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대학생 동원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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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파견 북 군인들의 군기문란 행위 증가 사진은 건물의 외벽 작업을 하는 북한 군인들의 모습.
AP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문성희 박사님, 최근(9 7) 방송에서 북한 대학생들의 경제건설 현장 동원 문제에 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오늘은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다뤄봤으면 합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그렇게 할까요?  청취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북한의 경제건설이라는 것은 ‘동원’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좋게 말하면 온 나라 주민들이 다 함께 경제건설에 나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강제로 건설현장에 배치되는 게 현실입니다. 또 동원의 중심이 되는 것은 젊은 군인들과 대학생들이라는 것도 여러분들이 이미 아시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기자> 북한에서는 이전부터 군인들이 경제건설에 강제로 동원돼 왔나요?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북한에는 4대 군사노선이라는 게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전민무장화입니다. 그러니까 남자 같으면 반드시 군대에 갔다오는 것이 의무이고 여자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대에 가는 사람들이 많지요. 군대에 가면 먹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군대라는 것은 전투 훈련만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경제 건설에 강제로 동원되는 비중이 많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에 계실 때 경제건설에 동원된 군인들을 많이 만나 보셨겠지요?

문성희: 그럼요. 군인들은 군복을 입고 있으니까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이 군인들을 경제건설에 동원하는 것은 군대가 가지는 특성에 이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기자> 어떤 이점인가요?

문성희: 어떤 나라 군대라도 그렇다고 보는데, 상사들의 명령에는 절대 복종이지 않습니까? 경제건설 현장에서 이것은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합니다. 그러니까 하사들은 상사 명령이라면 절대 복종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명령 계통이 잘 정비돼 있기 때문에 지휘도 하기 쉽다는 그런 점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상사의 명령에 “하기 싫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경제건설이 순조로이 간다고 그렇게 북한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과거 북한에서 대규모 건설사업이라고 하면 군인들이 떠맡았던 게 많다면서요?

문성희: , 서해갑문이나 희천발전소 등도 군인들이 건설한 것입니다. 그리고 옛날에 금강산발전소라고 불린 안병청년발전소도 주로 군인들이 건설에 동원되었지요.  ‘영웅’이라고 불리는 희생자들도 그런 건설 현장에는 많이 나왔습니다. 북한에서는 건설 현장에서 희생이 된 사람들을 ‘공화국영웅’이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북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슨 무슨 건설현장에서는 10명의 영웅이 나왔다”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을 듣고 많이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전쟁도 아닌 건설 현장에서 희생자가 이렇게 많이 나온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인생관이 다르다고 할까, 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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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 장전거리 건설현장에서 건설중인 한 고층건물에서 인민군대와 청년돌격대원들이 건설 현장에서 펼쳐진 즉석 공연을 보며 박수치고있다. (2011년 9월)  /사진: 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그러니까 전문가도 아닌 군인들이나 학생들이 건설을 담당하니까 당연히 희생자도 많이 나온다는 것인가요?

문성희: 물론 그런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만든 기록영화가 있기 때문에 사실인데 아마 금강산 발전소였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동굴같은 것이 있어서 거기를 뚫어야 발전소 건설이 가능한 그런 장소가 있었어요. 거기에 폭발물을 설치하기 위해 희생된 군인들이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스스로 자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겠다고 한 군인들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 경제건설을 위해 희생이 된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었던 것입니다.

<기자> 그런데 학생들도 건설 현장에 동원된다면서요. 지난 번 말씀으로는 이과  계통 학생은 면제가 된다고 하셨던데.

문성희: , 그렇습니다. 이과 계통 학생들은 군대 가는 것도 면제된다고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오해가 있을 지 모르지만 건설 현장 일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수재들은 그런 장소에 안 가고 과학기술로 국가에 공헌을 하라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그렇다면 문과 계통 학생들이 주로 건설 현장에 동원되는 거네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기자> 그런데 문과 계통 학생들 중에서도 건설 현장에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돈을 내면 면제된다면서요?

문성희: , 제가 2011년에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도 그런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학생들 중에서 건설 현장에 가고 싶지 않은 학생들 중 부모가 좀 돈을 만들 수 있으면 돈으로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건설 현장의 건설비용을 위해 아니면 다른 학생들의 숙식을 위해 써달라고 해서 돈을 내는 것이지요. 그 대신 돈을 낸 부모의 자식은 건설 현장에 안 나가도 좋다는 그런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그런데 그렇게 되면 돈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 안에서 불만이 나오지 않습니까?

문성희: 당연히 불만이 있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돈을 낼 수 없는가 부모한테 부탁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겠지요. 여기다 이과 계통 대학에 들어가면 그런 동원도 면제되기 때문에 이과계 학부에 자기 아이들을 보내려고 하는 부모들도 많다고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평양 제1고등중학교를 비롯해서 ‘1고중’이라고 불리는 고등중학교가 각 도마다 하나씩 있는데 거기는 그야말로 선발된 수재들밖에 못 들어가는 학교입니다. 그러니까 부모들은 우선은 자기 아이들을 1고중에 입학시키려고 하지요. 그 단계를 거쳐야  이과대학이나 김일성종합대학 이과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부모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자기 아이가 어려운 건설 현장에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어린 시절부터 1고중에 보내려고 애를 쓴다는 것이겠네요?

문성희: , 그렇다고 봅니다. 물론 그런 것 뿐이 아니라 나라에 이바지할 수 있고 과학기술분야에서 활약하는 것이 지금은 가장 출세를 하는 길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겠지요.

<기자> 강제로 건설 현장에 동원된 학생들은 불만이 많았겠네요.

문성희:  동원기간이 길어지면 공부도 못하고 그 만큼 학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겠지요. 다만 북한에서 살아가려면 자기 자신의 힘으로 모든 일을 다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건설 현장에서 배운 기술이 도움이 될 때가 있지요. 예를 들어 집을 세우는 방법이라든가.

<기자>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북한에서 자기 아파트 방은 자기들이 기본적으로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지요? 지금은 방까지 모두 꾸려주지만 과거에는 아파트 방만 제공해주고 거기를 어떻게 꾸리는가 하는 것은 모두 알아서 스스로 해야 했습니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면 자기들의 힘으로 집을 꾸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그렇지만 대학생들로는 동원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한 것이 아닌가요?

문성희: 그거야 그렇지요. 과거에 제가 지방에서 목격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느 역에 열차가 정착을 할 때 목격했는데, 열차가 움직이지 않으니까 승객들이 열차 밖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던 거에요. 거기에 밥을 얻어먹기 위해 건달군이 왔거든요. 그랬더니 식사를 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야, 희천에 가라’고 하는 것이에요. 당시 희천발전소 건설이 한창이던 시기이지요. 희천에서 일하면 적어도 숙식은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북한식 농담인 셈이지요.

<기자> 그런데 이런 건설현장뿐 아니라 행사에 동원될 경우도 있겠지요?

문성희: 네, 있습니다. 특히 평양 사람들은 행사가 많기 때문에 동원될 경우가 많지요. 예를 들어 외국에서 손님이 올 경우, 평양시 군중대회에 참석해야 하지요. 이런 것은 모두 순번이 결정되어있어 순번이 오면 반드시 나가야 합니다. 반미군중시위 같은 것이 있으면 그 때는 열심히 구호를 왜치거나 하지만 끝나면 삼삼오오 흩어져 해산합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 규탄하고 있었던데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말이죠. 그 차이가 정말 재미 있었어요.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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