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코로나 여파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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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코로나 여파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연합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이제 올 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올 한 해 북한 경제를 되짚어보면 어떨까요? 올해는 북한에도 시련이 꽤 많았던 해였다고 생각하는데요, 역시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였지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 북한에서는 제재가 오랫동안 해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초부터 국경을 봉쇄했지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재빨리 봉쇄를 한 것은 코로나19를 막는데는 효과적이었다고 한들 무역거래가 중단되는 등 경제에 주는 영향도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겠지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아직 감염자는 한 사람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문성희: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당창건 75돌 열병식 연설에서 코로나에 의한 희생자가 안 나온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명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발언을 놓고 ‘망언’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지요.

<기자>  강경화 장관이  지난 5일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북한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는 데요.

문성희: 네, 김 제1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거기서 강 장관의 발언을 ‘망언’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의 코로나대책에 대해서 시비질했다고 맹비판했습니다. 김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한 것은 5개월 만인데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데 의문을 제기한 발언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을 보면 그만큼 북한이 이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북한 내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절대 인정을 안 하겠지요.

<기자> 강 장관은 확진자가 없다는 북한이 국경을 폐쇄하고 방역에 집중하는 모순된 상황을 보인다고 지적한 것 아닌가요?

문성희: 네, 그러나 꺼꾸로 보면 국경을 폐쇄하고 방역에 집중을 하니까 아직도 확진자가 안 생기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북한에서 나오는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시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지요. 그리고 건물이나 시설을 소독하는 장면도 선전이라도 하듯이 많이 소개되고 있지요. 그건 무엇 때문인지 궁금해요. 좀 열이 있으면 격리를 한다고 하니 혹 코로나19 감염자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서 철저히 방역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속에서 나온 강 장관 발언이니까 신경에 거슬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기자> 북한 나름대로 철저한 방역을 하고 있다는 말씀인데요,  그렇고보니 올해는 관련 회의가 꽤 많았던 듯합니다.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올해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가 11번 째(12월 14일 기준) 개최된 것처럼 평상시보다 회의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역시 회의를 가져서 논의해야 하는 의제가 많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북한 회의이니까 결국은 김 위원장의 말을 회의 참가자들이 청취한다는 방식이겠지만. 물론 지난 시기에도 회의는 정상적으로 운영을 해왔겠지만, 보도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와서 회의 개최가 가시화되고 그 내용도 어는 정도 보도된다는 것은 정보공개의 측면에서는 일보전진이라고 봅니다.

<기자> 회의에서는 주로 어떤 문제가 논의되었나요?

문성희: 북한에서는 지금 내년 1월에 개최되는 8차 당대회를 앞두고 80일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거기서도 중요한 과제는 코로나19대책입니다. 그렇게 해서 올해 북한에서는 연초부터 계속 코로나19대책을 세우고 어떻게나 감염을 맞자고 필사적으로 노력해온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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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사스가 유행할 당시 북한에서 심혈을 쏟던 예방노력을 알리는 평양발 기사들./문성희 박사 제공

<기자> 그런데 구체적인 대책이라고 하면 국경봉쇄와 격리, 마스크를 쓰게 하고 시설을 소독한다, 뭐 그런 정도겠지요?

문성희: 네, 그런 정도지요. 그러나 지금 세계적으로 다른 방도를 취하고 있기는 하는가요? 물론 영국에서 백신접종이 시작하고 러시아에서도 이미 백신접종이 시작하고 있지만. 제가 사는 일본에서도 대책이란 마스크를 끼고, 많은 사람들과 식사를 피하고, 식사를 할 때는 되도록 이야기를 안 하도록 하자, 불요불급의 외출은 삼가해 달라, 그런 대책들이지요. 북한과 뭐 다른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지만 북한이 국경봉쇄라는 엄격한 대책을 내세우면서 북한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는 듯한데요.

문성희: 당연히 그렇겠지요. 중국과의 무역액도 한 때 많이 폭락하고 좀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는 그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요. 중국이 그러니까 다른 나라와의 무역은 말할 것도 없지요.

<기자>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가요?

문성희: 일본《아사히신문》 12월 2일자에 흥미로운 기사가 나왔습니다. 하나는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한 것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던 조미료나 설탕의 유통량이 감소된 것으로 시장에서의 가격이 4배로 폭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중국에서 물자가 들어오지 않으니까 시장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이네요?

문성희: 네, 그렇지요. 시장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것은 국영상점에서 국정가격으로 물자가 잘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도 생각됩니다. 이미 북한 사람들은 일용품이나 식료품 등을 시장에서 구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은 북한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을 해요.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상황이 올해 계속이 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지요.

<기자> 반면에 북한 화폐의 가치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요?  

문성희: , 앞서 말씀드린 《아사히신문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는데요. 원래 1달러가 8천 원 정도로 안정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6천 원대 후반이 되는 등 급격히 ‘원고’가 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알아보았더니 올해 10월 21일에는 평양의 환율이 1달러 당 8천 원이었던데 11월 15일에는 6천930원으로 되었어요. 11월 28일에는 6천500원으로 되었거요. 지금도 원고가 계속 되고 있다고 하네요. 제가 자주 북한을 다니던 2010년부터 2012년사이에는 1달러 당 환율이 2천500원부터 3천 원사이였기 때문에 그 당시에 비하면 북한돈 가치가 많이 떨어진 셈인데 그래도 최근에 다시 원고가 되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봅니다.

<기자> 어째서 이런 현상이 나오고 있다고 보시는가요?

2018년 일본에서 첫 발간된 문성희 박사의 북한 경제에 관한 저서 ‘맥주와 대포동’ 한국어판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문성희: 이것도 코로나19의 영향이라고 보는 분석이 있어요. 시민들이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외화는 저축해놓았다가 내화(북한돈)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요. 시민들의 불안한 심리를 억제하기 위해서 북한 당국이 ‘원저’가 되지 않게 통화 유통에 개입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거지요. 모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북한에서 2009년 11월 30일에 갑자기 화폐교환을 했을 때가 있었지 않습니까. 그 때 북한 사람들은 열심히 모아놓은 저금을 거의 빼앗겼기 때문에 북한돈을 저축하는 것보다 외화를 자기 손에 쥐어놓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저도 북한에서 복수의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니까 현재 원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북한 사람들이 외화를 쓰지 않고 북한 돈을 쓰고 있기때문이라는 말에는 신빙성이 있다고 봐요.

<기자> 코로나19는 여전히 전세계에서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인데 북한이 조만간 국경봉쇄를 풀 지 않는다면 경제는 계속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문성희:경제적인 어려움은 계속되리라고 봅니다. 당창건 75주년에 즈음해서 완공하기로 되어있던 평양종합병원이나 갈마관광지구 등의 소식도 요즘은 안 들어오고 있어요. 코로나19때문에 시멘트를 비롯한 자재 등도 만족하게 못 들어오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요. 다만 북한은 코로나가 아니라 미국과의 대결국면이 장기화되는 것을 고려해서 올해초부터 정면돌파전이라는 면목아래 자국의 힘으로 경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왔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그것만으로는 안 되겠지요. 내년에는 방향전환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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