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북 노동자 귀국 행렬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10.17
koryo_plane-620.jpg 지난 8월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이륙을 준비중인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
사진: 문성희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문성희 박사 모시고 북한의 농업개혁을 위한 동북아 국가들 간 협력 방안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문 박사님, 한국의 경기도는 강원도와 함께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데요 경기도는 이전부터 농업 분야를 중심으로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네, 저도 구체적으로는 이번 학술회의에서 처음으로 알았는데, 2005년에 농업과학원과 ‘벼농사 시범농장’ 사업을 추진했고,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평양 강남군 당곡리 협동농장과의 협력사업을 추진해서 다다기오이, 방울토마토 등을 처음 북한에서 재배함으로써 매우 인기를 끌었다는 얘기였어요. 이렇게 과거에 협력을 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 경기도가 다시 농업 측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북한과 농업을 포함한 경제분야 협력을 추진하려는 경기도와 한국의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문 박사님이 해 주신 조언은 구체적으로 뭔가요?

문성희: 제가 이번에 발표한 건 북한의 농업개혁정책에 관해서입니다. 포전담당제라는 게 있는데 협동농장을 굉장히 작은 단위로 두세 명 또는 한 명씩 하나의 포전을 담당해서 거기에서 생산된 것을 자기들이 시장에서 팔 수 있도록 하는 농업개혁정책을 북한이 시행해서 농민들이 생산의욕이 높아졌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이런식으로 북한도 많이 변하고 있다, 그런 변화를 도와줄 수 있게끔 지원이나 협력을 하면 어떻겠습니까, 하는 조언을 제가 했습니다.

<기자>그런 조언에 대해 실제 한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북한과 농업협력을 해온 분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문성희: 실제로 제가 북한에 가서 여러가지로 봤던 협동농장의 모습이라 할까, 분조관리제, 포전담당제를 하고 있는 그런 측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니까 ‘과연 그렇구나’ 하는 인식을 가지시는 것 같고 제가 또 하나 말씀드린 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같은 건 별로 제재와 관계없이 협력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것까지 못 하면 역시 북한이 남북협력에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런식의 얘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그런 의견은 많은 참고가 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기자>북중 국경지역의 조선족 학자들이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도 궁금합니다.

문성희: 중국 동북지역 학술단체와 북한과의 지식공유에 대한 발표를 흥미롭게 들었어요. 북한 학자들과 교류를 깊이고 그들을 초대해서 학술연구 교류를 하는데서의 경험은 한국 분들에게도 많이 참고가 됐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조선족 학자들이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 느낀 점, 뭐라고 구체적으로 얘기하던가요?

문성희: 북한 사람들이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고 그리고 또 북한 학자들이 처음에는 절대로 질문을 안 받는다든지, 자신들이 설명하면 그걸로 끝이라는 식으로 경직돼 있었는데 그런 걸 굉장히 많이 설득을 통해 이 분들이 마음이 상하지 않게 여러가지로 신경을 쓰면서 교류를 했다고 해요. 최근에는, 그런 협력이나 학술회의를 예전부터 계속 해왔기 때문에, 신뢰가 생겨서 질문도 받고 여러가지 발언도 많이 하고, 많이 달라졌다, 북한 사람들도. 이런 걸 얘기하셔서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꾸준히 해서 신뢰가 생기면,…. 그러니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꾸준히 사업을 해야 한다, 그런 걸 그 분들이 얘기하고 있었어요. 저도 그런 점을 공감합니다.

 러시아 블로디보스토크 공항 내 전광판 모습. 평양을 오가는 고려항공 여객기의 출발과 도착 시간도 표시돼 있다.
러시아 블로디보스토크 공항 내 전광판 모습. 평양을 오가는 고려항공 여객기의 출발과 도착 시간도 표시돼 있다.
사진:문성희

<기자>러시아 연구자들은 북한과의 협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문성희: 제 느낌으로는 올 해 4월에 북러 정상회담이 진행됐지만 아직까지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협력은 활발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건 러시아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그렇게 필요로 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그러니까 중국과 비교해서 러시아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그리 큰 관심이 없다는 말씀이시죠?

