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신년사로 본 올해 경제 전망 ②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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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10일 평양의 만수대 언덕 가까이에 세워지고 있던 고층아파트 건설에 동원된 북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진행된 재일동포 학생들의 위문공연을 보면서 박수치고 있다.
2011년 9월 10일 평양의 만수대 언덕 가까이에 세워지고 있던 고층아파트 건설에 동원된 북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진행된 재일동포 학생들의 위문공연을 보면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제공: 문성희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조선신보 평양 특파원을 역임한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본 올 한 해 북한의 경제분야 전망’을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직후부터 노동신문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경제 과업’ 관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문 박사님, 혹시 예년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문성희: 노동신문이 신년사 발표 직후부터 주민들에게 신년사에서 제시된 ‘과업’ 관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독려하는 일은 매년 하고 있는 일로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올 해 신년사의 주된 내용이 경제문제이기에 ‘경제과업’ 관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독려하고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부패와 전쟁 등 내부단속 강화는 개혁∙개방 사전 정지

<기자> 김 위원장은 ‘혼연일체 파괴’ ‘사회주의제도 침식’ 등의 다소 과격한 용어를 써가며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를 타파하기 위한 투쟁을 강조했습니다. 부패와의 전쟁이 이어질 걸로 예상되는 데요, 현 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부패와의 전쟁을 들고 나온 배경이 궁금합니다.

문성희: 이것은 개혁, 개방정책을 더욱 강력히 추진시켜 나갈 징조라고 봅니다. 지난 시기에도 북한은 개방정책을 실시할 때는 바깥에서 자본주의 사상이 못 들어오게 내부를 단단히 단속했습니다. 그러니까 내부 단속을 강화한다는 것은 반대로 개방을 촉진한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또 그만큼 북한 내부에서 그런(자본주의 사상 유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도와 관료주의도 비판하고 있는데 이건 간부들의 사업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고 봅니다.

비사회주의 즉, 자본주의 문화 침투 극도로 경계

<기자> 김 위원장은 또 ‘인민의 감정 정서와 미학관에 배치되는 비도덕적이고 비문화적인 풍조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중문화 부문이 신년사에서 언급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무슨 의미이고 어떤 배경에서인지 설명해주시죠.

문성희: 이건 앞 질문과도 관련되는데, 북한 당국으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비사회주의적인, 즉 자본주의적인 문화가 침투하고 있는 데 그 배경에 있다고 봅니다.

일본의 일간지 ‘도쿄신문’ 지난 해 12월 25일자 1면 머리 기사에 북한의 ‘절대비밀’ 문서에 대해 언급한 특종기사가 나왔습니다. “최근 청년들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사회주의적 현상들에서 심각한 교훈을 찾을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통보서입니다.

도쿄신문이 통보서를 입수해 작성한 이 기사에 그 내용이 언급돼 있는 데요, “청년들 속에서 우리식 사회주의를 흔드는 비사회주의적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일대괴멸전을 전개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비사회주의적 현상 내용으로는 ‘괴뢰(한국을 의미) 영화 등 불순 출판 선전물을 보거나 유포하는 현상, 이색적인 춤과 노래, 우리식이 아닌 복장’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닭과 같은 머리모양”이라며 모히칸 같은 머리모양을 한 남자를 비판하거나 몸에 꼭 끼는 스키니 바지를 입은 여성도 비판 대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마약 사용·밀매, 흉악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사실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 현상을 비판하는 통보서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 스스로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비사회주의적’ 현상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냐고 봅니다.

<기자> 김 위원장은 인재육성과 과학기술 발전에서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세계적 추세에 맞는 인재, 과연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거라고 보시는 지요?

문성희: 세계적 추세에 맞는 인재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첨단기술 지식을 습득하는 사람, IT(정보기술)를 비롯해서 과학적인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그것을 응용할수 있는 사람을 말하지요. 또 하나는 주로 경제나 경영 부문에서 시장경제의 시스템 등을 잘 아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노선을 견지하고 있지만 이제 사회주의 경제노선을 추진하는 나라가 세계에 거의 없다는 현실 속에서 자본주의 경제지식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야 자본주의 국가들과 거래나 장사를 해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제재완화에 한국 정부가 힘 써 달라는 의미

<기자>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콕 집어 언급했습니다. 남북경협을 재개하고 싶다는 희망을 재차 밝힌 걸로 풀이되지만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아래에선 현실적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남한을 향해 제재완화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문성희: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의 큰 목적 중 하나가 민족경제를 발전시키는 것, 즉 남북 간 경제협력을 재개하는 것이지요. 그 상징적인 사업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지난해 9월 남북정상이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업지구 사업 추진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이 사업을 하루빨리 추진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씀하시는 대로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좀 힘 써달라는 메시지일수도 있지요.

사실 지난해 서해선과 동해선의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이 있었지만, 이것도 조사 과정에서 한국이 유엔안보리에 얘기를 해서 허가를 받고 움직인 셈이지요. 그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북한이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일본 출판사인 헤이본사(平凡社)에서 이 달 중순 출간된 문성희 박사의 저서 ‘맥주와 대포동’ 표지. 엄격한 사회주의경제가 아니라 시장화가 촉진되는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지역시장과 공장 등 경제현장과 인민생활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실태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일본 출판사인 헤이본사(平凡社)에서 이 달 중순 출간된 문성희 박사의 저서 ‘맥주와 대포동’ 표지. 엄격한 사회주의경제가 아니라 시장화가 촉진되는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지역시장과 공장 등 경제현장과 인민생활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그 실태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Photo: RFA

국방부문 언급 거의 없어…개혁 개방 강화할 듯

<기자> 김 위원장의 올 해 신년사에서 언급된 경제관련 언급으로 볼 때 북한이 앞으로 전반적으로 개혁, 개방을 축으로 경제정책을 펴 나갈 것으로 보시는 지요?

문성희: 예, 그렇다고 봅니다. 올해 신년사에는 국방부문 언급이 거의 없습니다. 인민군대를 비롯한 군조직을 강화하라하는 정도입니다. 군수공업부문에 주는 과업도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를 다그쳐 나라의 방위력을 세계 선진국가 수준으로 계속 향상”시키라고 하면서 “경제건설을 적극 지원”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전략무기와 무장장비의 개발생산, 핵탄두와 탄도 로켓트의 대량생산, 실전배치 등에 언급하고 “적들의 핵전쟁 책동에 대처한 즉시적인 핵반격 작전 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지만, 그런 구절이 올해 신년사에는 안 보입니다.

제가 지난해 낸 책의 제목이 “맥주와 대포동”입니다. 제목을 이렇게 달았던 이유는 북한이 앞으로 대동강 맥주 수출과 같은 개혁, 개방정책에 나서겠는가, 아니면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는가, 두가지 선택이 있다고 보는데, 북한 인민들이 진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핵, 미사일 개발이 아니라 대동강 맥주를 수출하는 길을 선택해 주기를 바란다, 뭐 그런 저의 소망을 담았어요. 올해 신년사를 보니까 과연 북한이 대포동이 아니라 맥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냐고 저는 봅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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