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신라면 파는 시장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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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5.png 2010년 집단체조의 한 장면. 북한 관광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2010년 8월).
사진 제공: 문성희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기자> 남한 재벌 상속녀와 북한군 장교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사랑의 불시착》에 나타난 북한 주민들의 경제생활을 짚어보고 있습니다. 문 박사님, 이 드라마에서는 웨딩드레스를 몰래 만들어주는 가게 주인이 나옵니다. 그 분이 굉장히 비밀리에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있는데, 실제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문성희: 뭐, 그거야 있을 수 있는 에피소드이지만 잘 모릅니다. 제 생각으로는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정도야 단속이 되겠는가, 그런 생각도 드는데. 거기서 한국 잡지를 펼치고 있는 모습이 나오지 않아요? 그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요. 그리고 저고리 같은 것은개인장사로 저고리를 만들어 주는 분들도 있어요. 저고리 가게보다 그런 분들한테 부탁하면 좀 싸게 만들 수 있어요.

<기자> 드라마에서는 북한 마을 여성들이 한 집에 모아서 ‘탈맥’으로 한 잔 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도대체 ‘탈맥’이 뭔가요?

문성희: 탈맥이란 ‘탈피와 맥주’를 생략한 말인데, 그런 말은 제가 북한에서 들어본 적은 없어요. 다만 현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지 몰라요. 사실 북한에서는 탈피를 안주 삼아 맥주나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요. 탈피란 마른 명태를 말하는데 이게 북한에서는 고급 안주에 속하거든요. 저도 북한에서 현지 사람들과 한 잔 할 때는 반드시 탈피가 안주로 나왔어요. 그것도 북한산과 중국산이 있는데 중국산보다 북한산이 맛있어요. 맥주 안주로는 탈피가 딱 맞는 것은 사실이에요. 다만 여성들이 모여서 일본식으로 말하면 ‘걸즈 토크(Girls Talk)’라고 할까요, 함께 술을 마시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요. 술을 즐기는 여성도 직접 만난 적은 그리 없어요. 요즘은 많이 달라졌을 지도 모르지만.

<기자> 7-8년 전이긴 하지만 북한에서 여성들이 함께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말씀이신데, 북한 남성들은 술을 꽤 즐기는 편이 아닌가요?

문성희: 네, 북한 남성들은 정말 술을 즐깁니다. 저도 북한에서 장기간 머물 때는 술을 즐겼어요. 술 정도밖에 오락이 없었으니까요. 그렇다고 북한 남성들이 모두 술이 쎈 것도 아닙니다.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남성도 있기는 있어요. 그러나 대부분 남성들은 술과 담배를 무척 즐깁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조개구이를 먹을 때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도 조개구이는 여러 번 먹어 보았는데 (혹시 있을지 모를) 설사를 예방하기 위해서 일부러 소주를 먹는거에요. 조개구이도 그렇지만 술 마실 때는 야외에서 마시는게 무척 즐거웠어요. 묘향산에 가서 강가에서 불고기를 먹으면서 맥주나 소주를 마셨지요. 그 때 음식을 차릴 때 남성 안내원이 여성 접대원과 함께 열심히 일 하고  있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기자> 드라마에서는 시장 장면이 자주 나오는 데요. 문 박사님이 직접 목격한 시장 모습과 같던가요?

문성희 제가 간 건 통일거리시장 정도, 그리고 아파트 마당이나 길거리에 있는 시장정도이고 온 나라 시장을 돌아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하게는 비교는 못합니다. 아마도 지방의 시장은 그런가보다 하면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어요. 시장에서 은어로 ‘아랫동네’라고 하는 ‘한국’ 제품을 팔고 있는 장면이 나오지 않아요. 제가 기억하기에는 ‘신라면’ 은 팔고 있었어요. 하지만 한국제 화장품 등은 본 적이 없어요. 다만 드라마에서도 나오는데 숨겨 놓았다가 그걸 원하는 사람에게 팔아주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봐요. 저도 어느 시장에서 북한제 탈피를 구했는데, 당시에는 시장에서는 판매 금지였어요. 그래서 숨겨 놓았던 것을 산 경험이 있어요. 쌀도 판매하면 안 되는데 말하면 팔아준다는 소리를 들은 바도 있어요.

<기자> 남한 제품인 신라면을 시장에서 팔고 있었다고 하셨는데 당시 상황을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문성희: 통일거리시장에는 여러 가게가 있는데 그 중 한 곳에섯 아줌마가 신라면을 팔고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다만 저는 신라면을 별로 안 좋아하니까 구입하지는 않았기에 가격이 얼마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나요, 사는 방법이야 구하고 싶다고 하면 그대로 팔아주는거고. 남한 제품이라고 숨겨서 팔고는 있지 않았어요. 혹하면 판매원도 이게 남한 제품이라고 몰라서 팔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아니면 남측 것이라도 별로 팔아도 좋다는 그런 지시가 있었을 지 몰라요. 과거에는 우리가 일본에서 친척들에게 주기 위해서 옷 등을 가져갔는데 'Made in Korea'라고 딱지가 붙은 건 모두 불합격으로 처분되었지만.

<기자> 드라마에서는 시장 안에 전당포가 나옵니다. 문 박사님은 직접 목격하셨나요?

