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정상 70년 걸린 5시간 만남 아쉬워”

싱가포르-노재완∙노정민∙이은규 기자
2018.06.12
noh_reporting-620.jpg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 앞에서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모습.
Photo: RFA

RFA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취재기자 대담

노정민) 안녕하십니까?

노재완) 안녕하세요?

노정민) 저희는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현지에 나와있는 자유아시아방송의 노정민입니다.

노재완) 노재완입니다.

노정민)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이 이제 끝났습니다. 오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각자 미국과 북한으로 돌아갔구요. 지금 저희 뒤에 있는 모든 취재진들이 다 돌아가고 저희만 남았습니다. 어떠셨습니까? 미북 정상회담 취재하시면서?

노재완) 지금 저희가 4일째잖아요. 지난 9일 날 왔으니까요. 노정민 기자는 새벽에 왔잖아요. 9일 날.

노정민) 그렇죠. 저는 9일을 하루를 온전히 다 썼죠.

노재완) 저희는 오후에 왔는데, 이 4일이 일주일도 넘은 것 같아요. 너무 피곤해요 솔직히

 

트럼프 “엄청난 합의” 트윗 기대했다 약간 실망

노정민) 정말 이곳 저곳을 취재하면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미북 정상회담이 끝났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기자의 시각으로 어떻게 미북 정상회담을 지켜봤는지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노재완) 일단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합의 내용이 좀 구체적이지 않아서, 특히 비핵화 부분에 구체성이 없어서 제가 예상했던 것을 빗나갔어요.

노정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나서기 전에 트위터에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마 보게 될 것이다’라고 해서 저는 엄청난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를 좀 갖고 있었거든요.

노재완) 파격적일 줄 알았죠.

노정민) 근데 막상 합의문 나온 것을 보니까 평범하고 이전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기대는 높았는데 그 기대에 좀 못 미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노재완)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정민) 미북 정상회담을 취재할 때 저희가 국제미디어센터에 있었잖아요. 정말 전 세계의 많은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제가 그들 속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저도 모르게 자부심도 생기고 그렇더라구요.

노재완) 특히, 오늘 두 정상이 만나서 악수할 때 각 국의 모든 기자들 앞에 텔레비전이 있지 않았습니까? 거기를 향해서 사진을 찍는데 제 마음도 거기에 막 빨려들어 가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막 찍었어요.

노정민) 저도 역사의 현장에 제가 있다는 자체가 매우 흥분되고 자부심도 느껴지고 그랬습니다.

노재완) 흥분되죠.

노정민) 제가 또 회사를 대표해서 이곳에 왔지만, 많은 동료들이 굉장히 좋은 경헌을 하고 왔다라는 말을 많이 해줄 것 같아요. 4박 5일 있었잖아요, 저희가 내일이면 돌아가는데, 4박 5일 동안 노재완 기자는 가장 인상적인 일이 무엇이었어요?

 

김 위원장 차량 통과 호텔 앞에서 서너 시간씩 기다려

노재완)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교통이 통제될 때, 저는 바로 그 시점을 보지 못했어요. 김정은 위원장이 싹 지나갔을 때, 모든 기자들이 거기서 한 서너시간, 아니죠. 여섯 일곱 시간을 기다렸던 것 같은데 힘들었지만, 긴장되잖아요. 김 위원장을 앞에서 그것도 싱가포르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결국 저는 못 봤어요. 노정민 기자는 봤잖아요?

노정민) 네. 저는 봤죠. 사실 ‘김정은 위원장이 탄 차가 제 눈 앞에서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무나 경험해 볼 수 없는 일이짆아요. 제가 싱가포르에서 그것을 경험했는데, 아까 더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다는 말씀응 하셨는데 저희 앞에서 우리를 촬영해주고 있는 이은규 카메라 기자는 정말 더운 날씨에 몇 시간씩 김정은 위원장 호텔 앞에서 기다렸죠. 이런 것을 기자들 사이에서는 ‘뻗치기’라고 하는데.

노재완) 얼굴봐요. 지금.

 

투숙객 가장 김 위원장 숙소에 몰래 잠입도

노정민) 많이 탔어요. 그래서 정말 하루에 물을 몇 통이나 먹을 정도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한 기억이 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제가 김정은 위원장 숙소에 몰래 잠입을 했던,….

노재완) 아 맞아요. 어떻게 들어갔어요?

