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무조건 만남' 제안에 김정은 ‘노’ 할 것”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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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a.jpg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2일 오후 일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신조 총리의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김 위원장, 태풍피해 복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도

<기자> 북한 고위 간부들의 현지지도 사진이 노동신문 1면에 배치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향이 단골 배치되던 1면에 당 간부들의 동정이 보도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인데요, 마키노 위원님, 태풍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려는 의도 외에도 고위 관리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입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최근에 북한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책임을 분산시키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입니다. 이번 노동신문 1면에 실린 당 간부들의 소식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김 위원장이 8월 초 수해 지역인 황해도를 방문했을 때, 그리고 최근 태풍 피해지역 방문 때 둘 다 ‘현지료해’라고 표현했습니다. 보통 최고지도자가 현장을 방문할 때면 ‘현지지도’라는 말을 써왔는데 그런 말을 쓰지 않고 ‘료해’라고 했다는 건 자신이 피해지역 복구를 책임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때는 김 위원장이 ‘회의를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는데 최근 열린 정치국 회의 등에서는 김 위원장이 ‘회의에 참가하고 사회하셨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8월 열린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5개년 국가경제발전전략이 실패했다는 그런 결정서를 발표했는데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 자신은 이 발전전략에 대해 회의에서 ‘분석했다’고만 돼 있지 경제전략 실패를 인정했다든가 하는 그런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이런 (김 위원장의) 책임회피 움직임은 역으로 보면 김 위원장이 계속해서 권력을 장악하고 싶은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 성과 얻기 어려운 상황… 현지지도 횟수 대폭 감소

<기자>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징후가 현재 북한이 처한 어려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면서요?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노동신문이 9월1, 2일 1면에서 보도한 리병철, 박봉주 부위원장의 현지지도는 모두 태풍 피해지역의 복구활동이었습니다. 이건 태풍피해 복구가 쉽지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너무 어려우니까 이런 상황, 즉 경제적인 성과를 얻어내기 어려운 장소에서는 김 위원장이 ‘현지료해’만 하고 다른 사람들은 지도한다는 말을 쓰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요즘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횟수도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북한 소식통에게서 들은 얘기는 현지지도를 하게 되면 거기서 성과를 얻어 내야 하는데 그런 (성과를 얻어낼) 자신이 있는 장소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5월1일 김 위원장이 순천인비료공장을 시찰했을 때도 그건 생산개시가 아니고 건물만 완성된 시기를 택했습니다. 그건 아직까지 생산전망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간부들에 대한 땜질식 인사도 그렇습니다. 리만건이 좋은 사례입니다. 2월에 조직지도부장에서 해임당하고 이후 평양 종합병원 건설에서도 책임자로 갔다가 결국 경질됐습니다. 그래도 개성에 특별지원물자를 전달할 때 당 중앙위 제1부부장으로 재등장했습니다. 이건 명목상 간부를 교체하면서 이 만큼 주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단이 없다는 그런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요즘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을 비난하지 않는 상황도 어려운 국내 상황에 집중하고 싶은 의도가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시바 전 간사장, 북한 문제 외교적 해결 의지 확고

<기자> 마지막으로 차기 일본 총리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없이 만나고 싶다고 했고 총리 후보 중 한 명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총리가 되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계획을 밝혔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스가 관방장관은 (총리가 되면) 아베 총리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베 총리의) 정책을 편다고 하면 아마 조건없이 정상회담을 하자고 해도 북한은 응하지 않을 겁니다. 납치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려고 하는 자세가 없다면 (김 위원장과)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는 제가 오늘(일본 현지시간 9월2일) 만났습니다.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제가 왜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겠다고 했는지 물었는데 이미 2년 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을 때 약속했던 내용이라고 하더군요. 이번에도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고 밝힌 배경에 대해선 북한은 이상한 나라다, (대화가) 안 되는 나라다, 북한과 대화해선 안 된다는 일본 내 여론의 유혹에 정치가 휩쓸리면 안 된다는 의미라고 대답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북한에 싸늘한 일본 내 여론에 편승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지만 북한과 어떻게든 대화는 해야 한다, 그러니까 북한과 연락사무소도 설치하고 납치피해자 문제도 북한과 공동으로 조사하면 북한이 다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납치피해자도 사실인지 확인하는 첫 걸음이 된다는 겁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북한이 좋은 나라라고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라 외교로, 전쟁이 아니라 외교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대화해야 하니까 일단 북한의 주장을 들어보자는 그런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겠나 하는 그런 의미로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시했다고 합니다. 일본 정치사정을 보면 아마 스가 관방장관이 총리가 될 겁니다. 이 경우 별 정책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북일관계는 교착상태가 계속될 거라고 저는 봅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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