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권력 김정일 때 비해 상당히 약해”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6.09
“김정은 권력 김정일 때 비해 상당히 약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7일 당 중앙위원회와 도당위원회 책임간부 협의회를 소집한 모습.
연합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한반도 톺아보기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협상시작 전이라 북한인권특사 임명 않는 듯

<기자>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공석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인선과 관련해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간표 제시는 거부했습니다. 마키노 기자님, 블링컨 장관이 임명 계획을 밝히긴 했지만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달 임명된 데 반해 여전히 인권특사는 공석인데요, 인선이 늦어지는 배경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하나는 역시 북한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가장 중요한 외교문제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외교문제는 역시 대중국 외교입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주로 예정된 G7, 주요 7개국 정상회의나 그 이후 예정된 EU-미국 정상회담에서도 대중국 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인권문제를 중시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대중국 외교에서 인권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인권문제를 강조하면 민주주의의 미국과 전체주의의 중국이라는 대립구도를 부각시킬 수 있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기 쉽다는 그런 생각이 있는 듯합니다. 같은 의도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중시한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봅니다. 바이든 정부 입장으로선 아직 협상도 시작하지 않은 북한에 대해 인권특사를 서둘러 임명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듯합니다. 그리고 인권특사 임명과 관련해 한국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이번 주 G7 정상회의 때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인권특사 임명이 늦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한국에 대한 배려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주요 회의 정기적 개최로 체계화하려는 듯

<기자>한편 북한은 이 달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개최를 예고했습니다. 올 해 상반기에만 세 번째인데요, 경제목표 달성 등 국정 전반에 뭔가 문제가 생긴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렇게 많은 회의를 하는 건 선례가 없는 일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북한이 여러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는 것도 한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나 코로나19가 계속돼 어려운 상황인 듯합니다. 다만 이 외에도 북한은 최근들어 회의(개최)를 정기적으로 체계화하려는 듯합니다. 북한의 엘리트층은 더 이상 김정은 총비서가 혼자서 국정을 운영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김 총비서의 국정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느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한의 엘리트층은 (김 총비서가) 백두산 혈통으로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2011년 말부터 정권을 담당해온 김 총비서가 경제건설에도 실패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 강해지고 있어서 북한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우려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결과 김 총비서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합의제가 많아지고 있는 결과 이런 회의가 잦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 정치체제에 실질적 변화 시작돼

<기자>북한이 최근 개정한 것으로 알려진 노동당 규약에 관해 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죠. 먼저 제1비서 직이 신설된 지도체제 변화가 눈에 띄는 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 새 노동당 규약 제26조에는 제1비서를 새로 만들고 제1비서는 총비서의 대리인이라고 명기했습니다. 2인자를 만들지 않는 북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이게 김 총비서가 혼자 권력을 독점해온 게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여름부터 김 총비서가 정치국 회의에 출석하더라도 예전처럼 지도하셨다는 말 대신 사회하셨다또는 운영하셨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회의에서 최고 지도자가 아닌 사람들이 의견을 주장하거나 아니면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새로운 당 규약에서는 당 정치국 상임위원회나 정치국의 권한에 관해서도 매우 세밀히 규정했습니다. 만약 권력투쟁이 일어나더라도 최고 지도자 허가 없이 마음대로 행동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의 엘리트층은 현재도 김 총비서를 형식적으로는 존경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온 존경이 아니고 존경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다른 간부에게서 비난도 받고 정치적으로 숙청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저는 토마스 쉐퍼 전 북한주재 독일 대사를 인터뷰했는데요 쉐퍼 대사도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보다 상당히 약하고 유일한 지배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북한의 정치체제에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아직 한반도 적화통일 포기하지 않아

<기자> 그 다음으로는 민족해방 민주주의혁명문구가 삭제됐는데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뉴스를 보니 한국에서는 이런 수정에 대해서 북한이 적화통일을 포기했다는 그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면서요? 하지만 규약에는 한반도 전체를 공산주의 사회로 만들겠다는 표현이 남아있습니다. 이번 규약 개정의 특징 중 하나는 김정은 체제를 의식하면서 김정일, 김일성 시대에 써왔던 오래된 표현을 정리했다는 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혁명이라는 말은 없어졌지만 그건 오래된 표현을 정리했다는 말이고 북한은 아직도 적화통일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민족해방이라는 말이 없어졌다는 건 한국 시민들 스스로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환영하지 않을 거라는 점을 의식한 결과 민족해방이라는 말이 사라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북한이 남북통일을 생각한다면 한국이 스스로 해방에 응하는 게 아니고 북한이 군사력을 사용해 강제적으로 통일한다는 그런 목표만 생각하고 있다고 봅니다.

일 정부, 현 시점 북일관계 개선 어렵다고 판단

<기자> 일본 군국주의의 재침 책동을 짓부시며라는 구절이 삭제됐습니다. 북일관계에서 긍정적 영향이 전망되기도 하는 부분인데요, 일본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말씀하신 대로 일본 군국주의라는 말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김일성 시대에 자주 썼던 오래된 표현을 정리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은 당 규약을 개정한 올 해 1월 이후에도 일본을 계속 비판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서도 이 달 5일 일본 방위백서를 비난하는 일본연구소 연구원의 논평을 게재했습니다. 이런 상황 아래서 북한이 지금 북일관계 개선을 생각하고 있다는 그런 해석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계속해서 일본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북일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합니다.

<기자>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