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외부지원 내심 바라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8/17 14:20:00 GM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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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외부지원 내심 바라 북한 김덕훈 내각총리가 함경남도 영광군과 신흥군, 홍원군, 단천시 등 최근 수해가 발생한 지역을 돌아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합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에디터입니다.

<기자> 올해도 북한은 어김없이 수해를 입은 듯합니다. 문성희 박사님, 오늘은 북한의 수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문성희: 네, 그렇게 할까요. 올해는 주로 함경남도에서 피해가 컸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는 함경북도, 그리고 황해도 등이 많이 피해를 입었고 특히 북한 최대 광물 생산지인 검덕에서 큰 피해가 났습니다.

<기자> 지난해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해서 황해도 피해 지역까지 간 모습이 사진과 함께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김정은 총비서가 수해 현장에 나갔나요?

문성희: 현 시점에서는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지난해에는 함경남도였던가 현장에서 직접 서한을 보내 평양시 노동당 당원들이 복구사업에 나서기를 바라기도 했지요. 대신 올 해는 김덕훈 내각총리가 큰물피해 복구사업을 요해하러 현장에 들어갔습니다. 현지에서 협의회를 진행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지난해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수해 피해지역 현장에 나갔고 올해는 내각 총리가 현장에 들어갔는데요.

문성희: 김정은 정권 들어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수해 피해지역에 나가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되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장에 직접 나갔다는 얘기는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물론 비밀리에 갔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공식 보도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신 간부는 현장에 나갔습니다.

<기자> 문 박사님이 직접 목격하셨던가요?

문성희: 네, 제가 1996년 평양특파원을 할 때 수해 피해 지역을 취재했던 이야기는 예전에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김기남 당시 조선노동당 비서가 재해 지역을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황해도와 개성시, 강원도 등 피해를 받은 지역이 많아서 어디에 가는 길인지는 몰랐지만 마침 우리가 한 피해지역에서 취재를 하고 있을 때 온 것이에요.

<기자> 그런데 수해 현장에서는 간부들이 오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나요?

문성희: 환영하는 측면과 그렇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수해 지역을 취재하는 중 농경지에 흘러 들어간 흙을 지게로 처리하고 있던 한 농부가 우리를 보고 ‘이것을 모두 카메라로 찍으라’고 무서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 만큼 수해 현장이 얼마나 힘든가를 평양에 있는 간부, 최고 지도부에까지 알려달라는 마음은 간절했어요. 그런 측면에서는 간부들이 직접 와서 현장 상황을 요해하는 것은 환영하는 분위기었어요. 반면에 간부들이 오면 아무래도 식사를 비롯해서 대접을 할 시간이 필요하게 되지요. 그런 시간이 있다면 한 시간이라도 복구사업에 돌리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그래서인지 올해는 도당의 대책본부가 야외에 꾸려지고  있는 것 같아요. 대접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요?

<기자> 좀 전에 김덕훈 내각총리가 피해지역 현장에서 협의회를 가졌다고 하셨는데 협의 내용이 뭔가요?

문성희: 물에 잠겼던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대책을 세우는 것과 예상되는 폭우와 수해에 대처하기 위한 사전준비를 동시에 진행하는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다시 폭우와 수해가 온다고 예상하고 있는 측면이에요.

<기자> 네, 아직 복구사업도 제대로 끝나지 않았는데 다시 폭우와 수해가 오면 엄청난 피해가 날 수 있겠지요.

문성희: , 북한 당국도 그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조선중앙통신도 ‘8월 중순과 하순에 동해안 지역에서 폭우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지금 수해가 난 지역도 동해안 지역인데 거기에 다시 폭우가 내리면 정말 심각해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수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기자> 수해가 다시 발생하면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받을 테고 식량문제가 더 어려워지겠네요?

문성희: 네, 얼마 전에 일본 아사히신문이 북한 당국이 먹는 문제가 긴장해서 군량미를 풀었던 것 같다는 사실을 보도했는데 아무래도 지난해 수해 피해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그리고 제재라는 ‘3중고’에 시달려 그렇지 않아도 식량문제가 긴장하고 있지요. 그렇지 않다면 군량미까지 풀겠습니까? 

<기자> 그런데 군량미까지 풀었는데도 올 해 곡물이 86만톤이나 부족하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문성희: 네, 유엔세계식량계획과 식량농업기구가 낸 공동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의 연간 곡물 부족량이 86만톤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국제식량안보평가 2021-2031’은  올해 북한의 식량부족분을 104만톤으로 추산했습니다.