문성희: 아무래도 그렇게 중국처럼 절박하지 않다고 할까, 북한도 마찬가지고. 물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긴 하지만 북한이 중국처럼 러시아의 제품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닌 측면도 있고. 그리고 러시아는 북한과 굉장히 큰 사업을 생각하고 있는데 지금 그런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여력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 측면도 있고 해서. 가스관 연결 사업이랄까, 아무래도 한국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그런 사업인데 지금 남북간 협력이 잘 안 되는 상황 아래서는 추진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자>잠시 언급하셨듯이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는 철도 연결이나 러시아로부터 남북한을 관통하는 가스관 연결 사업이 논의되고 있지만 별 진척이 없다는 말씀이시죠?

문성희: 러시아 학자의 발표에서는 대규모 사업보다 우선은 소규모 사업부터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언이 있었습니다. 다만 거기서 주목할 것은 나진-하산 프로젝트입니다, 철도 현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를 위해서는 한국이 여기에 끼어들어야 한다는 얘기였어요. 자동차 통로 이야기도 하던데 북한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 중 자동차 통로가 유일하게 없는 나라랍니다. 북한에서는 ‘우호의 다리’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하는데 자동차 통로가 러시아의 대북 관광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었습니다. 금강산도 육로가 생겨서 관광객이 많아진 것으로 보면 이 말은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기자>구체적으로 언제쯤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교량이 개통될 걸로 러시아 학자들은 전망하던가요?

문성희: 언제까지 개통한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런 사업이 추진중이다,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는 말로 얘기가 나온 것 뿐이에요.

<기자>말씀하신 대로 올 해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가 꽤 밀접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북러 양국 간 경제협력은 그리 활발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문성희: 현 시점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 가능성은 많이 있다고 봅니다. 러시아나 한국의 협력으로 라선과 러시아를 잇는 하부구조가 정비되면 거기서 많은 관광객들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앞에서 말한대로고요, 예전부터 러시아는 라진항과 청진항을 물류를 위해 이용하고 싶다고 얘기해 온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시베리아를 중심으로 러시아에는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진출하고 있지 않습니까?

문성희: 네 그렇지요. 제가 학술회의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갈 때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갔는데 거기서 많은 북한 사람들을 목격했어요.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 사이에는 항로가 있지요. 한 눈에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라고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수속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자님도 아시다 싶히 유엔 제재로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는 올해 안으로 북한에 귀국해야 하지요. 다만 러시아 등은 북한 노동자들이 계속 있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지요. 지식수준도 높고 얌전한 북한 사람들은 노동자로서는 매우 고마운 대상이 아닐까요. 아직도 이렇게 많은 북한 사람들이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을 거쳐 러시아와 북한을 왔다갔다 하고 있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당시 공항에서 마주친 북한 노동자들에게 혹시 말을 걸어보셨나요?

지난해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지난해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문성희: 말을 걸어볼까 생각은 했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제가 말을 걸기엔 미안하기도 해서 그러진 않았습니다.

<기자>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를 떠나는 중이었던 모양이죠?

문성희: 제가 보기엔 아마도 북한으로 귀국하는 분들이었는데요. 짐을 많이 갖고 계셨어요. 선물이라 할까, 그런 걸 가지고 수속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기자>귀국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규모는 어땠나요?

문성희: 제가 당시 본 분들만 한 50명 정도.

<기자>그러니까 그 정도 규모의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과 러시아를 오가는 고려항공 편으로 북한으로 귀국하는 중이었다는 거네요.

문성희: 네 제가 당시 공항에서 본 수가 그렇다는 거죠.

<기자>수속을 기다리는 북한 노동자들의 표정은 어떻던가요?

문성희: 자기들끼리 계속 얘기하는 분위기는 밝았고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었어요. 나이가 젊어 보였어요.

<기자>구체적으로 한 30대 쯤이었나요?

문성희: 그렇죠. 20대, 30대로 보이는 분들. 그런 분들이 많았어요.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