문성희: 저는 목격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고리대금업자는 있다고 옛날에 들은 적은 있어요. 시장에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시스템은 사람 사는 사회에서는 있을 수 있겠지요.

<기자> 드라마에서는 ‘달리기장사’라는 말이 나옵니다. 북한에서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문성희: 드라마를 보니 달리기장사라는 것은 원거리무역을 뜻하는 말인데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봤어요. 여기서 원거리무역이 중국에 가서 물건을 사 오는 그런 말을 의미하는지 좀 더 알아봐야 하지만 당연히 그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드라마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달리기장사를 하는 사람도 여성(가정주부)이라는 것이에요. 그런 장면을 봐도 북한 가정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할 지가 알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평양 거리에서 지방에서 온 장삿꾼을 만났는데 그 분도 여성이었어요.

3대혁명전시관에 게시된 주요전력공업분포도(2010년 9월).
3대혁명전시관에 게시된 주요전력공업분포도(2010년 9월).
사진 제공: 문성희

<기자> 숙박검열이라는 말도 낯선 말인데요. 북한에서 들어보셨나요?

문성희: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은 없지만 여러 자료들을 보니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드라마에서는 규찰대라고 거리에서 옷이나 머리 등을 단속하는 젊은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런 분들은 두 번 만났어요. 한 번은 저고리를 입은 할머니한테서 직접 단속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제가 그 당시 금지였던 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 할머니가 “거기 바지 입은 손님”이라고 몇 번이나 외치길래 저는 막 도망쳤어요. 그리고 또 한 번은 젊은 대학생 규찰대였어요. 안내(원)와 함께 산보를 하는데, 갑자기 저를 상대로 복장 단속을 하려고 했어요. 그러니 안내원이 “이 사람은 재일동포”라고 말해서 그대로 지나갈 수 있었어요. 말로만 듣던 규찰대와 직접 만날 수 있었던 거에요. 북한 연구자로서는 《사랑의 불시착》에서 그런 장면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에요. 드라마 스토리와는 하나도 상관이 없는데 자세한 북한 상황이 정말 잘 그려지고 있다고 할까요

<기자> 규찰대라는게 어째서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문성희: 글세요. 그만큼 사람들의 옷차림이 북한에서 말하면 황색 바람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까, 비사회주의적인 패션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었으니까 그랬나 봐요. 단정한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북한은 규율이 세니까. 북한에 유선텔레비라고 현지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텔레비 채널이 있는데, 뭐 케이블 텔레비지요. 거기서는 교통위반을 한 사람이 얼굴도 가리지 않고 교통위반을 하는 모습이 폭로됩니다. 이름이나 거주지역까지 나와요. 그렇게 되면 총화서도 써야 되고 상관에 욕을 먹고, 비판도 받고 해서 창피하지요. 사람들은 두 번 다시 안 하게 된답니다.

<기자> 교통위반을 했다고 신상을 텔레비전을 통해 공개한다는 말씀이시죠?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것 자체가 우리로서는 생각도 못하지만. 국가가 ‘한식솔’인 북한이니까 가능한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교통위반을 하는 것도 각오를 갖고 해야된다는 것이겠지요.

<기자>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현빈이 조선인민군 군인 역할을 하는데 요리를 잘 하지 않아요? 북한 남성들은 요리를 잘 하나요?

문성희: 네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군대에 갔다와야 하니까, 군대라는게 자기가 요리를 만들어야 할 때가 있지 않나요? 제가 평양에서 특파원 생활을 할 때 남성 안내원이 메기탕을 끓여주곤 했는데 솜씨가 대단해요. 생선도 통채로 조리를 하거든요. 저는 생선 조리를 못하니까 정말 신기했어요. 어디서 배우느냐 하니까 군대 있을 때 배운다는 것이지요. 드라마에서도 소풍 갔다가 살고 있는 돼지를 조리해서 먹자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그런 것이야 다 할 수 있지요.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 남성들은 가정에서 요리를 잘 하던가요?

문성희: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정에서는 여성들이 주로 가사일을 하지요. 남성들이 주방에 서서 요리를 하는 모습은 그렇게 본 적이 없어요. 다만 청소는 잘 해요.

<기자> 시장에서 생 원두를 구해서 로스트로부터 시작해서 커피를 제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그런가요?

문성희: 제가 그 장면을 보고 느낀 것은 두 가지 측면이에요. 하나는 뭐든 자기 힘으로 만들어내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북한에도 꽤 많아졌다는 것을 묘사해주고 있다는 것이에요. 제 경험으로는 북한에서 평양을 제외하곤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진짜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드는데. 평양에서는 이제 인스턴트 커피가 아니라 드립커피 등이 유행해요. ‘아침은 빵에 커피’ 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답니다.

<기자> 서양식 식생활 문화가 북한에도 많이 보급되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문성희: 네, 이탈리안 레스트랑도 많이 생기고 있어요. 북한에서 제작된 유트브를 최근에 보았는데, 거기에 이탈리안 레스트랑에서 식사를 하는 커플이 나와요. “피자나 파스타에는 와인이 최고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이탈리안과 와인을 즐기고 있더군요. 제가 2011년에 안내원들과 함께 이탈리안 가게에 가서 피자나 파스타를 먹었을 때는 와인 가격이 엄청 비싸니까 대신 평양소주를 마셨던데, 세상이 많이 달라진 느낌이에요.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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