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시장화 속 젊은세대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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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_woman-620.jpg 지난해 4월 평양 고려호텔 앞으로 한 여성이 자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에선 최근 젊은 세대들의 사상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문성희 박사님, 오늘은 북한의 새로운 세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 요즘 북한 지도부가 젊은 세대, 즉 새로운 세대 문제에 대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생각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지요. 예를 들어 김정은 총비서가 청년동맹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옷차림까지 거론하면서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현상을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는 내용을 언급했다고 기억합니다. 그 정도로 젊은 사람들 속에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기자> 구체적으로는 어떤 것들인가요?

문성희: 흔히 듣는 이야기로는 한류 드라마나 가요,   케이팝(KPOP) 등을 몰래 듣는 현상이라든가. 그래서 옷차림이 과격하게 되는 것이지요. 한류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입고 있는 패션을 본따니까요. 지도부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한류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거기서 영향을 받고 한국이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동경심이 커지는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 젊은 사람들은 고난의 행군 뒤에 태어나서 이른바 사회주의 공급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 세대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고마운 감정을 덜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문성희: 제가 2000년대 들어 평양 특파원 시기나 연구를 위해 북한에 체류할 때 들은 이야기인데, 북한도1980년대까지는 제대로 공급이 있었지요. 그러니까 여러 사람들에게 들어도 고난의 행군 시기에 공급이 없어지자국가에서 그 동안 얼마나 우리에게 잘 해 주었던가”, 뭐 그런 발상이 먼저였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공급이 없어진 걸 두고 나라가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라고 비난하기보다이제까지 얼마나 고마운 제도에서 살아왔던가라고 자책감을 느꼈다고 해요. 제 경험으로 보아서도 2000년대 초까지는 북한 물가가 비싸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더군다나 물가가 비싼 일본에서 북한에 가니까 이렇게 싸구나하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안내원이나 운전수한테도 식사하러 가면 제가 모두 내주어도 괜찮았어요. 그렇지만 지금 젊은 사람들은 그런 혜택을 전혀 못 받으면서 자랐고 오히려 시장화된 북한밖에 모르는 것이지요.

<기자> 그러니까 사회주의제도보다는 시장경제에 더 익숙하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 그렇다고 봅니다. 북한이 개혁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한 2003년에 태어난 사람이 지금 18세이지요. 지금 20세는 2001년에 태어났거요. 그러니까 북한이 제일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쳐서 개혁을 통해 시장화가 진전하기 시작한 그런 시기에 자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식량은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는 그런 발상 자체가 없지요. 그것보다 오히려 자신이 돈을 벌어서 어떻게 좋은 생활을 하게 되는가 그런 것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당시 북한 현지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는가요?

문성희: 당시 30대의 한 주부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자기 친구들이 모두 가게를 꾸리거나 좋은데 시집가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자기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을 해서 장사를 하고 싶다, 뭐 그런 거에요. 그러니까 새로운 세대는 우선 자기나 자기 가족들의 생활을 생각하는 것이지요.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비판적이라기보다 나도 그런 생활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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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국제통신센터 안에 위치한 고려링크의 손전화 판매소 간판.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손전화 판매소가 있었다.(2011년 8월) /사진: 문성희 박사

 

<기자> 손전화기가 북한에 보급된 것도 2000년대 들어서라고 생각하는데 북한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손전화기를 갖는 경우가 많은가요?

문성희: 제가 2010년인가 2011년에 들은 이야기인데 북한의 중학생이 가장 구하고 싶은 것이 손전화기, 즉 핸드폰이었어요. 그 만큼 북한에서도 핸드폰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건 2011년에 들은 이야기인데 북한은 물론 인터넷이 아니라 국내에서만 망이 있는 인트라넷인데 그런 환경속에서도 채팅이 일시 유행한 적이 있답니다.

<기자> 채팅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건가요?

문성희:그건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게 유행한 것입니다. 그래서 공부도 안 하고 채팅에만 열중하는 학생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채팅을 하기 위해서 PC방에 가는데 거기 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필요하지요. 채팅을 하기 위해 집에 있는, 돈으로 되는 물건을 시장에서 팔아서 돈을 구한 그런 경우도 있었답니다.

<기자> 북한 청소년들이 PC방 요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에서 몰래 물건을 내다 판다는 거군요.

문성희:네, 이건 피해를 입은 어머니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이니까 진실입니다.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란 기억이 있어요. 어머니는 중학생 아들이 너무 컴퓨터 인트라넷에 열중하기때문에 아들의 컴퓨터를 회수하기까지 했다고 해요

<기자> 그 만큼 북한 젊은층 사이에서 정보통신 기기가 보급되고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문 박사님이 직접 경험하신 걸로 미뤄 북한의 기존 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문성희: 역시 자본주의적인 사고 방식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태어난 뒤에 공급이란 전혀 못 받았던 젊은 사람들이 물건을 구하는 것이란 시장이나 상점이지요. 시장에서는 시장가격이 기본인데 시장가격은 국정가격에 비해 비싸지 않습니까? 그런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사는 젊은 사람들과 사고 방식엔 다름이 없다고 봅니다.

<기자> 아까 사회주의 혜택을 못 받은 세대라는 말씀이 생각나는 군요.

문성희:네,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을 해요. 전쟁도 모르고 사회주의 혜택을 못 받았다면 국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기존세대보다 덜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표면상은 교육을 받기 때문에 당이 고맙다, 나라가 고맙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마음속으로부터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기자>그렇다면 새 세대들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문성희: 자기 생활이겠지요. 6.25를 겪고 사회주의의 고마움을 아는 기존세대는 어느 정도 국가나 당에 대한 충성심은 갖고 있겠지요. 그러니까 자기들의 생활보다 우선은 국가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측면이 강핟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는 국가의 혜택을 못 받았고 자기 생활은 자기 힘으로 해결해 왔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생활로 되기 마련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것은 돈이란 말이지요.

<기자> 돈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희:아무래도 믿을 수 있는 것은 돈이지요. 그리고 과거에는 모두가 평등하게 빈곤했지만 지금은 돈주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빈부 격차가 생기고 있지요. 보육원이나 유치원에서도 도시락에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빈곤한 집 아이들은 점심 시간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도시락을 먹는다는 것이에요. 제가 아는 북한 여성은 아이한테 컴퓨터를 어렵게 구해 주었는데 아이가 말하기를 컴퓨터만은 절대 팔지 마세요. 학교에서 모두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데 저만 못 가지면 창피해요.” 그렇게 말했답니다. 정말 눈물겨운 이야기이지요.

<기자> 그렇다면 지금 새 세대는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은 없다고 봐도 되는가요?

문성희:거기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북한 나름으로 젊은 세대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리고 북한에서 독특한 동원이 있지 않습니까? 이건 젊은 세대를 동원해야 된다는 것이지요. 그걸 거절하는 정도까지는 안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런데 경제 관념이 다른 것이지요?

문성희:네, 그렇다고 봅니다. 아까 핸드폰도 그렇지만 여러가지 물건이 중국 등을 거쳐서 북한에 들어가지 않습니까? 남들이 그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 자기도 가지고 싶다고 생각을 하는 것은 북한 젊은이들도 다른 나라 젊은이들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을 해요. 그렇다면 그런 것을 얻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 경제 관념이 앞서도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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