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2020 동북아정세 어디로] ④ 북러관계–‘관망세’ 유지 가능성 커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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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건배를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건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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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집권 뒤 첫 북러 정상회담을 양국간 가지며,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중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로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북한과의 교역 수준이 비교적 작은 편이고, 한반도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적극 참여하기 보다는 현상유지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20년 새해를 맞아 각 지역 전문가와 함께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정세를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시간으로 북·러 관계와 관련해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한덕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지도부, 외교보다 대미 군사 압박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돼

-란코프 교수님. 오늘 시간 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 내용으로 올해 북한의 새로운 길을 유추해볼 있을 같은데요. 교수님께서 주목하신 내용은 무엇입니까?

란코프 교수: 올해 신년사가 없었던 것은 조금 놀라운 일이지만, 아주 예외적인 일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당중앙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했는데 이것은 사실상 신년사의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보도의 기본 내용을 보면, 핵심은 미국에 대한 압박입니다. 북한은 나라의 경제발전의 길을 가로막는 대북 제재를 하루 빨리 완화하고 싶어합니다. 북한측은 작년에 회담과 외교로 미국측의 양보를 얻으려 노력했지만 완전히 실패로 끝나 버렸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올해는 외교보다 대미 군사 압박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들의 희망은 무엇일까요? 북한이 가만히 있는 대신에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다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을 보여준다면, 미국측에서 양보를 얻어 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올해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를 할수도 있으며,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측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도 미국에 대해서도 우려감이 심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히 요즘에 미국이 대미 도발을 담당했던 이란 고급 장군을 살해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사건은 미국이 결정을 내린다면 어디에서나 아무 때나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당연히 북한 지도자들은 이 사건을 감안하여 더욱 조심스러울 것 같습니다.

북러 정상회담 성사에도 불구 양국 교역 수준은 여전히 미미

-지난 2019 한해 동안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에 어떤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시나요? 교수님이 보시기에는 -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있을까요?

란코프 교수: 작년에 제일 중요했던 사건은 북러 정상회담입니다. 이 상봉은 2019년 4월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벌써 몇 년 전부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곧 만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참 많았는데요. 그들은 작년에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제가 볼 때, 이 정상회담의 중요성은 생각만큼 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러시아측은 북한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는 무역이나 경제 협력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고, 러시아의 대북지원도 거의 없습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러시아의 ‘전략적 관망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푸틴의 개인 태도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북러 관계의 객관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거의 불가피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 때문에 푸틴-김정은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러 관계는 작년에 많이 활발해지지 못했고, 올해도 별로 활발해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러시아, 북한과의 무역에 흥미 없어···유일한 예외는 노동력뿐

-북러 관계의 향후 전망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늘릴 것으로 보시나요?

란코프 교수: 의존도라는 말을 이 경우에 쓸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20년 동안 북한은 러시아와 무역을 거의 안 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러-북 무역 규모를 보면 중-북 무역 규모의 50분의 1밖에 안 됩니다. 러시아에 북한 파견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분야 외의 다른 분야에서의 러-북 협력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보니까 이 분야에서 협력이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북한과의 무역에 거의 흥미가 없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노동력 뿐입니다. 물론 러시아정부가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러북 무역을 후원하기로 한다면, 어느정도 무역이 활발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납세자들의 세금을 쓸 생각이 아예 없습니다.

러 지도부, 비핵화보다 핵군축·핵확산 방지 등 현실주의적인 목표에 집중할 가능성 더 높아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가장 견해차는 대북제재의 완화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 에 관한 유엔 결의안을 제출했는데요. 러시아의 의도, 뭘까요? 일부에서는 미국에 대한 저항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란코프 교수: 미국과 러시아 사이는 좋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는 가끔 미국을 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를 지지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러시아 지도부 뿐만 아니라 러시아 전문가 대부분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아주 싫어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할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는 말로는 북한 비핵화를 계속 지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비핵화보다 핵군축과 핵무기 확산 방지 등 현실주의적인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니까 러시아는 바로 그 때문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제재를 어느정도 완화한다면 북한측도 핵군축이나 적어도 핵동결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 비핵화는 비현실적 목적이고, 유일한 장기적인 목적은 북핵 관리와 통제입니다.

