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코로나와 금연법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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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ungun_officials-620.jpg 김정은 위원장이 담배를 든 채 간부들과 담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이 이달 초 금연법을 채택했습니다. 문 박사님, 북한 당국이 갑자기 금연법을 채택한 이유,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네, 지난 4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14기 11차 전원회의에서 금연법이 채택되었지요. 저도 어째서 이 시기에 금영법이 채택됐는지 매우 궁금해요. 북한에 대해서 잘 아는 분 한테 직접 물어 보았더니 “코로나 관련이 아닌가?”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기자> 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문성희: 흡연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화되기 쉽다고 하는 견해가 많이 나오면서 북한으로서는 코로나19 감염자와 중증환자를 내지 않기 위해서 법으로 금연을 장려하자는 것이 아닌가 라는 것이에요. 지금은 무엇보다 코로나 감염자, 중증환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니까요. 갑자기 금연을 침투시키는 것이 어려워도 담배를 못 피우는 장소를 늘이거나 해서 차차 금연을 추진시키려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기자> 코로나19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의 현재 상황으로는 일리가 있는 말씀이네요. 그런데 그동안 애연가로 알려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하거나 회의를 주재할 때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자주 공개됐었는데요 이런 사진도 이젠 볼 수 없게 될까요?

문성희: 글쎄요. 그건 저도 확답을 못 드리겠어요. 다만 금연법을 채택한 것 만큼 최고지도자가 모범을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공개 안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 이번에 채택된 금연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문성희: 북한에서는 법률이 제정되었다고 해서 언론에서 발표하는 일은 없어요. 물론 헌법 등은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기도 하지만 개개의 법률을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은 드물어요. 나중에 법률사전에 게재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그래서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는데, 11월 5일자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문은 31개랍니다. 담배생산과 판매, 흡연에 대한 법적, 사회적통제를 강화해서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보다 문화위생적인 생활환경을 마련하는데서 지켜야 할 준칙들이 규제되어있다고 합니다.

<기자> 어길 경우 처벌 내용도 물론 담고 있지요?

문성희: 네, 흡연금지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흡연질서를 어긴 행위에 대한 처벌 내용이 밝혀져 있다고 합니다.

<기자> 흡연금지장소에는 어떤 곳들이 있어요?

문성희: 어린이보육교양기관, 교육기관, 상업, 급양편의봉사시설, 공공운수수단 등이 지적되고 있고, 당연한 일이지만 의료보건시설, 그리고 북한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치사상교양장소가 흡연금지장소로 지적되어 있어요.

<기자> 북한에서 금연법이 채택된 것은 획기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문성희: 글쎄요. 금연법은 이번에 새로 채택되는 것이니까 그런 측면에서는 획기적인 움직임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과거에도 북한에서는 금연운동 같은 것이 진행된 적이 있었어요. 운동 기간에 담배를 그만두었다고 하는 사람들을 몇 명 만나본 적은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무시하고 있었다고 할까요. 운동을 벌였다고 해서 갑자기 담배를 그만둘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문 박사님, 그런데 북한에서 금연이 확산중이라고 생각하세요?

문성희: 저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 성인 남성들 중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비율은 매우 적으니까요. 계속 담배를 피우는 애호가들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드물다고 생각할 정도에요. 세계적으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가 제한돼 가는 중에도 북한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담배를 피울 수 있었지요. 흡연자들에게는 천국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기자> 금연법까지 채택한 걸 보면 북한 당국도 흡연의 부작용을 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문성희: 그렇게도 생각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 남성들한테 금연을 시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어요. 그 분들로부터 담배를 빼앗으면 오락 중 하나를 빼앗는 것과 같으니까요.

<기자>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문성희: 북한에는 여가를 즐길 만한 오락이 많지 못하지요. 남성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것도 하나의 스트레스 풀기라고 생각을 해요.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속에서도 나라에서 제시한 과업은 풀어야 하고, 게다가 매주 생활총화도 해야되고, 지금처럼 80일전투기간에는 노는 날도 없이 계속 힘든 노동을 해야지요. 뭐 북한 사람들이 특별히 강력한 정신을 가진 사람은 아니에요. 사람이니까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도 필요하지요. 그럴 때 담배쯤이야 피워도 좋은 것이 아닌가, 라고 되는 것이지요.

