>평화자동차는 초창기 한국과 합작으로 운영됐지 않나요?

문성희: ,그렇습니다. 지금도 그 기술이나 설비를 그대로 이어 받아서 차를 제조하고 있다고 봅니다. 평양 시내에서도 평화자동차는 많이 볼 수 있었어요.

<기자>농기구도 주로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지요?

문성희: 네, 기본적으로는 그렇다고 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제조하고 있는 기구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양에 3대기술혁명전시관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북한에서 만든 기계, 자동차, 위성 로켓 등이 전시되고 있는데 거기 가면 북한에서 만들었다고 하는 트랙터 등도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니까 북한 나름으로 자기 나라에서 기계를 생산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대동강과수종합공장, 평양양말공장, 대동강타일공장 등 제가 2008년부터 2011년사이에 방문한 공장들의 설비는 모두 외국제였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기계들이 많았어요. 대동강맥주공장은 영업을 중단한 영국의 맥주 공장 설비를 사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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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타일공장에 설치된 CNC(컴퓨터수치제어) 장치. 사진-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그렇다면 수입해온 기계가 고장이 나면 북한에서 자체적으로 고치나요?

문성희: ,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사올 수도 없지요.  수리하면서 쓴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운전기사들을 보면 자동차가 고장나면 간단한 고장이라면 스스로 수리를 합니다. 그런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공장에서도 다른 나라의 기계를 수리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기자>기계 부품 같은 것은 어디서 조달하는 것인가요?

문성희:그렇지요. 그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자의 문제도 있지요. 대동강과수종합공장에는 이탈리아제 기계들이 수입이 되었는데 독일 기술자들이 와서 기계 다루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제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모두 귀국했다고 생각하지만 공장에서 기계를 다루는 방법을 아는 노동자, 기술자들도 있겠지요. 부품 문제는 아무래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가 계속되고 있는 한 부품을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제재가 있기 때문에 대량살상무기에 이용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수입도 못하고 있었다고는 봅니다.

<기자>공장 설비의 노후화도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요? 새롭게 갖춰야 하는 설비들도 적지 않다고 생각되는데요.

문성희: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함흥에 2.8비날론연합기업소라고 북한에서도 유명한 화학섬유 생산 기업소가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였다고 기억하는데 거기에 새로운 기계가 도입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노동자에 따르면 몇 개 정도 기계를 바꾼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에요. 모든 설비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른 공정 설비가 노후화 되었다면 결국은 공장 자체가 잘 가동이 안 되고 생산도 제대로 못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었어요.

<기자>암거래를 하기 위해 공장에서 설비를 훔치는 사례도 있었다면서요?

문성희: 그런 보도는 저도 어딘가에서 본 일이 있지만 현지에서는 그런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다만 먹고 살기 위해 그런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은 당연히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공장 설비에서 못 하나 없어도 그 설비는 가동하지 않게 되지요. 공장이 잘 가동하지 않는 이유는 에너지 부족 등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지만 혹하면 이런 부품 부족 같은 것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농업 분야의 설비도 낡지 않았나요?

문성희:네, 여러 협동농장을 찾았지만 새로운 농기구 등을 목격한 적은 없었습니다. 마침 모내기 시기에 농장을 찾았을 때도 있지만 거기서 활약하고 있는 것은 트랙터가 아니라 사람들이었지요. 물론 트랙터가 없는 것은 아닌데 트랙터가 기본인 것이 아니라 사람이 기본이었지요. 아마도 농장에도 최신 농기구가 있는 것이 아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여유가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국가에서 공급해주고 싶어도 그것도 많이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어요.

<기자>그건 어째서인가요?

문성희:그건 저도 조사를 한 바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대답은 못하겠습니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북한에서 제대로 기구를 생산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측면이지요. 외국 수입에 기대다가는 역시 외화 부족도 있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수입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그렇다면 유지가 어려운 공장들도 생기지 않나요?

문성희:그런 측면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장 건물은 있어도 제대로 가동을 안 하고 있는 공장들이 북한에는 적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 경제개혁정책을 실시했지 않습니까. 그 때 채산이 맞지 않는 공장이나 기업소는 정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생산성도 없고 잘 가동도 하지 않는 공장은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소수 정예로 생산성이 높고 북한에서 필요한 것을 생산하는 공장을 만가동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공장 수가 많는 것을 자랑했지만 그런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지요.

<기자>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공장을 많이 세워서 운영하고 있었다는 말씀이네요?

문성희:,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공장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까, 당 창건 몇 돌을 기념해서든지, 좀 형식주의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되어서 결국 나중에는 쓸모가 없어진 공장들도 생기게 되지요. 그런데 공장 하나 세우는 것도 막대한 비용이 걸리지 않습니까? 자본주의 나라 같으면 채산성이 없는 공장 같은 것은 절대 세우지 않다고 보는데 북한에서는 모두가 나라의 재산이기 때문에 아무도 자금을 부담하지 않아도 좋다고 할까, 그래서 소용이 없는 공장들도 세워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요?

문성희:, 고난의 행군을 겪은 다음에는 그런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김정일 위원장 시기에는 쓸모 없는 공장, 기업소들을 정리하는 사업도 진행이 되었습니다.

<기자>코로나가 수습될 때까지는 아직 어려움이 계속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공장 설비를 준비하는 것도 계속 어렵겠지요?

문성희: , 그것은 각오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소식도 잘 안 들어오는데 이런 것도 당분간은 자강력이 기본 해결책이겠지요.

<기자>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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