<기자> 북한 주민들은 올 해도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겠군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방에서 먹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빠지는 것이지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지원이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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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수해지역을 취재한 당시 현장에서 제공받은 수해피해상황을 적은 자료들. ‘풍수해자료, 황해남도 봉천군 풍수해 지휘부’라고 씌어진표지가 붙어있었다. /사진: 문성희

 

<기자> 문 박사님이 수해 지역을 취재하신 1996년에는 북한이 국제지원을 받았지요?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은 처음에는 우리가 수해 지역을 취재하고 싶다고 해도 좀처럼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보도되니까요. 그 당시만 해도 긍정적인 보도가 중심이었으니까요. 많이 고민은 했다고 보지만 취재를 허락했고 그 뒤에는 별로 취재를 규제하지는 않았어요. 우리가 쓴 기사는 일본 신문에도 인용이 되는 등 국제적인 반응이 있었습니다. 그 후에 국제사회에서 지원이 많이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에 북한 당국도 우리의 취재사업을 많이 평가해주셨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당시 보도가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였다는 거군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그 뒤에는 외국 기자들도 적극적으로 수해지역 취재를 시켰다고 기억합니다.

<기자> 북한도 내심 지원을 바라고 있었던 듯하군요.

문성희: 네, 그러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그 전해인 1995년에도 100년에 한 번이라는 큰물피해가 났었고 그것을 계기로 고난의 행군에 들어간 상태였으니까.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기때문에 국제지원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고 봅니다.

<기자> 올 해도 당시처럼 국제지원을 받는 게 타당하지 않는가요?

문성희: 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자력갱생이라고 해도 군량미 뒤에 또 다른 비축이 있겠는가? 하는 측면이 있지요. 인도적인 지원은 제재에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고 봅니다. 사실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가 이번주에 미국의 대북지원단체와 인도적지원을 놓고 비공개회의를 가질 예정이지요. 북한이 거부만 하지 않는다면 지원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기자>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는 북한이 국제지원을 받아들이려는 분위기가 아닌 듯한데요?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국제 지원과 함께 이럴때는 한국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면 받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통신 연락선이 회복됐다 한미군사훈련 시작을 계기로 다시 단절되는 등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인 것 같지만 아쉬운 감이 듭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 현지에서 실지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은 사람들을 만나본 적은 있습니까?

문성희: 직접 지원을 받았다는 사람은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수해 지역을 취재하고 있을 때 파괴된 집 앞에 유엔 깃발이 붙어있었어요. “이건 무엇입니까?”해서 현지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이것은 국련(유엔) 기구에서 온 사람이 여기 집은 보상대상이라고 해서 붙이고 간 것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러니까 그런 집은 나중에 유엔의 지원 등으로 복구가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북한에 체류하고 있을 때도 TV나 노동신문 등에 국제기구 사람들이 수해 지역을 방문했다고 연일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외무성에 수해대책위원회가 꾸려진 것으로 봐서도 그 당시 북한이 국제적인 지원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었던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무성 담당자를 취재했는데 흥미로운 일이 있었습니다.

<기자>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문성희: 저는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서 담당자를 불러달라고 안내원한테 부탁한 것이에요. 그런데 수해대책위원회에 속하고 있다는 외무성 일군이 온 것이에요. 그래서 제가 집요하게 희생자수나 농경지 침몰수, 그리고 가옥 등 파괴수 등을 물었더니 “그런 질문 한다면 돌아가겠다”고 해서 자리에서 일어선 것이에요. 할 수 없이 그런 질문을 내려놓고 무난한 질문만 했던데 그 때 북한이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바깥에 알리는 것을 싫어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기자> 어째서라고 생각하셨나요?

문성희: 그 당시는 그렇게 깊이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통계 숫자를 거의 알리지 않지요. 숫자를 낸다고 해도 지난해에 비해 몇% 올랐다거나 그런 것이지요. 그러니까 “그런가보다”고 넘어갔어요. 그런데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안보상 숫자를 알리는 것을 싫어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농경지가 어느 정도 물에 잠겼는가, 얼마나 집이 파괴되었는가, 이런 것 하나하나가 북한에 있어서는 안보상 알리면 안 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적들에게 내부 사정을 알리면 안 된다”는 사고였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지금은 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지만 북한에 지원을 하는 국제사회로선 북한의 정확한 피해 규모가 얼마이고 어느 정도나 지원이 필요한지 결정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통계가 필요할 듯한데요.

문성희: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곡물생산량같은 것은 유엔기구에 보고는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농경지가 얼마나 침몰했고 사망자나 행불자가 얼마나 있으며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던가 그런 것은 이제 통계를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도 지원을 하는 환경이 마련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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