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의 고급식당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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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의 고급식당 사진은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 내부 모습.
/연합뉴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 네.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김혜영 씨,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해도 혜영 씨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북한에서는 새해 첫 날을 잘 보내야 그 해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런데 올해는 밀가루가 부족하고 돼지고기값이 올라서 새해에 만둣국도 제대로 해 먹지 못하는 세대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혹시 올 해 북한에서 새해 첫 날을 어떻게 보냈는지 들어보셨나요?

[김혜영 씨] 네. 저도 들었는데요. 오랫동안 북중 무역과 밀수가 막히면서 식료품 수입이 안 되니까 밀가루도 부족하고, 물가도 많이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도시 주민들의 현금 수입이 급감한 지 오래니까 새해 첫 날을 제대로 쇨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이죠. 요즘도 북한 내부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전과 똑같습니다. 앞이 잘 안 보이고, 계속 어렵기만 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북중 무역의 재개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추세니까 과연 북중 국경이 열릴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모든 유통이 막힌 상황에서 그나마 돈이 있는 집에서는 설을 보낼 수 있었겠지만, 가난한 집에서는 아마도 설움과 눈물로 보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그런 가운데 평양이나 대도시에서는 새해 첫 날에 고급 식당을 찾는 주민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혜영 씨도 북한에 있을 때 고급 식당에 많이 가보셨다고 하셨죠?

[김혜영 씨] 네. 제가 평양에 있을 때는 고급 식당을 많이 다녔는데요. 사업 차원에서 외화 상점, 외화 식당, 호텔 등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음식을 먹었습니다. 또 새해 첫 날에 엄마, 동생들과 함께 창광식당, 류경식당 등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평양에는 외국식당과 외화벌이 식당들이 참 많습니다. 창광거리에 있는 능라도 식당, 고려호텔, 대성식당, 옥류식당, 소피아식당부터 통일거리의 외화식당, 황금거리 식당, 북새동 외화식당, 모란봉식당 등인데요. 여기저기 간판 없이 검은 커튼을 친 곳은 다 외화식당이라고 보면 됩니다. 식당 내부 인테리어부터 서비스까지 다 일류급입니다. 음식도 정말 맛있고요. 메뉴도 서양 요리, 이탈리아 요리, 일본 요리 등 다 있습니다.

  - 그런 고급 식당은 누가 운영하나요? 개인입니까? 국가입니까?

[김혜영 씨] 철저히 국가에서 운영합니다. 이런 식당은 절대 개인이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외국에서 요리 공부를 한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이 주방장이 되거나, 특별히 시험을 보고 채용되기도 합니다. 고급 식당의 지배인이나 비서들은 당 일꾼이기 때문이 관리를 맡는 책임자라고 보면 되는데, 출신 성분을 그렇게 심하게 따지지는 않지만, 지배인급이면 철저히 봅니다.

- 고급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어떻게 일할 수 있나요? 고급 식당의 주방장이나 종업원으로 일해도 돈을 잘 벌 수 있나요?

   [김혜영 씨] 종업원들은 주로 중앙당 봉사총국에서 선발합니다. 인물, 체격, 키도 보고, 손님 접대 절차와 방식을 다 배우죠. 주방장들은 아무래도 대우가 다르고 월급도 어느 정도 줍니다. 하지만 종업원들은 북한식으로 월급이 적을 겁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모든 외화상점 식당의 수입이 당 자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안 봐도 뻔하지요. 그래도 이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품위가 올라가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고급식당의 종업원이 된 것을 자랑스러워합니다. 또 사용하는 물건이나 먹는 것도 다르니 다른 사람들보다는 형편이 나을 수 있겠죠. 

- 그럼 종업원들이 월급 외에 다른 수단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예를 들어 팁(봉사료)이라든지요.

[김혜영 씨] 북한에는 팁 문화가 없죠. 만약에 외국인이 팁을 줬다면, 다 바쳐야 합니다. 그렇게 교육받거든요. 또 고급 식당에 오는 당 간부들과 잘 사귀어 놓으면, 도움이 필요할 때 휘발유 표나 쌀 등을 얻을 수가 있는데요. 그럼 그것을 시장에 팔아 수입을 얻기도 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서로를 이용해야 살 수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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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탈리아 요리 전문 식당. /연합뉴스

- 고급 식당에 식자재를 대는 유통업자도 있지 않나요? 고기나 야채 등 식재료를 대주는 곳도 국가기관인가요? 돈주나 개인이 뛰어들 수는 없습니까?

[김혜영 씨] 물품이나 식자재는 주로 무역으로 다 들여옵니다. 이런 것은 9호 제품으로써 각 농장에 주는 할당량이 있습니다. 그것들이 중앙당에 먼저 공급되고, 나머지는 고급 식당에 가게 됩니다. 그 외에 필요한 것은 대부분 외국에서 들여옵니다. 돈주들은 이같은 국가 일에 잘 관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적발됐을 때는 개인 사사 돈이라고 해서 국가 범죄행위로 보거든요. 그래서 안 하기도 하지만, 할 수도 없습니다. 

- 고급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요? 보통 4인 가족 한 끼 식사에 얼마의 돈을 쓰는지도 궁금합니다.

[김혜영 씨] 가족 단위로 고급식당에 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런 고급식당에는 주로 사업을 위해, 아니면 돈 많은 간부집 자녀들이나 연인들이 자주 가죠. 잘 먹고 돈 잘 쓰는 무역일꾼들이나 직급이 중앙당 급인 사람들, 좋은 대학을 다니거나 잘나가는 청년 사업가들도 식당에 잘 갑니다. 북한에서 돈주가 되면 차차 고급식당을 알게 되는데요. 북한에서 돈을 벌면 어디에 쓰겠습니까? 이런 고급식당에 가서 폼 잡으면서 한 번에 수백에서 천 달러 이상씩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북한에서는 고급식당이나 일반 식당 등 음식 장사가 많은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쉽게 할 수 있고 돈을 잘 벌 수 있는 업종이 음식 장사라고 할 수 있나요?

[김혜영 씨] 외화식당은 국가에서 허가해서 하는 것이지만, 북한 주민이 개인 돈으로 하는 식당도 많습니다. 이런 식당은 일반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이기 때문에 내부 장식과 음식 재료 등을 거의 모두 장마당이나 장사꾼들을 통해 사들이죠. 그렇게 해서 일반 주민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이 일반 식당인데,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음식 장사로 돈을 많이 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급식당에 대해서는 일반 주민들은 잘 모를 겁니다. 많이 가보지도 않았겠지만, 일반 식당과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돈을 벌고, 쓰는 사람들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네. 지금까지 북한의 고급식당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무역일꾼 출신 탈북 여성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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