러시아가 무기 기술 직접 전했다기보다 북한이 불법으로 취득했을 가능성

-앞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가 러시아의 SS-26 ‘이스칸데르 전수탄도미사일을 복제 개발한 것이라고 분석하는 러시아가 북한에 직접 기술을 지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습니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만간 세상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새로운 전략적 무기 부분궤도폭격체제(FOBS·Fractional Orbital Bombardment System)’ 겸비한 위성폭탄, 그러니깐 러시아가 앞서 공개한 차세대 전략적 무기 RS-28 사르맛(Sarmat) 유사한 공격체계가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북한에 전략무기 관련 기술을 제공했다는 추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란코프 교수: 저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이러한 주장을 매우 의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러시아는 반미 국가이니까 아무때나 나라의 극비 기술을 북한에게 전달하는 미친 나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소련은 북한 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 국가에도 최신 군사 기술을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태도가 아닐까요? 특히 러시아는 소련시대에도, 지금도 북한을 믿을 만한 협력국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러시아에게 얻은 군사 기술을 돈을 벌기 위해서 아무에게나 팔아 버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과 관계가 가까운 파키스탄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과 사실상 싸운 나라이며, 지금도 파키스탄은 반러시아 감정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파키스탄은 유일한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은 돈을 벌기 위해서 군사기술을 아무 때나 팔아버릴 수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가 의식적으로 북한으로 미사일 기술을 전달했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북한 정찰국이나 보위성과 같은 특무기관 사람들이 러시아 미사일 기술을 불법적으로 얻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러시아에게 중요한 건 비핵화보다 현상유지···북한 문제 관망할 가능성 더 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의 견해 차는 여전합니다. 올해 미북 비핵화 협상, 나아가 미북관계에 관한 러시아의 관점과 태도는 무엇일까요? 계속해서 전략적 관망 자세를 유지할까요 아니면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할까요?

란코프 교수: 벌써 말씀드린 바와 같이 러시아는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북핵관리를 바랍니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북핵관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상유지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같은 심한 위기가 발발하지도 않고, 미국도 중국도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러시아에게 있어 합리주의적인 태도인데,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상식과 달리, 모스크바에게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는 별로 움직이지 않고 관망할 것 같습니다.

, 북한에 물밑 지원 가능하지만 소규모일 것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제재를 우회하는 일종의 물밑지원 나설 가능성은 없나요? 예를 들어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를 계속 받아들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란코프 교수: 러시아가 물밑 지원을 할 가능성은 아주 높습니다. 문제는 규모입니다. 러시아는 한반도를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물밑 지원이든 공개 외교이든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자할 이유도 없고, 의지도 없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 소규모 대북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규모는 중국에 비교하면 아주 작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당국자들은 북한과의 불법 무역을 하는 러시아 회사들의 활동을 못본 척 할 것 같습니다. 노동자 문제는 조금 다릅니다. 러시아는 모든 파견 노동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낼 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이런저런 방법을 쓰고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 계속 체류할 수 있게 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별로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평백성들은 돈을 벌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데, 파견 노동은 그 몇 안되는 기회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파견노동자들은 외국 소식을 많이 듣고, 북한 사회의 모습을 어느 정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 대북 압박 반대 기조 유지할 것

-끝으로 올해 북미관계남북관계에 교착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요 미국과 한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어떻게 소통협력해야 조언 부탁드립니다.

란코프 교수: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을 환영하지 못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북한에서 위기가 생기는 것을 무섭게 생각해서 대북 압박을 반대할 것입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는 다자회담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며, 어느 정도 중개인의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강조한 바와 같이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리 많지 않고, 동북아시아에서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도 않기 때문에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전략적인 관망 태세는 러시아에게 매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태도입니다.

- . 오늘 말씀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2020년 북러 관계 전망에 관해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란코프 교수: 네,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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