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순번제 동원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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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_buildings.jpg 주체사상탑 위에 올라서 찍은 평양시내 풍경(2011년 8월).
사진: 문성희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기자> 북한 동해안과 북부내륙 지방이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이와 관련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열였다고 하는데요, 문성희 박사님, 그 만큼 피해가 심각하다는 의미겠지요?

문성희: 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함경남도 검덕 지구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아연산지인 검덕광산과 3대 마그네사이트 산지인 대흥, 룡양, 백암광산 등 ‘경제의 중요 명맥’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알려졌으니 심각하다고 할 수 있지요.

<기자> 북한의 광산은 ‘경제의 중요 명맥’으로 불리는 모양이군요.

문성희: 네, 북한의 중요 수출 상품이 아연이나 마그네사이트 등 지하 광물이기때문이에요. 특히 북한에서 생산되는 마그네사이트는 질이 좋은 것으로 유명해요. 유엔 제재 때문에 지금은 수출이 불가능하지만 북한의 중요 수출품이 석탄 등 광석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요.

<기자> 그런데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었다는 것은 군인들에게 복구 사업을 맡긴다는 것이겠지요?

문성희: 네, 당연히 그렇지요. 회의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복구건설을 또다시 인민군대에 위임하기로 하였다”고 말했다고 보도됐어요. 대규모 복구 건설인 경우 인민군대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1만 2천 명의 당원들이 지금 복구 건설에 동원되고 있어요.

<기자> 꽤 많은 인원이 평양에서 동원됐군요?

문성희: 제가 2003년에 조선신보 평양특파원을 할 때 친하게 지내던 한 안내원이 백두산에 가기로 되었어요. 당시 백두산지구를 재개발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고 있었는데 당연히 평양에서도 가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이 안내원의 경우를 통해서 알 수 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가고 싶어서 간 것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물론 그 분에게 직접 그런 말을 들었던 것은 아니고, 제가 느끼기에 그러했다는 것이에요. 그 이유는 작업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분은 마르고 건강하게는 안 보였어요. 그런 분이 장기간에 걸쳐 백두산에서 건설작업에 동원되면 건강을 상하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돌아온 뒤 몸을 앓았고 그것이 원인일지는 모르지만 몇 년 뒤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어요.

<기자> 자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떠밀리다시피 해서 건설공사에 동원되는 셈이군요.

문성희: 물론 힘든 곳에 스스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있겠어요? 그러나 나라를 위해서 뭔가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 힘든 곳에 가는 분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리고 순번 등이 있어서 언젠가는 가야 하고, 누군가는 가야하는 것이니까.

<기자> 그러니까 평양 시민들이 정해진 순번에 따라 공사에 동원된다는 말씀이군요.

문성희: 네 그런 가능성이 있지요. 그러니까 같은 사람만 언제나 가는 게 아니라 이번에는 어떤 인민반이고 어떤 구역 사람들이 가야 한다, 이런 건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대학생들도 포함해서,….

<기자> 그러면 이번에도 평양에서 가기 싫은 사람들도 있겠지요?

문성희: 그건 잘 모르지만. 북한매체 보도를 보면 수십 만 명이 탄원을 해서 그 중 1만 2천 명이 선발됐다고 하는 걸 감안하면 “가겠다”고 자원한 분이 많았다고 봅니다. 일본에서도 그래요. 지진이나 태풍으로 피해를 받은 재해지에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가서 복구를 돕는 모습이 뉴스가 됩니다. 북한 사람들도 그런 마음이야 같다고 생각을 해요. 같은 나라 사람이 피해를 입었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하는 마음이야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김 위원장의 공개서한이 등을 두드린 측면은 있다고 봅니다.

<기자> 그런가 하면 최근에 김정은 위원장이 태풍 재해지에 직접 가는 모습이 자주 북한 매체에 나오는데요. 그 배경에 나오는 집 모습이 평양과는 많이 다르다고 느끼셨다면서요?

문성희: 네, 평양에서는 장정지구나 미래과학자거리 등 고층아파트들이 새로 건설되고 아파트 인근에는 고급스러운 음식점들이 많이 생기고 있지요. 외국에 유학한 경험도 있는 김 위원장 발상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봅니다. 최근 북한에서 나오는 유튜브를 보니까 이탈리아 음식점 등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들이 소개가 됩니다. 철판구이를 전문으로 하거나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생기고 있어요. 제가 자주 평양에 가던 시기에는 그런 가게를 보기가 드물었던데, 최근에 평양은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반면에 최근 소개되는 재해지 영상을 보니까 지방은 제가 북한에 자주 가던 시절과 그렇게 다름이 없는 것 같아요.

<기자> 어떤 점이 특히 그렇던가요?

