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본주의 단속 강화… 대화국면 속 동요 차단용”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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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해남도 해주시에서 복장이나 풍기 문란을 단속하는 '규찰대'의 검열에 걸린 젊은 두 여성.
북한 황해남도 해주시에서 복장이나 풍기 문란을 단속하는 '규찰대'의 검열에 걸린 젊은 두 여성.
사진 제공 - 아시아프레스

앵커: 북한 당국이 주민을 대상으로 비사회주의적 요소, 즉 외국 문화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단속을 최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비핵화를 전제로 한 남북∙미북 정상회담 등 대화국면이 이어지면서 한국과 음악, 스포츠 등 교류 속에 주민 동요를 사전에 막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하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라는 제목으로 북한 북부지방의 공공장소마다 붙여진 포고문.

표고문 내용에는 자본주의적 경제 현상을 비롯해 복장과 머리 모양 등을 엄중히 단속하는 것은 물론 중국으로 월경과 밀수, 마약 판매, 휴대전화의 불법 사용 등이 적발되면 엄벌에 처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거리에는 ‘규찰대’로 불리는 단속반이 행인의 옷차림을 검사하고 있으며 청바지를 입은 사람은 규찰대가 가위로 잘라버릴 정도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양강도에서는 지난 3월 26일부터 시장 주변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폐쇄하기 시작했으며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월 50%의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준 고리대금업자가 붙잡혔습니다. 모두 자본주의적 현상이기에 가차 없이 단속한다는 겁니다.

일본 마아니치 신문에 따르면 개인이 권력기관의 간판을 빌려 운영하는 운수업에 대한 통제도 시작됐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 당국이 포고문을 통해 비사회주의에 대한 투쟁을 선포하고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도록 자본주의 문화의 유입과 시장경제 체제의 영업 등 문화와 경제적인 면에서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화 분위기 한편으로 북한 내부에서는 강한 통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두 가지로 분류해서 설명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문화적인 부분이죠. 머리 스타일이나 옷차림부터 시작해 한국 드라마나 영화, 한국과 불법 전화, 월경, 밀수 등 외부정보에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는 움직임이 아주 강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자본주의에 대한 경제적인 통제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가 기본이었지만, 시장경제가 확산하면서 북한 경제의 중심이 시장화가 되지 않았습니까? 이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일 겁니다.

이 같은 통제는 최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보여준 변화와 다른 모습이어서 눈길을 끕니다.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즉 습근평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데 이어 지난 1일 평양에서 열린 한국 예술단의 공연에도 직접 참석하는 등 대화국면을 통한 긴장 완화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주민을 통제하고 있는 겁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당국이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배경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앞두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나서면 다양한 경로로 외부 정보가 북한 내부에 유입되고, 이를 통해 북한 주민이 받을 영향을 미리 경계하는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저는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심하니까 이를 풀지 못하면 체제 유지에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을 겁니다. 이전에는 핵과 미사일의 개발 자체가 체제의 목적이었지만, 상황이 악화하면서 비핵화라는 카드를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전략도 갖게 됐다고 봅니다. 비핵화라는 것을 얼마나 비싸게 미국과 국제사회에 팔 수 있는가? 그걸 잘 하면 안전도 보장받고 대가로 받을 수 있다는 전략을 갖고 있을 것으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와 많은 대화를 해야 하죠. 남한과 평화 분위기도 이어가야 하고요. 그렇다면 한국의 영향을 가능한 한 많이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도 하게 된 거죠. 전국적으로 포고문까지 내세우면서 주민통제에 나섰다는 것은 대화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앞으로 한국과 음악, 스포츠 등 문화교류가 이어지면 북한 주민의 심리와 사회 분위기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이 생길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교류와 접촉의 부작용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게 이시마루 대표의 분석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2017년 말까지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 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면 외부 세계와 접촉이 확대됩니다. 외부정보도 많이 유입되고, 대화 국면이니까 일반 국민 사이에서 한국과 접촉하고 한국 문화를 받아들여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확산할 수 있지 않습니까? 표면적으로는 대화를 하지만, 국내 통치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외부 요소가 유입한다는 거죠. 이는 체제 유지를 위해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김정은 정권에서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대비해 대화국면과 국내 단속∙통치 강화 등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주민 누구나 한국이 풍족하게 산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은 김일성-김정일 시대부터 계속 주장해온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부정할 수 없어 사회주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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