노정민) 그때가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오는 날이었잖아요? 그래서 경비가 굉장히 삼엄했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 조차도 철저하게 통제됐었는데, 묘하게 한 번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노재완) 통제를 안 했어요?

노정민) 호텔 앞을 좀 지나가면서 그 호텔에 묵는 투숙객인 척 자연스럽게 입구로 들어갔죠.

노재완) 잠깐만, 투숙객들이 들어가는데 일반인들도 들어갈 수 있어요?

노정민) 그렇죠. 그 호텔에 김정은 위원장만 묵는 건 아니잖아요? 일반 투숙객들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저도 자연스럽게 그 호텔에 투숙하는 사람처럼 행동해서 들어가봤는데, 입구로 들어가니까 확실히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더라구요. 일단 두 대의 검색대가 있었구요. 소지품을 다 꺼내서 뭐라고 하나요? 검색기라고 해야되나요?

노재완) 그렇죠. 공항가면 있잖아요.

노정민) 거기를 통과해야만 그 호텔 안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굉장히 경비가 철저했구요. 들어가니까 역시 2층, 로비 등에도 북한 경호원들과 무장 경찰들이 돌아다니면서 철저하게 감시했던 기억이 납니다.

 

호텔 안에서도 북 경호원 철통 경호…김창선 부장 모습도

노재완) 김창선 부장도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노정민) 네, 제가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김창선 부장의 얼굴도 봤는데, 일단은 그곳에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떨렸고, 제가 사실은 그 안에 내부가 어떤지를 쭉 둘러봤는데, 혹시나 기자 신분을 들킬까봐 굉장히 서둘러 나왔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노재완) 한국의 모 방송기자 두 명이 싱가포르에서 구금됐다가 추방을 당하기도 했잖아요.

노정민) 네.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이벤트였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경비, 보완 등이 철저했던 것 같습니다.

노재완) 평생 잊지 못 할 것 같은데요. 그거는?

노정민) 저는 일단 김정은 위원장이 탄 차가 제 눈 앞을 지나가고, 제가 그것을 카메라로 포착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었죠.

그럼 마지막으로 미북 정상회담을 취재한 우리의 소감을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이제 미북 정상회담이 끝났구요. 몇 시간 후면 저희도 돌아가잖아요. 제가 앞으로 6시간 뒤면 공항으로 가야합니다.

노재완) 새벽에 가야되죠?

노정민) 그렇죠.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데 노재완 기자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을 취재하면서 어떤 것을 느꼈고, 어떤 소감이 있는지 듣고 싶어요.

 

70년 걸린 정상 간 만남치고는 너무 짧아

노재완) 일단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경험을 했구요. 또 한 가지는 ‘이게 참 미북 정상들이 만나기까지 70년이 걸렸잖아요. 그런데 너무 빨리 끝났어요. 그런 부분에서 아쉽고요. 뭔가 거창하게 나올 것 같은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난 것 같고…

노정민) 한 다섯시간 정도 밖에 안 걸렸거든요.

노재완) 맞아요.

노정민) 그리고 보통 정상들이 만나면 의전 행사도 하고 여러가지 면에서 좀 풍부한 이벤트가 많은데 이번에는 만나서 곧바로 회담, 회담, 점심 먹고, 서명하고 각자 헤어지는.. 글쎄요. 좋은 뜻으로는 이미 좋은 합의가 다 됐기 때문에 형식적인 회담은 빨리 진행되었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말씀하신대로 70년 만에 만났는데 5시간 만에 헤어진다는 것이 좀 아쉽다는 그런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제가 싱가포르는 처음인데 굉장히 멋진 도시더라구요. 깨끗하고..

노재완) 저도 이번에 싱가포르는 처음 왔는데 진짜 도시가 깨끗했고, 홍콩 같았아요. 그런데 홍콩보다 더 깨끗하고, 밤에도 안전하다는 느낌이 드니까 숙소로 돌아갈때도 정말 좋았어요.

노정민) 저희가 4박 5일동안 사실 일만하고 내일 돌아가야 되잖아요. 회사에서 한 선배님이 밤에 야경이라도 좀 보고 오라고 하셨는데 야경은 커녕 이것 촬영하고 저는 공항으로 가야 해서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제가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한가득 보람으로 채우고 이제 돌아갑니다.

앞으로 노재완 기자는 서울에서, 저는 워싱턴에서 또 각자의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 계속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현장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저는 노정민이었습니다.

노재완) 노재완이었습니다.

노정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