문성희: 무엇보다 집이에요. 옛날부터 지방에는 대도시를 빼고 고층아파트 등은 보기 드물었어요. 농촌에 가면 기본은 단층집이에요. 물론 아파트도 있어요. 그렇지만 고층아파트는 드물고 평양처럼 최신설비가 갖춰진 호화로운 아파트는 더 드뭅니다. 다만 돈이 있으면 새단장 같은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몇 년 전에 제가 어느 지방에 갔을 때 이야기인데, 거기에 제가 아는 친구가 살아요. 북한 지방도시에서는 목욕탕이 집에 있는 것이 드물어요. 그래서 며칠 동안 지방에 머물게 되면 목욕을 못할 수가 있어요. 그 친구가 “자기 집은 24시간 온수가 나온다. 우리 집에서 목욕해서 가라” 고 저에게 말 하는 거에요. 실지로는 안 갔지만 그런 것도 가능하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갔네요(웃음).

<기자> 네, 지방 주택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요?

문성희: 그렀죠(웃음). 지방은 기본이 단층 집인데, 예로부터 있는 집을 계속 쓰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영상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느꼈어요. 그러니까 평양이나 큰 도시처럼 집을 신축하거나 개건하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도시와 농촌이 차이를 없애는 것은 예로부터 북한에서 과제로 제기돼 온 문제이기는 하지만 집과 관련해서는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물론 아까 에피소드를 소개했지만 바깥에는 여전해도 집안은 나름대로 새로 단장하고 있는 집도 있을 지 몰라요. 북한에서는 평양도 포함해서 바같 풍경이 여전해도 집 안에 들어가면 최신식 설비가 갖춰진 고급주택일 경우도 있기 때문이에요.

<기자> 그렇다면 지방 주택들이 평양처럼 신축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보시는가요?

문성희: 네, 그렇게 보고 있었던데. 최근 보도를 보니까 김 위원장이 복구된 재해지를 찾아가고 있었어요. 그걸 보니까 농촌 집들이 모두 새로 세워지고 있었더군요.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은 집들을 일 떠 세웠던 지가 궁금한데요. 군인들이 동원되어서 밤을 새우면서 작업을 했을 것입니다. 기억이 나는데 1996년에 나진 선봉 지역을 취재했는데 마침 거기를 경제특구로 꾸리느라 호텔이나 헬리포트가 한창 건설된 시기였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취재가기 전 많은 비가 내린 것 같아요. 그래서 길도 없어지고 다리도 파괴되고 있었어요. 젊다고 할까 아직 어린 소년처럼 보이는 군인들이 열심히 복구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많은 집을 복구하기 위한 시멘트를 어디에서 구해왔던가? 그것도 궁금한 일이기는 해요.

<기자> 다른 특히한 점은 없었나요?

문성희: 영상만이면 다른 것은 잘 알 수가 없어요. 이번에 조선중앙TV영상을 보면서 북한도 보도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기자> 어떤 측면인가요?

문성희: 기자들이 직접 재해 현장에 나가서 생방송을 하고 있었지 않아요. 일본 등에서도 태풍이 얼마나 센 지를 증명하기 위해서 기자들이 밖에 나가서 보도를 하지요. 그것을 그대로 본 따고 있었던 것이에요. 제가 1996년 평양 특파원으로 평양에 있을 때는 생중계가 아니라 찍고 온 영상을 영화처럼 나중에 TV에서 방송하고 있었어요. 그것도 사람이 전혀 안 나오고 침수하고 있는 장면을 헬기에서 촬영하고 있는 그런 장면만이 방송된 것이지요. 그런 시기부터 생각하니까 서방 언론에서는 벌써 하고 있었던 방식이기는 하지만 북한도 많이 달라졌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기자> 북한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컸지만 국제기구나 외국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있는데요.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문성희: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지원을 안 받는 것 같아요. 북한은 코로나 19와 관련해서 국경을 완전 봉쇄하고 있어요. 방역활동을 계속 강화하는 시점에서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의 지원은 받기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그런 추측이 나오고 있어요. 따라서 태풍과 관련한 지원도 받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해요.

<기자>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다른 나라 지원이나 한국의 지원을 받는 것이 복구가 빨라진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문성희: 물론 저도 그렇다고 생각을 해요. 지난 번 방송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실지로 1996년에 수해가 났을 때는 국제적인 지원이 많이 와서 복구도 빨라졌다고 봅니다. 이번 태풍으로 북한은 국가적으로 추진시키던 ‘연말투쟁과업’들을 전면적으로 고려하고 투쟁방향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국제적인 지원을 받는 게 현실적이라고 보는데요. 물론 유엔 제재 등으로 북한이 원하는 지원 물자가 들어가는 지도 걱정이 되는 측면이기는 하지요.

<기자> 국제적인 지원을 받지 않지만 복구 작업은 계속 진행되겠지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얼마나 복구 작업이 추진되는 가 하는 것은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 전후를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마도 태풍 복구 성과를 과시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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