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고아원 처우 개선에 안간힘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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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주택가를 배회하던 북한 소년. 당시 '부모님은 없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시장과 주택가를 배회하던 북한 소년. 당시 '부모님은 없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사진 제공-아시아프레스

앵커: 북한 당국이 각 기관과 기업소 등에는 배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고아원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의 중등학원에서는 매끼 식사와 간식이 나오고 있다는데, 지방정부와 무역 기관에서도 운영비를 부담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아원의 처우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면서 길거리에 떠도는 고아들의 모습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아들의 노동력 착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아시아프레스’가 직접 찾아간 양강도 혜산시 중등학원
- 매끼 흰 쌀밥에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기반찬
- 기업소는 배급 못 줘도, 고아원은 지원 아끼지 않아
- 먹을 것 없어 고아원 뛰쳐나갔던 과거와 달리 길거리에 고아 많이 줄어


북한 당국이 지난해부터 지방 도시의 고아원에 대한 처우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3일 전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이 양강도 혜산시에 있는 고아원 중 하나인 중등학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고아원에서 도망치는 아이들도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취재협조자가 직접 찾아간 양강도의 중등학원에는 약 60명의 고아가 일반 유치원과 소학교 교육을 받고 있는데, 흰 쌀밥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일주일에 한 번은 돼지고기도 내놓고 있습니다.

일반 기관과 기업소는 배급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중등학원에는 매일 간식도 공급할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최근 북한 고아원과 초등학원, 중등학원의 대우가 좋아지면서 길거리에 꼬제비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고 양강도의 취재협조자가 전해왔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제대로 먹여주지 않아 도망치는 아이들이 계속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도망치는 아이들이 없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2004년에 방랑자 숙소에 직접 머물렀던 영국의 북한인권단체인 ‘징검다리’의 박지현 대표는 열악한 시설과 부족한 식량 탓에 숙소를 이탈하는 고아들이 많았다고 회상했습니다.

[박지현 대표] 제가 2004년에 직접 지방에 있는 방랑자 숙소에 머물렀는데, 내부가 너무 열악해서 씻지도 못하고, 주는 식량은 아침 한 끼였습니다. 선생님도 아이들을 다 풀어줘요. 나가서 저녁까지 다 먹고 들어오라고. 그리고 저녁에는 다 들어왔습니다.

이처럼 과거 김정일 정권 시절에는 고아들을 많이 방치했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김정은 정권에서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많이 따라 하는 것 같다고 박 대표는 분석했습니다. 김일성의 통치 시절에도 고아원과 육아원, 방랑자 숙소를 많이 지었는데, 오늘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와 비슷하다는 겁니다.

또 양강도 중등학원의 경우 중앙 당국의 예산 외에 지방정부와 단속기관, 무역 기관 등에도 부담을 분배할 만큼 운영에 크게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평양과 각 도 행정중심지마다 중등학원 건설
- 육아원, 애육원, 초∙중등학원 포함한 학교종합단지 추진
- 외국 언론에 소개된 길거리 꼬제비 모습, 김정은 정권에 부담
- 어린이 사랑 앞세운 체제 유지 선전에 주력
- 어린이 노동력 착취는 여전히 심각한 인권 문제


미국의 상업 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은 2016년부터 평양은 물론 전국 각 도의 행정중심지마다 중등학원의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중등학원은 육아원과 애육원을 거친 고아에게 중∙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교육 시설로 교실과 실습실, 기숙사와 체육관 등을 갖춘 현대식 건물로 지어졌습니다.

또 김정은 정권은 육아원과 애육원, 초등학원과 중등학원을 포함한 학교종합 단지를 전국에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국무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첫 행보로 평양중등학원을 방문할 만큼 어린이 사랑과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려 애썼다는 것이 당시 커티스 멜빈 전 한미연구소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관련 기사)

[커티스 멜빈] 보유원을 짓고 어린이를 위하는 정책은 근본적인 경제적, 제도적 개혁 없이도 가능하지요. ‘어린이 사랑’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기에 체제를 강화하고 선전하는 데 손쉽고 높은 상징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6년에 방문한 ‘평양중등학원’. 북한의 고아들은 평양 육아원과 애육원, 초등학원을 거쳐 중등학원에서 교육을 받게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6년에 방문한 ‘평양중등학원’. 북한의 고아들은 평양 육아원과 애육원, 초등학원을 거쳐 중등학원에서 교육을 받게 된다. 사진-구글 어스(Google Earth)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외국 언론에 소개된 북한 꼬제비(꽃제비)의 모습에 크게 분노하고 전국에 있는 고아들과 노숙자들을 무조건 수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 어린이 사랑을 선전할 수 있는 화려한 고아원을 전국 각지에 건설한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꼬제비 동영상을 많이 소개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분노해 꼬제비를 수용하라는 지시가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2014~2015년에 전국에 고아원을 많이 건설했습니다. 건물을 지어도 대우가 좋아야 하는데, 양강도 당이 직접 나서서 교육부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고, 법기관으로 불리는 보안성과 보위검찰 등에도 고아원을 지원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 같습니다. 김정은 정권도 자금 사정이 매우 어렵지만, 정부 기관을 동원해 고아에 대한 대우를 많이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징검다리’의 박지현 대표는 고아를 이용한 노동력 착취도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안다며 이에 대한 개선도 시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지현 대표] 고아들을 이용해 노동력으로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형태가 많아졌다는 기사도 보고, 직접 들은 것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자유아시아방송의 탈북 기자들은 지난 9일, 서울을 방문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북한 인권 문제 중 하나로 북한 아동의 노동력 착취를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가발과 인조 속눈썹 제작을 위해 유치원생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킨타나 보고관도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박지현 대표는 북한의 지방선거와 공민증 교체 시기 등이 맞물리면서 단속이 심해진 것도 길거리의 고아나 노숙자가 감소한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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