<기자> 그렇다면 북한산 담배는 많은가요?

문성희: 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건설’이라는 담배를 많이 피우고 있었어요. 이건 노동자들이 흔히 피우는 담배이거든요. 그리고 2010년부터 2012년사이에는 ‘고향’ 담배가 유행했어요. 지방에 선물로 가져갈 때는 ‘고향’ 담배를 평양에서 많이 구입해서 간 기억이 있어요.  ‘백두산’, ‘영광’ 같은 고급담배는 간부들이 피우는 것이고. 다만 북한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일본 담배나 외국 담배를 좋아했어요.

<기자> 박사님도 과거 북한을 방문하실 때면 일본 담배를 선물로 사 가셨다면서요?

문성희: 일반적으로는 북한에서 ‘세븐’이라고 불리던 ‘마이르드 세븐’ 지금은 ‘메비우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는데 그것을 많이 구입해서 가지요. 그리고 인기가 있는 담배는 진한 담배에요. ‘피스’나 ‘호프’ 같은 것. 2010년에 어떤 사람한테서 들은 얘기인데 노란 색 패기지 ‘피스’는 시장에서 1갑 2천600원, 한통(10갑 들어간 것) 2만6천원으로 거래되고 있었다고 해요. 피스는 2009년 화폐교환 전에는 1갑 9천원(달러로는 당시 고향담배가 1통 7달러였기때문에 1갑 50센트 쯤이 됩니다.)으로 판매될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만큼 담배가 귀한 것이지요.

<기자> 일본산 담배 외에도 외국 담배도 인기가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문성희: 전 담배 종류를 잘 몰라서 그런데 외국의 것으로는 말보로를 피우는 사람도 있었어요. 물론 국영상점 같은 곳에서는 안 팔고 있지요. 피우던 사람한테 어디서 샀느냐?고 물었더니 “시장에서 샀다”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시장에는 여러 종류의 외국 담배가 팔고 있을 지 몰라요. 다만 그것도 가짜일수도 있지요.

<기자> 지적하신 대로 북한에서 외국산 가짜 담배를 제조해왔다는 의혹은 계속 제기돼 왔는데요, 일부 가짜 담배가 북한 내 시장에서 암거래됐을 가능성도 있겠군요.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문성희: 술도 있으니까 담배도 있을 수 있지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보로가 북한에서 그것도 지방의 시장에 팔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의문스럽지요. 그러나 북한에서 제조하고 있는지까지는 제가 알 수는 없었습니다.

<기자> 그런데 박사님 얘기를 들어보니 북한산 담배의 인기는 별로였던 것 같은데요?

문성희: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북한에 갈 때마다 담배를 베이징 공항에서 구해서 가져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젠 좋은 국산담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던 거에요. 아마도 북한에서 담배 생산이 활발해졌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 이야기가 정말이라면 대동강맥주에 이어서 맛있는 북한산 담배도 나오고 있을 지 모릅니다.

<기자> 북한에서는 담배가 일종의 뇌물로 쓰일 때도 있다면서요?

문성희: 네, 한 번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북한에 머무는 기간이 좀 길어져서 사증을 변경시켰을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신청이 좀 늦어졌거든요. 그 때 고향담배 한 통을 가져가서 주었더니 수속을 해주었어요. 원래는 늦어지면 매우 곤란하거든요. 고향담배는 그 당시 가장 인기있는 국산담배였던데, 그게 한 통 7달러였어요. 그런데 같은 고향담배라도 지방에서 사면 5달러였어요.

<기자> 그런데 북한에서는 담배가 단순히 흡연이 아니라 현금 대용으로 쓰인다면서요?

문성희: 네, 지방에 가면 돈을 얻을 수단으로도 되지요. 담배를 선물로 주면 자기가 피우지 않고 그것을 시장에서 팔아서 돈을 얻는 사람들도 있다고 해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국영상점에서 파는 것보다 싼 값으로 팔아야 되니까, 선물로 준다면 현금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기자> 네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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